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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들의 변호사 개업, 자제되어야 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8월03일 22시5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51분

작성자

  •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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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들의 변호사 개업, 자제되어야 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전직 대법관과 전직 헌법재판관이 피고로 기소된 사건을 심리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라는 최고사법기관의 재판관들이 피고가 된 사건이어서 사회적 이목이 여기에 집중되었다. 
 
 
전직 대법관, 변호사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다
  ​
  우선 전직 대법관은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가 되어 수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고검에 의해 기소되었다.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은 “변호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제3호에서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포함시키고 있고, 같은 법 제113조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면서 “제31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라고 그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판사 등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 신분으로 수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직 대법관이 맡은 사건의 내용은 원래 다음과 같았다. 대기업 사원으로 근무하던 정모씨는 근무 중 알게 된 사내 비리를 사내 감찰팀에 신고했고 이후 왕따 메일과 승진 누락 등의 불이익을 받다가 2000년에 해고된 공익제보자다. 그 후 정모씨는 부당해고의 무효를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의 대법원 상고심 재판장이었던 이 전직 대법관이 정모씨에 대해 패소판결을 내린다. 정모씨는 동일 사건에 대해 해고무효를 다투는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었는데, 대법관이 퇴임 후 이 민사소송에서 대기업측 변호사로 선임되었고 대법원에서 다시 정모씨 패소의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정모씨는 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서울고검이 유사 사례에 대한 법원의 이전 판례들과 해외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동일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하고 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한다. 그리고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도 이러한 기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전직 대법관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비록 벌금형이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0n89knpe2n.jpg 전직 헌법재판관, 주거침입 혐의로 법정에 서다

  

  또 얼마 전에는 전직 헌법재판관이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서는 일이 발생했다. 언론에 보도된 이 사건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7월에 감리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전모 목사가 당선된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 금품 등이 오고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졌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변호사는 감리회의 재판기관인 총회 특별재판위원회 재판위원으로 있으면서 부정선거 주장을 받아들여 전모 목사의 당선에 대해 무효결정을 내린다. 이에 전모 목사는 법원에 이 당선무효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감리회에 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답변서 제출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후에 전모 목사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서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감리회측 인사들이 감리회본부 행정기획실장 사무실에 3차례에 걸쳐 허락 없이 몰래 들어가 책상을 뒤지고 서류를 챙겨 나왔는데,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가 이 무단 주거침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다른 가담자들과 함께 검찰에 의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과 방실수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이다. 

 

 최근에 열린 법원 심리에서 이 전직 헌법재판관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감리회본부 행정기획실장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가담한 것은 맞지만 이 사무실은 감리회 직원 누구나가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주거침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전직 헌법재판관의 경우 전직 대법관과는 달리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지는 않았고 재판 중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그러나, 전직 최고법관이 종교단체의 내부 분규에 가담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는 점에서 이를 곱게 봐 줄 국민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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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법관들, 퇴임 후 변호사 영업 활동 자제해야
 
  우리 헌법은 제15조에서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라고 하면서 부득이한 경우에는 공익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써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음도 명정하고 있다. 
 
 퇴임 대법관이나 퇴임 헌법재판관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따라서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과 같은 최고사법기관 재판관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이야말로 ‘전관예우 의혹’의 근원이며 국민적 사법 불신의 출발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은 젊은 법조인 누구나가 꿈꾸는 사법부의 명예로운 최고직이다. 이러한 명예로운 자리에까지 올랐으면 퇴임 후에는 변호사 영업을 하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다년간의 법조경험을 살려 저술활동을 한다든지 후학들을 가르친다든지 아니면 여타의 법률 봉사활동에 힘쓰는 것이 국민들의 눈에 훨씬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다.
 
  실제로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퇴임 후 이러한 바람직한 활동을 하는 전직 최고법관들도 없지는 않으나, 아직은 대부분이 변호사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에 두 전직 최고법관들이 피고인으로 기소되고 법원의 재판을 받는 일이 국민들에게는 못내 아쉽고 속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고법관들 스스로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의 관행을 이어가고 이것이 계속 사법 비리를 낳고 국민적 사법 불신을 초래한다면, 퇴임 최고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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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8월03일 22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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