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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분배 및 실효세율 추이에 대한 단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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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6월15일 21시5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23분

작성자

  • 김상조
  •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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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득분배 및 실효세율 추이에 대한 단상

  김광두 교수님으로부터 국가미래연구원의 블로거로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김광두 교수님은 내가 대학원 다니던 시절부터 뵙던 분이라 사적 인연으로만 보면 그 요청을 쉽게 거절할 수는 없지만, 어찌되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씽크탱크로 알려졌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합리적 개혁론자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김광두 교수님을 믿기에, 더구나 “네 마음대로 써라”는 말씀에 용기를 내어 참여키로 했다.

 

  요즘 프랑스 출신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전세계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왔고, 이것이 2012년 경제민주화 논의의 한 배경이 되었듯이, 이번 토마 피케티 돌풍이 한국사회에 소득분배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토마 피케티의 분석과 결론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닐 게다. 특히 『21세기 자본론』에 담긴 일부 통계적 실수(?)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찬반의 입장 차이를 떠나, 그 통계의 방대함에 대해서는 모든 연구자들이 경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류의 작업은 속된 말로 “발로 쓰는 논문”이라고 한다. 통계자료의 빈 칸을 하나씩 메워나가기 위해 먼지투성이인 서류들을 뒤지는 엄청난 인내심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연구자들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자료가 없어서 연구를 못한다는 말은 자신의 게으름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연구자들은 잘 알고 있다.

 

  고백하건대, 금융과 기업지배구조 분야가 전공인 나는 소득분배 문제에는 사실상 문외한이다. 진지한 연구논문을 써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최근의 연구동향에 관한 기본 문헌 서베이를 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 나에게 귀중한 자료가 하나 주어졌다. 국세청이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실에 제출한 ‘통합소득 100분위 자료(2007~2012년)’를 입수한 것이다.  

 

  이 자료는 ⅰ)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의 소득과 ⅱ)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소득에서 ⅲ) 중복 부분을 제거하여 통합한 것으로 ⅳ) 1% 단위별로 ‘인원’, ‘소득금액’, ‘과세표준’, ‘결정세액’ 등의 내역을 담고 있다. 2012년의 경우 총 1,410만명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국세청이 이 정도로 상세한 자료를 공개한 적이 없다. 특히 ‘진짜 부자’라고 할 수 있는 최상위 10만명(최상위 100명, 최상위 1천명, 최상위 1만명 등 포함)에 대한 세부내역도 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물론 이 자료에도 여러 한계가 있다. 우선, 각종 비과세소득⋅분리과세소득(특히 자산매각 시의 양도소득)⋅분류과세소득(소득지급자의 원천징수로 납세의무가 종결되는 일정 금액 이하의 이자⋅배당소득 등)이 통합소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통상 소득분배에 대한 연구는 가구별 소득을 기초로 하는데, 이 자료는 개인별 내역을 담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국세청의 원자료는 세금부과가 결정된 사람(즉 납세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소득분배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즉 과세기준 미달자)을 포함한 전체 모집단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통합소득의 경우 모집단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원천징수 근로소득’과 ‘종합소득’ 등 개인별 내역이 파악되는 소득만을 모집단으로 가정한 다음, 국세청의 원자료를 보간법을 이용하여 모집단 기준 100분위 자료로 전환한 것을 기초로 소득분배 및 실효세율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예컨대, 2012년의 경우 통합소득 모집단의 총인원은 1,921만명으로서, 당시 경제활동인구 2,514만명의 76.4%에 해당한다.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은 경제개혁연구소 홈페이지(http://www.erri.or.kr)를 참조하기 바란다.

 

  통합소득 자료의 특성상 그 분석 내용을 국내외 기존 연구들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말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경제적 불안정성 심화로 인해 일관된 추세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통계자료가 말해주는 기본적인 팩트와 함께 이에 대한 나의 거친 해석을 간단히 서술하겠다. 귀한 코멘트를 기대한다.

 

  첫째, 각 계층별 소득 점유비중, 하위 40%계층 대비 상위계층의 소득배율, 중위소득(median; 소득 크기에 따라 일렬로 배열했을 때 딱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 대비 상위계층의 소득배율 등의 몇몇 지표를 통해 소득분배 상태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다.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초기 국면에서는 하위계층이 더 큰 충격을 받으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되다가, 그 이후 장기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최상위계층의 소득도 정체되어 지표상으로는 개선되었으나, 아직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초기 충격에서 일시 회복세를 보였던 2010년경에 소득분배 상태가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상위계층의 소득종류 중에서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 즉 종합소득에 포함된 금융소득(이자⋅배당 등)과 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이 크게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다. 이런 경향은 최상위계층으로 갈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이 역시 상식적인 것이지만, 금융소득⋅사업소득(및 국세청 원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양도소득 등)에 대한 엄정한 세원 포착 및 조세체계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2007~2012년간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할 때, 최상위 100명의 평균소득 209.5억원 및 차상위 900명의 평균소득 41.2억원은 전체 모집단의 중위소득 13.8백만원에 비해 각각 1,500배와 300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상위 1%계층은 하위 40% 전체의 소득합계와 거의 맞먹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통합소득 자료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소득격차가 외국에 비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우려스러운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중위소득(median)이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예를 들어, 2012년의 중위소득은 16.6백만원인데, 이 수치는 소득이 있는 사람만을 기준으로 한 것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소득이 없는 피부양자를 감안하면, 중위수준 가계의 1인당 소득은 1천만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2012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27.8백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로서, 평균소득(mean)으로 국민의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1인당 평균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 등의 국정 목표를 내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기업의 선도적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서민으로까지 흘러넘치게 한다.’는 의미의 낙수효과 모델(trickle-down effect)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현실 조건에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하위계층을 직접 타케팅하는 쪽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즉 평균소득이 아니라 중위소득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셋째, (결정세액/소득금액)으로 측정한 실효세율 추이를 보면, 2%p의 법정세율을 인하한 이명박 정부의 ‘직접감세’의 결과 2009년까지는 모든 소득계층에서 실효세율이 하락했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소득구간 조정 및 공제⋅감면 축소 등에 따른 ‘간접증세’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실효세율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는 2007년 수준으로 거의 복귀했다. 그러면, 이제 괜찮은 것인가? 최근 재정 건전성 제고 및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세수 압력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간접증세 기조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직접증세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증세가 더 큰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실효세율 구조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2012년의 경우 최상위 1%계층의 실효세율이 유일하게 20%대 초반을 기록했고, 상위 2%계층에서 바로 1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그리고 상위 3%계층에서 실효세율 10% 미만으로, 상위 10%계층에서 5% 미만으로, 상위 13%계층에서 4% 미만으로, 상위 19%계층에서 3% 미만으로, 그리고 상위 27%계층에서 2%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전체 1,921만명의 모집단 인원 중 ¾ 가량의 실효세율이 2% 미만이었고, ¼ 가량은 실효세율이 0%(즉 과세기준 미달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 최상위 소득계층의 법정세율을 인상하는 이른바 ‘부자 증세’만으로 재정소요를 충당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보편복지에 상응하는 보편증세의 원칙이 필요할 것이다.

 

  증세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다. 그러나 피해갈 수만은 없다. 간접증세와 직접증세의 결합, 부자 증세와 중산⋅서민층 증세의 결합이 불가피하다. 솔직해지자. 그래야 합리적 토론과 생산적 결론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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