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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2대 적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9월02일 23시1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4시52분

작성자

  • 조대환
  •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

메타정보

  • 32

본문

대법원의 2대 적폐

1. 7년 동안이나 1심 재판하고 있는 태안기름 유출사고 피해배상 사건

 

  “지난 2007년 12월 태안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을 맞으면서 피해민 가운데 고령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태안유류피해 민사소송을 맡은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지난 1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이 사정재판 결과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한 뒤 1차로 2만 1천여명의 피해민에 대한 사망여부 확인을 충남도에 요청했는데 3.61%인 76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산지법은 최근 2차로 4만 3천여명에 대해 사망여부 확인을 충남도에 요청했고 6개 시.군이 주소지별로 확인에 들어간 가운데 추가로 4,322명(합계 약 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사망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해주민이 사망할 경우 자녀 등 상속인이 지위를 이어받아 소송을 계속할 수 있지만 지루한 싸움에 지쳐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상은 2013. 7. 10.자 노컷뉴스 기사다.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민들과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 및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 사이의 민사소송 1심 선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판결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 보상과 관련해 서산지원에서 진행 중인 12만2천여건의 소송 중 판결을 통해 대규모 피해주민의 피해 여부와 규모가 가려진 첫 선고다. 앞으로 화해 권고나 소 취하 등으로 결론이 난 2만7천여건을 제외한 9만여건의 1심 소송 결과가 연말까지 나올 전망이다.” 이상은 연합뉴스의 2014. 5. 21.자 기사다. 

 

  결론적으로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피해자 12만여명은 7년이 지나도록 법원의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5,000명 이상의 피해자는 그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였고 또 상당수의 사람들이 소송을 유지할 능력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헌법 제27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는바, 대법원은 진작부터 마땅히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과 피해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위 사건을 판사의 수효도 적고 소규모의 서산지원에 맡겨두고 수시로 판사들을 인사이동시키면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 같은 많은 판사가 근무하는 대규모 법원에 배당하던가[민사소송법 제28의 관할의 지정, 제29조의 합의관할, 제30조 변론관할, 제35조 손해나 지연을 피하기 위한 이송 등 법규정이 있어 의지만 있었으면 충분히 이송이 가능하다.] 아니면 서산지원에 한시적으로 많은 판사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를 파견하여 최대한 신속히 심리하여 피해구제를 해주었어야 했음에도, 이처럼 12만여명의 국민에게서 신속한 재판을 권리를 심각하게 박탈하였으니 이보다 더 큰 죄악이 있을 수 없다. 그동안 판사를 임지에 배치한 다음 국민의 인권을 어떻게 다루는지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아니하는 적폐가 된 관행의 폭력이 이 지경으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2014. 4. 발생한 세월호 사건에 있어 광주지법 사건 재판과정을 생중계하여 안산지원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대법원 규칙을 개정하다니 이번 조치는 왜 이리도 신속한가? 공동체의 정의는 인간의 운명이 같다는 의미일 것인데 대법원이 행사하는 재판절차는 왜 이리 공동체의 일원들 사이에 운명을 갈라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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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혜적, 예외적 보석허가로 신체자유를 침해하는 횡포 

 

  “최근 1년간(20011. 9. - 2012. 8.) 순천지원의 보석청구 123건 가운데 68건이 허가돼 보석허가율이 55.2%에 이른다. 같은 기간 광주지법 본원 47.3%(192건 중 91건)보다 높은 수치다. 순천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광주지법의 보석율도 전국평균 39.3%보다 훨씬 높다.” 이상은 2014. 4. 3.자 오윤환 칼럼에서 인용한 것이다.

 

  “2006.년도 전국 지법 보석허가율은 최고가 창원지법 77.%, 최하가 서울북부지법 36.7%이며 연도별 추세는 전국 지법 기준 2004.년도 56.9%, 2005.년도 55.1%. 2006.년도 54.1%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이상은 2006. 12. 22.자 선병열 의원실 자료이다.

 

  결론적으로 전국 법원의 보석허가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고 보석 허가율이 높은 법원은 주로 지방법원이라는 이유로 향판의 영향 등이라며 비난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석에 대한 평가는 법원이 그동안 보석제도를 잘못 운영해온 적폐의 영향으로 국민들이 완전히 거꾸로 알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며, 특히 수많은 피고인의 경우 불구속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국의 형사소송절차는 일치하여 죄를 지은 사람은 일단 구속한 다음 보증금 납부 등으로 향후 형사소송절차에 출석할 것이 보장되면 그 다음부터는 불구속으로 수사하고 재판한 다음 선고 단계에서 실형이 나오면 구금하게 된다. 우리 형사소송법도 같은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 즉 형사소송법 제94조와 제95조는 “재판단계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이나 가족 등이 보석을 청구하면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의 선고가 예상될 경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보석을 허가하도록 의무규정(이른바 필요적 보석)을 두고, 이에 더하여 제96조는 보석 불허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직권 또는 신청으로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임의적 보석 혹은 직권보석이라 한다.)하고 있으며, 나아가 수사단계에서의 기소전 보석(제214조의 2 제4항)까지도 가능하도록 규정하여, 형사피의자와 피고인은 구속→보석→불구속 상태의 수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법원의 설립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법원에서 운용하는 구속제도는 그렇지 못하다. 수사기관이 도주우려가 있어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대부분 기각하므로 이 때문에 다시 도주하는 사람이 많아 수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지만, 일단 구속된 사람은 왠만해선 보석으로 석방해 주지 않는 관행으로 인하여 헌법 제12조(신체의 자유), 제27조 제4항(무죄추정)의 인권보장을 위한 불구속재판원칙을 스스로 짓밟고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이러한 적폐를 잘 알고 있으므로 2011. 9. 취임과 동시에 바람직한 구속제도 운용을 위하여 기소전 보석제도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으나 어떤 경위인지 모르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추측컨대 법원 내부의 반발 분위기 때문이라 본다. 반대하는 이유는 보석을 확대운용하면 이를 결정하는 판사와 보조하는 일반직의 업무가 늘게 되어 귀찮고, 중범을 불구속으로 재판하게 되면 판결을 선고할 때 법정 구속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이때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하여야 하는 등 부수업무가 많아지며, 보석허가가 원칙이 되면 재판부가 시혜적 재량행위로 보석함으로써 누리던 재판부의 우위적 권리가 도리어 피고인이 당연히 보석을 요구하는 피고인의 권리, 재판부의 의무로 전세가 역전당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으로 본다. 

 

  대법원은 늘 국민의 권익옹호를 외치고 실체진실보다 적정절차 보장이 우선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운용은 대표적 적정절차 규정인 보석제도의 퇴행적, 제한적 운용을 통한  심각한 신체의 자유라는 인권을 침해하는 권력기관으로 전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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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대법원의 권리구제 기능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 지 오래인데도 대법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보석 운용이 일선 법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썩은 사과가 문제가 아니라 썩은 상자가 사과를 썩게 한다. 대법원은 현재 정책법원을 지향하며 스스로 권위세우기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처럼 대법원이 본연의 권리구제기능을 외면한 채 국민의 인권침해를 계속하다간 언젠가는 국민들은 대법원에 대한 존경과 권위존중을 철회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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