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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농축수협조합장 동시선거와 300만 조합원을 농락한 ‘위탁선거법’의 역설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는 당장 위탁선거법을 개정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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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1월21일 22시3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23분

작성자

  • 최양부
  •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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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전국 농축수협조합장 동시선거와 300만 조합원을 농락한    ‘위탁선거법’의 역설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는 당장 위탁선거법을 개정하라!

동네선거에서 ‘또 하나의 지방선거’가 된 농축수협조합장 선거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통분에 휩싸여 있던 지난 5월 2일 단통법 등과 같이 소리 없이 국회를 통과한 법이 또 하나 있다. ‘위탁선거법(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다. 내년 3월 11일 실시되는 ‘제1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위해 제정된 법이다. 국회는 2011년 농협법 개정 당시 전국 시. 군. 구 읍. 면 지역에 설립 운영 중에 있는 1161개의 농협조합장 선거가 부정과 돈 선거로 타락한 것을 바로 잡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2015년부터 전국의 모든 농협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강제위탁 시켜 한 날 한시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수협과 산림조합, 엽연초 조합 등도 동참했다. 그동안 조합장선거는 개별 조합별로 정해진 규정에 따라 치르는 ‘그들끼리의 동네선거’로 축소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 1360개의 농축수협과 산림조합 등 농림수산관련 모든 협동조합에서 대략 300만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또 하나의 지방선거’가 되었다. 전국의 농가인구가 270만 명 정도이니 사실상 우리나라 모든 농림수산인이 참여하는 선거다. 이번 선거에는 약 4000여명의 조합장 후보자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가 시장군수를 ‘지방행정의 장’이라고 한다면 조합장은 지방주민의 최대의 자치단체이며 경제사업체인 협동조합을 관리하는 ‘지방경제의 장’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사실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은 우리나라 농신어촌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독과점적 금산복합체다. 예를 들면 지역농협의 조합 당 평균경제사업 규모가 연간 대략 291억 원이 되고, 지역농협 전체가 운용하는 상호금융의 예수금과 대출금의 평잔을 합하면 약 290조 원이 된다. 지역농협이 연간 운용하는 총자산은 조합 당 약 244억 원이다. 이와 별도로 농협중앙회는 연간 30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농협은 하나의 NH농협구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거대기업집단이 되었다. 삼성이나 현대가 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이라면 농협은 지방경제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농협조합장선거는 어려운 농업인의 조그마한 영세조합이 아니라 시. 군. 구와 읍. 면의 지방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제사업체의 CEO을 뽑는 선거다. 조합장선거는 조합과 조합원의 장래는 물론 우리나라 농림수산업과 농산어촌 지방경제 장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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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협은 조합장 왕국

 

  사실 지방사회에서 조합장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자리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시군지방의 몇 안 되는 선출직 기관장으로 지방 유지의 반열에 오른다. 평균 억대 연봉을 받으며 각종 복리후생비가 뒤 따른다. 아무리 작은 조합이라고 하더라고 조합장은 연간 수억 원의 업무추진비와 지도사업비집행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큰 조합의 경우는 몇 십억 원을 상회하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100억 원대를 넘기도 한다고 한다. 조합장은 당선과 동시에 자기사람을 대의원회에 심고 이사와 감사로 뽑으면 그 다음 부터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조합장 왕국’을 만들 수 있다. 돈과 권력과 명예까지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 

 

 그 탓에 조합장선거는 언제나 경쟁이 치열하다. 눈독 드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조합장선거는 조합 당 평균 1-2000명 안팎의 등록된  조합원을 상대로 대개 3-4명의 후보자들이 나서서 경쟁을 한다. 물론 시군단위로 통합된 큰 조합의 경우는 1만 명 이상을 훌쩍 넘기도 한다.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고정표를 제외하면 몇 안 되는 부동표나 상대방 표를 빼내오기 위해 돈으로 표를 사 모으는 돈 선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조합장선거는 ‘돈 선거, 타락선거’란 오명을 얻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조합장선거는 10여일 정도의 짧은 선거운동기간 동한 ‘적당히 조용히’치르는 폐쇄적인 선거였다. 대부분의 조합원은 누가 조합장에 출마하는지, 누가 적합한 인물인지도 구별할 시간도 없이 선거를 치렀다. 그 때문에 조합 경험도 없고 무엇이 협동조합인지 알지도 못하는 지방 정치꾼이나 유지들이 나서 조합장직을 차지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출세기반으로 이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조합 임직원출신들이 차지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조합장 선출로 인해 농협 등은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잃고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은 뒷전이고 대리인인 조합장과 그를 감싼 임직원들이 조합경영을 제멋대로 운영해왔다. 그래서 잘못된 선거관행을 바로 잡기위해 조합장 동시선거제도가 도입되었고 그 첫 번째 선거가 3.11선거다.   

