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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 정책의 엇박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02일 18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44분

작성자

  • 류권홍
  •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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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자원개발 정책의 엇박자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지난 정권의 자원개발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처럼 되어 있다. 하베스트 등 대표적인 자원개발 사례들을 들면서 지난 정권의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넘어 검경의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석유, 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2014년 2분기 에너지 총수입액이 340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6.3%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해외의존국이라는 우리의 처지와 2008년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피할 수 없는 국민적 요구였다는 사실들을 고려한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비난만 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에너지, 자원의 안보를 확보하는 것은 정권의 색깔을 불문한 국가적인 과제이다.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노무현 대통령이나,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적극적인 자원개발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 모두 국익을 위한 정책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일부 잘못된 사례를 근거로 자원개발 정책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면 우리의 현실은 외면하고 자기들만의 정쟁에 빠진 모양이 되고 말 것이다. 
자원개발 정책에서 지난 정권의 잘못은 자원개발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접근했다는 것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려하기보다는 조속한 성과의 도출에 집착한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많게는 10조원 이상의 투자가 요구되는 석유, 가스의 개발은 20-3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 아래에서 인공위성 프로젝트보다 높은 기술력과 자원보유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률 등에 대한 분석이 전체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종합 격투기 또는 종합 예술적인 사업이다. 즉, 자원개발에서의 위험은 아주 다양하고 복잡해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어 위험이 현실화되는 경우 수조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게 되어 있다. 특히 자원개발은 장기투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5년 임기의 대통령 재임 중에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비전문적이고 한시적인 임기의 정치권 인사들에 의해 사업이 검토되고 추진되면 당연히 실패확률이 높아진다.
 
자원개발사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첫째 충분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의 양성이고, 둘째 덩치만 키우는 대형화가 아니라 자원의 생산에서 수송, 정제, 판매까지 모든 사업분야에 참여하는 수직계열화된 메이저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자원개발에서 전문가는 기술이나 경제성을 평가하는 분야에 한정된 인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기술인력과 경제성 분석 능력이 자원개발 성공의 기초이지만, 해당 자원보유국의 정치상황, 문화, 법률 등에 대한 분석의 오류가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 양성 또한 절대적이다. 
 
2014년 포천(Fortune)의 글로벌 500의 10위권 안에 석유, 가스, 광물 개발회사가 7개이며 많은 회사들의 연 매출액이 우리나라 국가예산보다 크다. 해외자원개발을 가장 도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가 2013년 한 해, 상류부분에 투자한 금액만 4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규모는 2009년, 2010년이 되어서야 연 10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것도 석유, 가스, 광물 모두를 포함한 투자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 국제시장에서 메이저들과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선수’ 즉, 메이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독립계 자원개발회사(Independent) 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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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국내 자원이 없기 때문에 자원개발회사의 양성이 어렵다는 반론도 많지만, 이탈리아의 에니 또는 스위스의 글렌코어의 경우를 보면 옳지 않은 반론임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이탈리아나 스위스도 우리나라처럼 국내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또한, 우리가 생산한 물건을 수출해서 번 돈으로 사오면 되지, 공기업이 세금을 들여 해외자원개발투자를 직접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는 공산품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인 재화로 우리 산업의 식량이며 국민의 생존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미국 등 선진국들은 미래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화성에 탐사선까지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 기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35년까지 석유와 가스 상류부분에 대한 투자 금액이 약 1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상에 이보다 큰 산업은 없다. 그런데 이런 산업 분야에 직접 진출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더 큰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고 자동차나 휴대폰 팔아서 그 돈으로 비싸게 석유를 수입하겠다는 논리는 필자의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2008년 베럴당 140달러를 넘던 국제유가는 70달러 중반 아래로까지 떨어지고 있고, 이런 유가하락이 어디까지 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역사상 세계 최고의 갑부인 석유재벌 록펠러는 유가가 떨어질 때 사서 오를 때 판다는 기본적인 사업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가가 오를 때 세금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유가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세금으로 매수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산의 가치는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고, 더 싸게 팔아야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국민들의 비난도 더 커진다. 지독한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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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책임은 자원개발에 대한 엇박자의 고리를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치적 비난만 난무하며 정책의 엇박자가 계속되는 사이 국제유가는 다시 오를 것이고 우리는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잘못한 사람과 그 원인은 밝혀야 한다. 그러나 시시비비를 따지더라도 유가가 하락하는 지금이 오히려 공격적인 해외자원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시기라는 점도 잊지 않기 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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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2월02일 18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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