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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성장과 같이 가는 길, 학습복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1월12일 21시4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42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메타정보

  • 30

본문

복지가 성장과 같이 가는 길, 학습복지

복지는 성장과 같이 갈 수 없는 것일까? 복지를 위해서는 성장을 희생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러한 양자택일적 사고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지가 성장과 같이 갈 수 있는 길이 있고, 이미 이 길에서 앞서서 성공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장을 촉진하는 복지를 선택해야 한다. 과거 복지국가 시절 북유럽의 전통복지(welfare)는 빈곤층에게 사회적 최저수준을 누리게 하기 위해 댓가 없이 이전소득 형태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였다. 이러한 복지는 어느 시점에 가면 근로동기의 약화, 복지재정의 팽창 등을 초래하여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80년대에 복지국가의 혁신이 추진되었다. 그 핵심은 전통복지에서 고용복지(welfare-to-workfare)로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고용복지는 일을 통한 복지이다. 전통복지와 달리, 고용복지는 빈곤층에게 일자리기회를 제공하고 근로의 대가로 소득을 획득하게 한다. 말하자면, 복지정책과 노동시장정책이 결합된 것이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고용복지는 전통복지의 문제점을 부분적으로 해결하였다. 복지수혜 대상자의 상당수가 일을 통해 소득을 획득하게 되었고, 그만큼 정부의 복지재정 부담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초기의 고용복지는 일을 통한 복지 그 자체에 치중하다 보니 일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와 일과 사람의 결합의 적합성과 일에 대한 만족도, 그리고 일의 사회적 효용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직업능력의 향상 없이 할 수 있는 일자리란 기술수준이 낮고 저임금인 단기적인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자리를 제공받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용만족도는 당연히 낮아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직업능력을 개발·향상시키고, 보다 양질의, 보다 생산적인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에서 나온 것이 학습복지 (learnfare)이다. 따라서 학습복지는 고용복지의 대체개념이라기 보다는 이를 보다 충실하게, 보다 생산적으로 하기 위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덴마크는 90년대 초 10%에 가까운 높은 실업률과, 이에 따른 높은 복지비용 부담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에는 실업률이 90년대 초의 절반으로 낮아졌고 고용률은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복지와 노동시장 개혁 정책이며, 이는 황금삼각형(Golden Triangle)으로 정형화되었다. 황금삼각형을 구성하는 세개의 축은 유연한 노동시장, 충실한 사회안전망,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학습복지)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능력을 왕성하게 하고, 사회안전망의 완비를 통해 사회적 최저수준의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며, 학습복지 공급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한편에서는 일자리의 질을, 다른 한편에서는 개인의 직업능력을 향상시켜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보다 생산적인 일을 통한 복지가 가능해질 뿐 아니라 기업에게는 고용의 유연성이, 그리고 근로자에게는 고용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 실현되는 것이다.

 

               덴마크의 황금삼각형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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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학습복지를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과거 복지국가의 전통 때문에 복지수준이 높고 조세부담율도 높다. 세계화 이후 이러한 국가들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기업은 해외로 옮겨가며 실업자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핀란드, 스웨덴 등 북구 국가들을 보면 복지수준도 높지만 국가경쟁력도 매우 강하다. 대체로 IMD국가경쟁력 순위에서 10위 이내에 들어간다. 이들 국가들이 높은 복지수준과 강한 경쟁력을 동시에 실현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학습복지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평생학습 참가율이 1%p 높아지면, 1인당 국민소득이 332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50%를 상회하며, 이러한 학습이 국민 개개인의 혁신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서 높은 복지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리하여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복지와 성장이 같이 가는 것이다.

 

 국가유형별 평생학습참여율 그리고 성장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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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 숫자는 평균 평생학습참여율임.

 

 

 우리나라는 대학진학율이 80%에 달해 양적인 측면에서의 학교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을 마친 후 학습과 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 평생학습참가율이 2004년 21.6%에서 2012년 35.6%로 높아졌지만 이 가운데 체계적인 형식교육은 3.5%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국민개개인의 직업능력 향상이 부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영세자영업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학습과 훈련을 통한 개개인의 직업 능력개발을 소홀히 한다면, 머지않아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전통적 복지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개인과 사회전체의 혁신역량 약화로 성장잠재력을 키워가는 데에도 큰 제약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학습복지의 충실화를 통해 국민개개인의 고용의 질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전체의 혁신역량과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학습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사회학습망(social learning net)을 구축해야 한다. 이 학습망은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하되, 지자체, 교육기관, 노, 사, 시민단체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학습복지가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학습상담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개인의 능력과 학습욕구, 노동시장의 수요 등을 감안한 맞춤형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습이 사회적으로 권장될 수 있는 제도와 문화의 정착도 필요하다. 가장 필요한 것이 능력주의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의 학습의 양과 질을 평가하여 우대하는 사회적 인증제를 도입·확산시켜야 한다. 또한 채용과 보상에서 능력주의가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학력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능력이 좋은 일자리를 얻고,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척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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