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엔화 가치 하락과 대응 방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1월17일 20시2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57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메타정보

  • 31

본문

엔화 가치 하락과 대응 방향
지난 9월 필자는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글을 여기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엔/달러 환율은 201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115엔을 넘어섰다. 엔화 가치 하락 요인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다시 짚어본다.
 
일본은행, 과감한 양적 완화 단행
지난 10월 말 일본 중앙은행(Bank of Japan. BOJ)이 양적 완화를 추가적으로 단행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114엔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2007년 12월 이후 처음인데, 그 이유를 일본 국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예상보다 많은 양적 완화 규모에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BOJ는 2013년부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에 이를 때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하기로 하면서 돈을 풀고 있다.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연간 본원통화 공급 규모를 기존의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9월 현재 246조엔인 본원통화가 올 연말에는 275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경우 본원통화가 지난해 46%나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42%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본원통화가 14%, 올해 8월까지 11% 증가한 것과 비교해보면 일본이 얼마나 많은 돈을 찍어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래 <그림 2>는 2012년 12월을 100으로 보고, 그 이후 한미일 본원통화 증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2014년 9월 현재 일본의 본원통화가 1.9배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는 8월까지 1.3배 늘었다.)
 
일본의 해외투자 증가도 엔 약세 요인
한편 일본 공적연금(GPIF)의 해외투자 확대 계획 발표도 엔 약세를 가속화시켰다. BOJ의 추가적인 양적 완화 발표 이후 공적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 계획도 나왔다. 이에 따르면 GPIF는 채권투자 비중은 기존의 60%에서 35%로 낮추는 대신 주식투자 비중은 12%에서 25%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해외 주식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해외 채권투자 비중을 11%에서 15%로 늘리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시장의 예상(각각 15%, 14%)을 초과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을 초래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달러 강세
이런 일본 내의 엔 약세 요인과 더불어 미국의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회귀가 앞으로 엔화 가치를 더 하락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0~0.25%로 인하했다. 이도 모자라 2009년 3월부터는 비정상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를 3차례에 걸쳐 단행했다. 이같은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회복되었다. 2014년 3분기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8% 증가했으며, 한때 10%까지 올랐던 실업률도 지난 9월에는 5.9%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양적 완화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를 완전히 종료했다. 이제 미국은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필자가 분석해보면 엔/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본과 미국 본원통화의 상대 비율로 나타났다. 엔/달러 환율과 일/미 본원통화비율의 상관 계수가 같은 기간에 0.83으로 매우 높게 나온 것이다. 2012년까지는 미국이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2012년 9월에는 엔/달러 환율이 77엔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일본이 미국보다 돈을 상대적으로 더 풀면서 엔이 약세로 돌아서고 최근에는 1990년 이후 평균인 110엔을 돌파했다. 미국은 이제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더 풀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엔화 가치는 추가적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달러당 120엔대에 접근할 전망이다.
  
한일 수출경합도 매우 높아
엔화 가치 하락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서면서 일본 경제가 거의 20여 년 동안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어느 정도 탈피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적극적 통화정책은 ‘근린궁핍화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으로 이웃인 한국 경제 전망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해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0.501로 2006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출경합도는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계량화해 외국시장에서 국가간 경쟁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경합도가 1에 근접할수록 수출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한일 수출경합도가 0.5 이상이라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 품목 중 절반 이상이 유사하다는 의미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0.837), 반도체장비(0.766), 자동차(0.707) 순으로 높다. 최근 한국 주식 시장에서 이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주식시장이 이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990원 정도인 원/100엔 환율이 내년에 950원으로 떨어질 경우 한국 전체 수출이 4.2%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 보고서는 900원일 경우는 내년 수출이 8.8%나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는데, GDP의 6% 정도인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할 때 원화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내년 원/100엔 환율이 900원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 수출의존도 높아져
한국 경제는 1997년과 2008년의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높은 환율과 더불어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다. 한국 경상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에 31%였으나, 2012년에는 5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54%로 다소 낮아졌으나, 아직도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이다. 앞서 본 것처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이 줄어들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 등이 예상한 3%대 후반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계는 높은 부채로 소비를 늘릴 수 없는 상태이고 기업은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대규모의 현금(한국은행의 자금순환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484조원이다)을 보유하고 있으나 투자할 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 증가가 수출 감소를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은행,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대응 필요
엔 약세 시기에 한국의 각 경제주체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책 당국은 일본 엔에 비해서 한국 원이 지나치게 강세로 가는 것을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적 완화와 유사한 정책도 펼칠 필요가 있다. 조만간 일본 중앙은행과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과감한 양적 완화를 단행할 수 있다. 유로지역 경제가 지난해 마이너스(-) 0.4%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1% 이하로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도 0.5% 상승에 그쳐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경제주체, 엔 약세 활용할 기회
금융회사들은 일본 자금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경제 회복에 따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되었던 미국계 자금이 일부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일본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통화를 공급하고 일본의 연기금이 해외투자를 늘리면, 그 자금 중 일부가 한국의 금융시장으로 유입되어 미국계 자금의 공백을 메워주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은 엔 약세 기간을 이용해서 일본 소재 기업 등에 투자하면서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수출입 통계가 작성된 이후 일본과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가 44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음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교역에서는 254억 달러 적자를 냈다. 아직도 중요한 소재 및 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799억 달러였고, 올해는 8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돈들이 결국은 해외로 나가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 중 일부가 일본에 투자된다면 우리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 환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800억 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할 때, 한국 원화는 미 달러에 비해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나, 엔이나 유로에 대해서는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 
 
가계도 금융자산 다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률을 제고시킬 수 있다. 한국은행의자금순환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은 2,726조원이다. 이 돈들을 받아들일 정도로 국내 금융시장이 크지 못한 상태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주식시장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국내 금융자산 투자에서 기대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일본과 유로지역의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해 해외에서 개인의 부를 늘릴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20141117202851590456gjp.jpg
2014111720281015904562jp.jpg
 

31
  • 기사입력 2014년11월17일 20시2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5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