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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치를 넘어서<민주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대한 소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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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2월04일 22시3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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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치를 넘어서&lt;민주정책연구원 보고서&gt;에 대한 소회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 민주정책연구원의 보고서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가 얼마 전 언론에 소개됐다. 아래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새누리당의 안정적인 40% 초반 지지도는 전혀 새로운 현상, 2000년대 초까지 이회창 대세론이 거셀 때에도 30%대였음. 따라서 40% 초반의 새누리당을 유권자의 눈으로 볼 때, 단순한 ‘보수정당’으로 간주해서는 아니 되고 중도를 장악한 ‘중도보수’정당으로 인식해야. 동일하게 50% 가까운 대통령을 경멸하는 것은 자기위안일 뿐, 현실감각이 마비된 것임
 
이러한 반성적 성찰은 교육 분야에 관한한 매우 타당하다. 
시계를 잠시 2012년 대선 기간으로 돌려보자. 대선교육공약을 보면 새누리당이 중도층으로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진보층으로까지 외연을 넓히려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2012년 7월 17일에 발표된 <기다려온 변화, 박근혜가 바꿉니다>란 제목의 대선교육공약에서 잘 드러난다.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을 만들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교육공약은 보수층 보다는 중도나 진보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당시에 ‘행복교육’은 진보진영도 말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당히 파격적인 말이었다. 우리교육이 처한 현실에서는 위선적 느낌을 주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말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새누리당이 아이들의 행복을 교육공약의 핵심가치로 내세운 것은 보수층을 넘어 중도나 진보로까지 당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012년 11월 5일 발표한 대선교육공약의 핵심 가치는 평등(공정)이었다. 
 
 유치원, 초등 저학년에 집중 투자하여, 교육의 출발선을 공정하게 만들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함께 교육의 출발선이 달라져 빈곤의 대물림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모든 0~5세 아동의 무상보육·교육을 실현하고 공립 보육시설과 유치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취학 전 1년의 유치원 과정을 의무교육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이러한 민주당의 공약은 진보진영의 기존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처럼 지지층의 외연확대를 꾀하려는 공약으로 보기 어렵다. 양 당이 내놓은 교육공약을 보고 새누리당은 지지층의 외연을 중도와 진보로까지 확장하려 했음에 반해 민주당은 기존 지지층의 지지에 안주하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이러한 점에서 새누리당을 “단순한 ‘보수정당’으로 간주해서는 아니 되고 중도를 장악한 ‘중도보수’정당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보고서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의 성찰은 타당하다. 
하지만 성찰이 이런 정도에서 그치는 것은 매우 부족하다.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가 시도한 성찰과 반성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능력의 문제가 그것이다. 
보고서에는 당시 민주당의 형편없었던 실력, 무능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다. 적어도 현저히 부족하다.
 
나의 관점에서 볼 때 2012년 대선 때의 민주당,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문제는 무능함에 있다.
물론 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전체 실력을 판별한 위치에 있지 못하다. 나는 양당의 공약과 정책 중 교육 분야의 것만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한 마디 하자면, 대선 당시에 보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실력 격차는 현저히 컸다. 적어도 양당이 선거 막바지에 최종적으로 내놓은 대선공약종합자료집의 교육 분야에 나타난 양 당의 실력 격차는 현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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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선 공약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문가 - 정책 보좌진 - 정무 판단을 내리는 보좌진 … 등이 서로 수없이 밀고 당기는 긴장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아니 그런 긴장된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야 마땅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 하나의 정책을 통해서도 그 안에 담겨진 대선진영 전체의 실력을 읽을 수 있다. 
당시 민주당의 대선공약종합자료집 교육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제시된 정책은 학제개편이었다. 교육의 출발선을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취학연령을 단축하고, 유치원 1년을 의무교육으로 하고, 초등학교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는 등의 학제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1. 교육 출발선을 공정하게 만들기
취학연령 단축, 유치원 1년 의무교육, 초등학교 5년 단축 등 학제 개편 검토
 
 학제개편은 2012년 11월 5일에 발표됐던 대선교육공약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기는 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투표일에 임박하여 발표된 최종 교육정책에서는 사실상 제일 중요한 정책이 되었다.
학제개편 공약은 실행 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 비해 실제 얻게 되는 이익이 매우 적은 공약이다. 물론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거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초등학교는 6년제가 아니라 5년제로 하는 것이 좋고, 중·고등학교도 따로따로 3년제로 하기 보다는 합쳐서 5년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초등 6년, 중·고등학교 각각 3년이란 학제는 이미 100년 넘게 시행되어 온 것이다. 이미 사회가 여기에 적응해 있다. 바꾸는 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은 비용에 비해 얻는 이익이 현저히 적은 정책이다. 
학제개편은 우리교육의 문제해결에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는다. 예컨대 초등학교 과정을 5년으로 단축한다고 해서 우리교육의 수많은 문제점이 웬만큼이나마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학제개편은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시급한 개혁과제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학제개편은 국민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도 아니다. 과연 학부모들이 초등학교가 5년제가 아니라 6년제라서 큰 불편을 느끼고 있는가? 그런 학부모들은 거의 없다. 
민주당 대선공약종합자료집의 교육정책은 교육전문가 중에서도 현실감각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의 주장을 별다른 정무적 판단과 검토도 없이 무작정 수용하여 만들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대선 기간 중 양 당이 발표한 교육정책을 보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욕망을 읽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읽어내는 능력만 부족했던 게 아니라 교육개혁의 핵심과제를 파악하는 능력도 부족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시 민주당의 대선 조직체계, 즉 전문가 - 정책 보좌진 - 정무 판단을 내리는 보좌진 – 후보로 이어지는 조직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교육 분야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던 나에게 당시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실력의 부족으로 보였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에 나타난 반성적 성찰은, 적어도 나의 입장에서는, 아직 한참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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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들은 대부분 공약집을 읽지 않는다.(교육 분야는 특히 더 그러할 것이다) 읽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대선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다. 정책공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에서 졌을 까닭은 결코 없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마음을 먹었던 나는 양 당의 대선공약종합자료집을 읽으면서 이렇게 빌었다.
 
“그래 제발 아무도 읽지 말아 달라. 기자들도 제발 읽지 않아서 언론에 언급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은 다음 대선에서는 자신의 지지자로 하여금 이런 터무니없는 소원을 빌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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