 

위탁선거법은 3.11선거와 300만 조합원을 농락한 불공정한 선거악법   

 

  그리고 국회와 정부는 공정한 3.11선거 관리를 위해 위탁선거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위탁선거법은 입법과정에서 공개된 의견수렴과정도 없이 의원입법으로 정부와 국회와 농협 등 ‘그들끼리’ 모여 소리 소문 안 나게 조용조용히 처리되었다. 농업계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대부분 위탁선거법이 제정되는지 모르고 있다가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지난 8월 1일 시행에 들어가면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위탁선거법의 제정은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정부(농림축산식품부, 안행부, 선관위)와 국회 간에 구축된 ‘농협마피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설이 파다하다.    

  

 위탁선거법은 시행되자마자 3.11선거의 명분을 뒤 짚는 악법이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직조합장을 위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현직조합장 보호법’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위탁선거법 제정을 “농협마피아가 저지른 대한민국 국회를 농락한 입법 참사”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유린이며...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유린한 ‘입법 쿠데타’”라고 질타하고 있다.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명색이 협동조합이라는 농협중앙회가 법 제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스스로 협동조합이기를 포기하고 협동조합의 본질을 훼손하고, 선거권자인 조합원의 권리를 박탈하는데 앞장섰다는 사실이다. 3.11선거와 300만 조합원을 농락하고 국회를 농락하는 한 것이다. 

 

 위탁선거법은 반민주적이고 반협동조합적인 악법 중의 악법이다. 조합장 후보들이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의 복리증진을 위해 조합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조합원들에게 알릴 기회를 박탈하고, 선거권자인 조합원들이 후보자들을 비교 평가해 선택할 기본권을 박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직 조합장을 보호하고 새롭고 참신한 새로운 조합장 후보의 출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선거권자인 조합원들은 농산어촌 지역 천지사방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후보자가 띠를 두르고 길거리에 서서 오가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누가 조합원인줄도 모르면서 명함을 나눠 주게 해 놓고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많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조합선거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흩어져 있는 조합원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후보자들이 자신을 조합원에게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탁선거법은 농협법과 정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개최를 금지시켜버렸고, 법안 원안에 있던 언론기관 및 단체의 후보초청토론회도 제3자 개입이라면서 삭제시켰다. 이 모든 것이 입법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요구와 농식품부의 찬성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위탁선거법은 다른 공직선거법이 인정하는 예비선거 운동기간과 후보자예비등록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1년 내내 아무 때나 수시로 할 수 있는 인터넷, 문자메시지, 전자우편을 활용한 돈 안 드는 선거운동도 이 법은 선거운동기간인 14일 동안만, 그것도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선거운동은 오직 후보자 본인만이 하게  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조합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했다. 더 나아가 ‘법으로 정해진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조합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결사체인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직 조합장과 임직원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누가 조합원인지 잘 알고 있을 뿐 만 아니라 누가 내편인지 아닌지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라는 구실로 얼마든지 조합원을 방문 내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조합장은 당선이 되는 순간부터 4년 후 차기선거를 위해 조합원관리를 시작한다고 한다. 임기 내내 조합경비로 마음대로 선거운동을 한다. 이와 같은 원천적인 불공정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예비선거운동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민주적 선거고 공명정대한 선거라고 말할 수 있다.  

 

 한 토론회에 참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선관위와는 무관하게 의원입법으로 법이 만들어졌다고 변명을 하면서도 자신이 보기에도 이 법은 선거권자(조합원)의 권리를 현저하게 제약하고 새로운 후보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현직 조합장을 위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선거법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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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을 모아 ‘농협주인찾기’에 나서자 

 

  이런 불공정한 선거법을 가지고 조합장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위탁선거법을 당장 개정해야 한다. 위탁선거법은 아무리 늦어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어 내년 3.11선거가 진정으로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보자 합동연설회나 토론회, 언론기관이나 농림수산단체 후보자 초청토론회가 허용되어야 하며, 선거운동기간도 공직선거와 같이 최소한 60일정도의 예비선거운동기간과 예비후보등록을 허용해야한다. 선거운동원수도 후보자 1인에서 최소한 후보자를 포함한 조합원 3인 이내로 확대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국회는 협동조합사상 처음 실시되는 조합장동시선거가 진실로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위탁선거법 개정에 당장 나서야 한다. 선거권자인 300만 조합원들도 들고 일어나 국회와 정부에 위탁선거법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 일만큼은 누가 대신해 줄 수가 없다. 조합원 자신들이 박탈당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고 주인의식을 되찾아 조합의 주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만약 위탁선거법개정이 기한 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3.11선거 거부운동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농협주인찾기의 시작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우리나라 최대의 풀뿌리 민주자치조직인 농협과 수협과 산림조합이 진정한 민주화와 자치화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허구일 뿐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이념의 정치에서 생활의 정치로 거듭 나 생활현장의 민주주의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가 3.11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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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1월21일 22시3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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