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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경제팀, 한국경제의 사막화를 주목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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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08일 01시5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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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사막화를 우려 한다

 

  비가 오래 오지 않으면 대지와 강이 말라 가고, 대지의 건조화가 장기화하면 사막화가 진행된다. 최근 경제전망기관들은 금년 성장률을 하향 수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일은 4% 성장률 달성 여부가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생활과 기업 활동 환경이 구조적으로 악화되어 가는, 자연으로 말하자면 ‘사막화’가능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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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비가 대지를 적시고 강으로 흘러드는 구조와 같이, 기업의 수익은 경제순환 구조에 흘러드는 새로운 유입으로 이에 기초하여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국민소득계정에서 2013년 설비투자 규모는 2011년 대비 3.3% 감소했다. 한편 상장기업의 2013년 투자규모는 2011년 대비 1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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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왜 기업들은 이렇게 투자를 줄이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 악화라고 본다. 상장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에 있으며, 상장기업 중 적자기업의 비중은 27%에 달하고 있다. 한편 매출액기준 500대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2013년 전년대비 12% 감소했으며, 이중 5대그룹을 제외할 경우는 무려 49% 감소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 기업들은 ‘수익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업들이 이미 경쟁력과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 사업에서도 이익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 사업규모를 확대하거나 전망이 불투명한 신규 사업에 투자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나 일부 대기업군은 이미 ‘경제 사막화’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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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의 형편은 어떠한가? 금년 1분기 상용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1.8% 증가에 그쳐 2011년 4분기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증가는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마다 든든한 젖줄이 되어 줬다. 그러나 원화로 평가된 수출증가율은 2008년 35%에서 2011년 18.8%, 2013년에는 –0.8%로 격감했다. 따라서 이제는 원화 절상으로 인하여 수출조차도 목말라 가는 한국경제의 젖줄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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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간 취업자 수는 138만 명이 증가하였다. 연령 별로 보면 20대와 30대 취업자 수는 14만3천명이 감소한 반면에 50대와 60대의 취업자 수는 무려 142만5천명이 증가하였다. 증가한 취업자 수의 26.5%를 차지하는 보건사회복지 분야는 67.7%가 월 소득 2백만 원 이하이며, 취업자 증가수의 15.4%를 차지하는 숙박음식업의 경우 월 2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비중은 무려 85%를 차지하고 있다. 즉 취업자는 증가하여도 소비 증가 효과는 미약한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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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측면은 어떤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중 은행권 신규취급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59%로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6년 이래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금년 4월 증권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규모와 시가총액회전율은 2011년 수준의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주식시장의 물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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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정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가장 주목해야할 사실은 수요 부족에 메말라 가는 한국경제의 문제가 경기순환적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둔화 등 구조적인 원인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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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의 사막화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로운 수원지를 찾아내고 도랑을 깊이 파서 새로운 물이 흘러 들어오게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총수요 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구조개혁 비전이 필요하고, 그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득하여 구조개혁에 수반되는 고통을 분담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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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당시 독일 쉬레더 (Schröder) 수상이 내걸었던 ‘Agenda 2010’이 쓰러져 가는 독일 경제를 구했듯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사막화’돼가는 한국 경제를 구할 수 있을까? 경제를 살린다는 대의를 내세워 집권했던 MB정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대응하는 등 수선을 떨었지만 과연 무엇을 남겼는가? 또 2017년 현 정부가 임기를 마칠 때는 과연 무엇을 남길 것인가? 2016년 한국 경제는 경제활동인구 최고점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지나게 된다. 고령화와 저성장 경제의 도래에 대하여 우리 경제는 이렇다 할 만한 대책 없이 이미 그럭저럭 10여년 세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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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는 경제활동인구 최고점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지나는 정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현 정부가 고령화와 저성장 사회의 도래가 본격화하기 직전에 대응력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정부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이 역사적 과제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부디 현 정부의 남은 3년 반의 시간이 또 다른 허송세월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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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08일 01시5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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