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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의 정치학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1월21일 21시3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27분

작성자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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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캐스팅의 정치학

신문에는 인물난이 있다. ‘피플 앤 스토리’ 라고 해서 인사 동정과 주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사 동정엔 국가 중앙부처, 공공기관의 인사가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 신문사, 대학, 병원, 대기업 등의 주요 임원들의 인사가 주를 이룬다. 때로는 학회나 사회단체의 회장이 새로 취임한 경우 이를 알린다. 이런 인사 말고 주요한 인물이나 화제의 인물은 스토리 형식을 빌어 박스형 기사로 다룬다. 재계 인사는 경제면 별지에서 따로 다루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인사에 관심이 많다. 전직 대통령 YS가 “인사는 만사”라고 말해서가 아니라 사실 인사가 만사이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면서도 만사를 그르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항상 제일 시끄러운 부분이 인사 문제에서 발생한다. 시끄럽다는 말은 인사가 세인의 관심의 대상이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영화에서 캐스팅은 매우 중요하다. 시나리오가 탈고되면 주요 배역을 결정하는 것을 캐스팅이라고 한다. 캐스팅 여하에 따라 영화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캐스팅에는 원칙이 있다. 원칙이란 각본의 의도대로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를 뽑는 것이다. 캐스팅의 최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영화는 원래 감독의 예술이다. 그래서 감독은 영화의 편집권을 가지며 작품성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게 된다. 물론 요즘은 흥행까지 책임을 져야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시작할 때 제작회사의 로고가 맨 먼저 뜬다. 제작사가 어디라는 것을 알린다. 국가로 치면 어느 나라라고 알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요 배역들의 배우 이름이 소개되고 이어서 제작자, 주요 스텝의 이름 등등이 나오고 맨 마지막에 감독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것은 앞으로 전개될 영화의 최종 책임이 감독에게 있다는 뜻이다.

 

영화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최우선 순위는 작품성이다. 작품성이란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뜻한다. 완성도란 이야기를 배우들이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소화하여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였느냐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영화의 줄거리는 시나리오의 완성도이고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대사나 행동을 통해 주인공의 캐릭터를 사실감 있게 때로는 사실 이상으로 과장되게 표현하여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던지는 영화를 잘 만든 영화라고 한다. 잘 만든 영화는 배우의 연기 뿐 만이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시청각 요소가 일체가 되어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모든 관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여 카타르시스적인 감동을 주는 영화를 말한다. 이때 흥행의 성공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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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천7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여 한국 영화역사상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의 주인공은 최민식이다. 혹자는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최민식 대신 김명민이 더 낫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안성기라면 더 잘 했을 거라든지 혹은 김명곤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그것은 관전하는 구경꾼과 훈수꾼의 촌평일 뿐이다. 영화의 최종 캐스팅의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감독의 캐스팅 여부에 따라 영화의 느낌과 질감이 달라진다. 이것이 영화의 묘미다. 같은 줄거리의 대본이라도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영화의 성격과 형식이 달라진다. 특히 캐스팅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영화의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순신을 만일 최민식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고 상상해 보라. 최민식의 <명랑>은 분명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위임받아 국정을 책임진다. 대통령은 국정을 함께 운영할 장관이나 기관장들을 선임한다. 청와대 비서들을 고르는데 그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하고 따르는 충성심 높은 자들을 선택한다. 마치 영화감독이 그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자들로 연출부를 구성하듯. 대통령의 생각이 국정철학이다. 그는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자들을 선발하여 국가를 운영하고자 한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은 뇌 없는 아메바와 같은 충성심으로 무장한 졸개들을 뽑기도 하고 때로는 제갈량의 지혜를 가지고 유비에게 조언하는 책사의 역할을 하는 뛰어난 충신들을 선발하기도 했다. 어쩌면 둘 다 필요한 유형인지도 모른다. 캐스팅의 방식과 성격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지듯 국가의 주요 배역 캐스팅이 누구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국운의 방향이 뒤틀리기도 한다. 

 

영화의 대통령 격인 감독은 그를 보좌할 조감독과 연출부, 그리고 스크립터라 불리는 기록자를 옆에 둔다.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미술감독과 세트 디자이너, 조명감독 등 스텝들이 공들여 제작해 놓은 세트 앞에서 배우들의 동작선을 그린다. 야외 촬영에서는 태양의 광선을 체크하며 촬영 감독과 화면의 미장센에 대해 상의를 한다. 그리고 최종 순간에 촬영 시작을 뜻하는 ‘레디 고’를 외친다. 순간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된다. 그 씬이 끝날 무렵 감독이 종료를 뜻하는 ‘커트’를 외치면 일순 배우의 연기와 카메라가 동시에 작동을 멈춘다.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미술감독, 프로듀서, 제작부장 등 여러 부서의 책임자 등 개성 있는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합작품이다. 모든 이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고 독자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스텝들의 도움을 받아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고 완성도 높은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은 역시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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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이 영화의 성공을 담보하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듯이 대통령의 인사는 국정 성공의 핵심 사안이다. 이미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현 정부의 인사 문제를 비난하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인사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고 항변하면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계속 잡음이 나니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인사에 문제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 비난의 핵심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스 캐스팅을 한다는 것이다. 최민식 배우가 했어야 할 이순신 장군 역할에 개그맨 이경규를 캐스팅한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최민식의 이순신에서 이경규의 이순신이 될 뿐이다. 이경규표 <명량>의 흥행 여부는 모르긴 해도 1천7백만 까지 가는 대박영화에 끼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캐스팅의 실패는 영화의 실패다.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국가의 흥행 실패다. 영화에서만 흥행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도 흥행이 있다. 감독이 러닝 타임 100분 동안 배우 누구를 캐스팅해서 어떤 짜임새로 무슨 색깔의 영화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철저히 계산해서 연출을 하듯이 대통령의 인물 캐스팅도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국민은 스스로가 선택한 ‘박근혜 감독의 대한민국이라는 작품’에 감동받기를 원하다. 흥행에 성공하기를 원한다. 흥행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국가 브랜드도 상승하고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 박근혜 감독의 ‘대한민국’이 구미 열강과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확실한 중심을 잡고 세계만방에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기를 염원한다. 경제로 문화로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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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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