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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금지의 딜레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6월20일 21시1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21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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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금지의 딜레마
  최근 정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함)’ 제3조 제3항부터 제7항까지의 규정을 신설하여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금융거래에 있어서 차명거래를 전면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하였다.  1993년 8월12일 김영삼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도입된 금융실명법은 동법 제1조(목적)에서 밝히고 있듯이 실지명의(實地名義)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이 그 목적이었다. 즉, 금융기관을 통하는 거래의 경우 금융실명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가명(假名)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금융실명법하에서의 실지명의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을 말한다고 함으로써 금융기관 임직원이 금융거래를 하려고 하는 자가 자기의 실지명의로 거래를 하겠다는 것을 형식적으로 확인할 뿐이며 이후 후속된 거래의 실질적 당사자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까지를 확인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확인할 수도 없어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합의하는 차명거래에 대하여는 사실상의 제제방법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회지도층의 재산은닉 목적의 차명계좌나 재벌그룹의 비자금조성을 위한 차명계좌는 정치권의 차명거래 금지 법안의 입법과정에 불을 당기게 되었다. 법원판결에 따른 재산권의 강제집행의 면탈, 탈세를 위한 비자금 조성의 경우 항상 차명계좌가 등장하여 이러한 차명거래의 악폐가 크게 대두된 것이 사실이다. 금융실명법이 도입되기 직전 검토단계에서 차명거래금지 법안을 검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검토한 결과 차명거래 중 악의의 차명거래와 선의의 차명거래를 구분하기 힘들고 금융기관의 직원이 차명여부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의 출처까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데 착안하여 차명거래금지 규정의 도입을 실제로는 하지 못했었다. 
 
  실제로 대법원은 199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자신들의 명의로 실명전환해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과 이경훈 ㈜대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금융기관이 자금출처를 조사할 실질적 권한이 없으므로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주민등록표상 실명여부만 확인 할수 있을 뿐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할 의무가 없으며, 금융기관을 속인 행위도 업무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였다. 그 이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법률(일명 FIU법)이 제정되고 금융회사에 거래의 실제 당사자 여부 및 거래목적을 확인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이처럼 최근에 개정된 금융실명법에 차명거래 전면금지규정이 도입되기전에 범죄목적의 차명거래를 처벌할수 있는 규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위의 FIU법이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규제하는데 필요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할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에서 범죄수익등의 은닉 및 가장과 관련하여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며 조세범처벌법도 차명거래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도 차명거래에 관한 조세법적 제재 조항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일반적인 금융거래에 모두 적용되는 금융실명법에 차명거래 전면금지 규정을 두겠다는 입법취지는 무엇인가? 금융실명제법에 차명거래금지법안이 들어오기전에도 위에서 언급한 여러관련법을 통하여 그에 대한 제제를 할수 있었으나 이에 대한 제제의 범위와 강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 정부는 차명거래가 지하경제의 온상으로 판단하고 이를 완전히 척결하는 것이 사회전체적 공평과세의 이념을 바로 세우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옳은 생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차명거래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분명히 혼란스러운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사회에서 차명거래는 평범한 소시민의 경우에는 별 다른 악의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명거래를 하는 유형은 말할수 없을 만큼 다양할수  있다. 각종 친목모임의 회비를 총무명의로 한다든지, 신용불량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실명으로 거래하는 경우 등도 차명거래를 하는 사례가 될수 있다. 
 
  이번 차명거래 전면금지 규정의 도입은  선의의 차명거래의 경우 예외를 두어 혼란을 최소화 하겠다고 하지만 차명거래의 속성상 국민들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법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 조세범처벌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기존의 법체계하에서도 그 목적을 달성할수 있는점, 금융기관직원들에게 형식적인 실명거래의 확인이 아닌 자금출처의 문제에 까지 접근하라는 부담을 주는 것 등은 실제 운용과정에서 일반국민과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번거로움과 부담만 가중시키며 실제 법이 의도하고 있는 측면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차명거래를 할때는 어떤 이유가 되었든 차명거래를 해야만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는 반드시 금지규정이 의도하는 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남에게 밝히길 꺼리는 개인 사생활의 영역이 있을수 있고 탈법이라하더라도 인지상정으로 그 어떤 누구도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자체에 치명적인 경우도 있다. 차명거래의 금지는 합의된 차명거래까지를 규제대상으로 하여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정의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겠으나 법이 규제의도가 없는 선의의 차명거래에 대하여도 그 논란의 중심에 서게할수 있고  법에서 예외적으로 제외하겠다는 선의의 차명거래를 이용한 악의의 차명거래도 출현할수 있고 이의 구분이 사실상 어려울수 있다는 점, 개인 사생활침해로 인하여 국민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부분이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입법취지에 맞는 법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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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6월20일 21시1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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