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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건강, 경제적 안녕 (Economic Well-being)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1월07일 20시4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14분

작성자

  • 안명옥
  • 前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차의과학대학교 교수. MD, PhD, DrPH, MPH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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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경제적 건강, 경제적 안녕 (Economic Well-being)

 

 오늘은 건강의 7가지 측면(무지개 건강)에서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에 이어 4번째로 경제적 건강을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경제적 건강, 경제적 안녕이라 하면, 언뜻 경제적인 부유함을 말한다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지 모릅니다. 모든 일에 그렇듯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많은 돈, 많은 물질을 가져야만 부유하고, 경제적 안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또한 많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적절한 재화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하고, 안녕함을 영위하고 살아갑니다. 이 경제적 건강, 경제적 안녕은 7가지 건강 중 다른 6가지 건강과 직, 간접으로 연관되어 있지만 신중한 분석과 해석이 필요합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분들이 생명을 잃거나 건강을 잃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민하다가 쓰러지거나, 자살도 했지요. 불행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지금도 그 상황은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적인 건강은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등 다른 안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경제적 건강은 어느 정도까지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건강개념 자체도 개인마다 심한 편차를 보일 수 있어서 어떤 분은 오늘 일용할 양식만 있어도 언제나 감사하는 건강을 가진 반면 어떤 분은 많은 돈과 재화를 수중에 가지고도 또 욕심을 내기도 합니다. 그 상황이 건강할리 없죠. 어느 면에서 경제적 건강은 여섯 번째로 논의할 영혼의 건강, 영적 건강과도 필수불가결의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적 건강을 위하여 다섯가지 바로 행동으로 옮겨볼 수 있는 사항을 제안하려 합니다. 

 

첫째, 오늘 한번 옷장을 열어 내가 갖고 있는 옷과 구두들을 헤아려 보기를 권합니다. 아직 20, 30대의 젊은이들은 해당사항 없을 수 있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나의 옷들을 철마다 깨끗하게 잘 보관하며 입으면 아마도 100세까지 옷 하나 더 안사도 잘 입을 것입니다. 한철에 즐겨 입는 옷이 몇 벌이나 될까요? 있는 옷 즐겁게 바꾸어 입어도 일생 멋지게 살 수 있습니다. 혹, 깨끗하지만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은 그 옷을 필요로 하며 잘 입을 분들과 빨리 나누어 더 많은 이웃이 재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려도 함께 실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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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집 찬장을 열어보세요. 일생 우리 가족이 쓰고도 남을 풍족한 그릇이 들어있을지 모릅니다, 최근 안 쓰는 식기들도 즐비할 것입니다. 셋트에서 몇 식기가 깨졌다 해도, 최근 유행같이 아름답게 여러 종류의 그릇을 사용하며 더욱더 품격 높은 식탁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 한동안 안 쓰던 그릇과 부엌 도구들을 다른 분들과 나누어 더 이상 찬장 안에서 자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식기들을 해방시켜 주세요.

 

셋째, 갑작스런 경제적인 위기가 온다 해도 그동안 알고 사랑을 나누던 분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일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이 있고 이웃, 교회, 사찰이 곁에 있습니다. 실상 의외로 마음 좋은 분들이 많아 이웃 아픔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단지 상황을 모르면 사랑의 마음을 보일 수 없을 뿐이죠. 혼자 아파하지 말고 이웃의 도움도 구하면 좋겠습니다. 또 이러한 도움 요청이 있을 때 바로 마음을 열어 이웃이 필요한 재화를 나누는 실천과 행동의 마음을 언제나 가지고 있어야 도울 수 있지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름 아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니 하겠다고 결정하면 조금이라도 즉각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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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상황에 따라 무척 문제가 심각할 수 있긴 합니다만 먹는 데는 그리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에요. 중년 이후가 되면 기초대사량이 적어지므로 하루에 두끼 먹어도 나에게 필요한 칼로리보다 더 섭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과식보다는 ‘소식’이 체중조절에도 필수이고 건강에 좋습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잘못되어 있어도 혹, 알았던 친구와 친지들이 일생 돌아가며 하루 한끼 함께 하지 못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또한 요즈음은 많은 복지기관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치 못할 어려운 경우를 맞닥뜨렸을 때 응급대응으로 그를 활용하는 방법도 분명 있습니다. 상황이 매우 열악해지면 요청을 하는 분들은 더욱 움추려질 수 있으므로 나눌 수 있는 분들의 열린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누면 풍족하고 나누지 않으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입니다. 우리 모두 풍족해지는 세상을 이루는 것은 우리 모두가 마음먹고 결정하면 되는 선택사항입니다.

 

다섯째, 순간 순간의 탐욕에서 벗어나 ‘무소유’를 지양하며 알뜰살뜰 아끼며 저축하고, 또  축복을 나누는 일입니다. 바로 나의 가족 안에, 친척 중에, 이웃 중에 내 경제적인 나눔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멀리 있는 이웃을 따뜻한 ‘보편적 형제애’의 마음으로 돕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바로 가까이 있는 가족, 친척들의 경제적인 어려움, 필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면, 그들부터 알뜰살뜰 살피면 아마도 우리 사회는 빠르게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입니다. 가족과 친척에게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이웃의 요구와 필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되돌아옴을 전혀 바라지 않는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선물로써의 진정한 사랑의 마음(logic of gift)으로 경제적인 축복을 나누는 것입니다. 

 

목민심서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놀라운 말씀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 유형적인 것은 쉽게 부서지지만, 무형적인 것은 없애기 어려운 법이다. 자신의 재물을 자신이 사용하면 그것은 유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재물을 남에게 베풀면 그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질을 유형적으로 향유하면 장차 해지고 부서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형적으로 향유하면 변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돈과 재물은 저절로 움직이거나 이동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주어야 움직여집니다. 그래서 나눔과 도움의 커다란 힘은 이러한 행동적 실천으로 위대한 모습을 들어내게 됩니다. 나눔공동체는 그리하여 우리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모두가 경제적으로 건강하고 안녕한 행복공동체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상대적 빈곤감으로 절망과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가진 경제적인 축복에 감사하고 유비무환, 또한 내가 받은 축복의 나눔을 실천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오늘 다시 희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지 말고 때로는 도움도 적극적으로 청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조금씩 더 나은 삶을 향해 함께, 더불어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경제적 건강과 안녕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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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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