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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은 자유, 그러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03일 20시0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34분

작성자

  • 나은영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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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착각은 자유, 그러나
우리는 우리 앞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착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성인(聖人)들을 제외하고는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특별히 편견이 강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다. 물론 편견이 강한 사람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기중심적 편파’는 모든 착각의 기본이다. 약삭빠른 행동을 자기가 하면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요, 남이 하면 편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를 때리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고, 남의 아이가 자기 아이를 때리면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아이가 못된 짓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청문회의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들, 예를 들면 위장전입, 논문표절, 다운계약서, 병역면제 등 대부분의 좋지 않은 행위들도 자기가 하면 어쩔 수 없었던 일이거나 관행이었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특히 상대 정당에 속한 사람)이 하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격하곤 한다.
 
 남의 생각 넘겨짚기와 자기충족적 예언
착각을 일으키는 두 번째 위험요인은 남의 생각을 넘겨짚으려는 성향이다. 일단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본인의 생각대로 추측하고 나면, 그것을 기정사실화한 채 그 다음의 행동들이 진행된다.
‘자기충적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은 자기가 믿는 대로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인 중 한 사람이 상대방의 마음이 식었을 것으로 추측하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소 차가운 행동을 보이게 되고, 바로 이런 차가운 행동 때문에 정말로 마음이 식게 된다. 그러면 ‘거 봐, 내 추측이 맞지’ 하며 본인의 원래 추측(사실은 잘못되었던 추측)이 더욱 강화된다.
 
 합의 착각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 합의 착각(false consensus)이다. 두 사람이 싸울 때 흔히 두 사람 모두 “길을 막고 물어봐라. 누가 옳은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둘 모두 자기 생각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학생의 캠퍼스 내 흡연을 찬성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찬성할 것’이라고 믿는 반면, 반대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반대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 본인이 찬성하면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이고, 본인이 반대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래서 자기 생각에 더 확신을 갖고 상대방의 생각을 깎아내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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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적 무지
합의착각과는 반대로, 실제로는 본인의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서가는 사람이니 이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이런 생각을 못 따라 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현상이다. 예를 들면, 1968년 미국의 조사에서 실제로는 흑백분리정책을 찬성하는 백인의 비율이 평균 18% 정도에 불과했지만, ‘다른 백인들은 대부분 찬성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약 47%로서 과대 추론되었다. 즉, 자기는 앞서가는 공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흑백분리정책을 찬성하지 않지만, 다른 백인들은 대부분 찬성할 것이라고 잘못 넘겨짚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거 선거에서 다원적 무지의 사례를 찾아보면, 2002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과 당선가능성을 조사한 결과에 나타난다.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이 앞서자 그 당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이것을 믿지 않고 ‘당선가능성’을 추가로 물어 보았다. 당선가능성이 이회창 후보가 높게 나오자 비로소 여기에 국민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생각이 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실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선거 결과는 ‘지지율’로 결정된다. 당선가능성에는 본인의 생각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의견에 대한 지각, 특히 잘못된 지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집단사고
집단사고(groupthink)는 응집력이 강하고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집단에서 내리기 쉬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말한다. 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장일치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질적인 집단 안에서 집단사고가 나타나기 쉽다.
미국에서 케네디 대통령 집권 초기 자신감에 찬 상태에서 외부의 객관적인 의견들을 들어보지 않은 채, 각료회의에서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제재하기 위한 피그만 침공을 결정한 적이 있다. 이것은 역사상 가장 잘못된 의사결정의 하나로, 1400명 이상이 침투하여 무려 1200명 가까이 포로가 되고, 특공대 100명 이상이 전사한 대참극으로 끝났다. 당시 각료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만장일치의 분위기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찬성하고 있다고 착각하여,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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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객관적이려고 노력해야
사람은 누구나 착각을 잘 하지만, 그래서 아무리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자유롭기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면 착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단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기보다 첫 단계에서 ‘무비판적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의견’과 ‘사람’이 분리될 수 있도록 무기명으로 모든 가능한 대안들을 자유롭게 적어낸 다음, 그 의견들을 하나 하나 객관적으로 엄밀하게 검토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할 때 집단 구성원들이 비판에 대한 염려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아울러 외부 의견까지 종합해서 결정을 한다면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착각은 지나치게 자기 의견을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 유동성과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할 때 자기중심적인 착각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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