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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과 한국 경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2월21일 19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07일 11시44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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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유가 급락과 한국 경제

 

 최근 유가가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 경제도 좋아지기 전에 한번 더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좋아지기 전에 한 번 더 충격을 견뎌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서부텍사스유(WTI)의 배럴당 가격이 연평균 93.1달러였으나, 올해 12월 11일까지 49.4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우리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도 같은 기간에 96.7달러에서 52.2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12월 11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36.6달러로, 지난해 6월 111.3달러에 비해서는 67%나 폭락했다.(<그림-1 참조>)

유가가 이처럼 하락한 것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보면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특히 2014년 이후에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가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 미국의 세일가스 증산과 더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가 원유 시장에서 초과 공급을 초래하고 있다. OPEC은 지난 12월 4일 회의를 개최했으나, 산유량 목표치도 명시하지 못하는 등 감산합의에 실패했다. OPEC 회원국 사이에 경제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란은 증산을 공개적 천명했으며,  사우디아리비아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감산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베네수엘라가 감산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간의 갈등이 지속될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감산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다가 재정난에 허덕이는 러시아도 원유 생산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압력 심화시켜

경제가 정상적인 경우에 있다면 유가 하락은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유가 하락은 한 경제의 생산 비용을 감소시켜 총공급 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키게 된다. 이 경우 경제는 높은 성장과 낮은 물가 상승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유가 하락은 총수요 곡선도 우측으로 이동시킨다. 유가가 하락하면 가계가 소비 지출 중 에너지 비용(우리나라의 경우 6% 정도)이 줄어들어, 가계가 다른 제화와 서비스에 소비 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거의 모든 국가의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하락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산자 물가가 장기간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과 가계의 경제 심리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출국의 부도 리스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OPEC 회원국들의 재정 수입은 주로 원유 수출에 의존한다. 이들이 균형 예산을 달성하려면 유가가 지금보다 큰 폭으로 상승해야 한다. 예를 들면 유가가 269달러일 때 리비아가 균형 예산을 달성할 수 있으며, 베네수엘라 125달러, 나이지리아 106달러, 사우디아라비아 106달러, 이란 87달러, 쿠웨이트 67달러 등으로 다른 나라도 현재 유가 수준이 지속된다면 큰 폭의 재정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7월 4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을 정도로 이들 국가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에 있다. 나아가서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기업 및 국가 부도 리스크가 점차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 커

문제는 앞으로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OPEC 등 주요 원유 생산국이 공급을 줄이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는 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수요 감소가 원유 시장에 또 한 번의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2008년 하반기부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2008~14년 동안 연평균 9%에 해당하는 높은 성장을 했다. 그러나 성장 내용을 보면 기업의 부채 증가에 따른 투자 중심의 고성장이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기업부채가 GDP의 157%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한국 102%, 일본 92%, 미국 69%이다.) 

 

부채가 많은 중국 기업의 이익이 줄면서 이들이 부실해지고 나아가서 은행 부실도 가중되고 있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이른바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정리했는데, 중국도 머지않아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시기가 이르면 내년일 수도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또 한 단계 떨어지면서 유가를 더 하락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달러 가치 하락은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요인

그러나 달러 가치 하락은 일시적으로 유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으로 자금이 환류하면서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011년 9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 36% 상승했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미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산업생산이 정체되어 있는 가운데, 제조업 체감 경기를 나내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지난 11월에는 48.6으로 201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확장과 수축의 경계선인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도 어렵고 달러 강세도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 달러지수와 유가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0.89(1998.1~2015.11)로 매우 높다. 달러 가치가 1% 오르면, 유가는 4.1%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앞으로 예상되는 달러 가치 하락은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그림-2> 참조)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효과가 더 커, 내년 상반기 유가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가 하락으로 경상수지 흑자 확대

우리나라는 연간 약 9억 배럴 정도(2014년 9억 27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한다. 국제 유가가 10달러 떨어지면 연간 원유 수입금액이 90억 달러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는 원유를 배럴당 102.3달러에 수입했는데, 올해 11월에는 47.4달러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대중동 무역수지 적자가 대폭 줄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동 무역수지 적자가 843억 달러였으나, 올해 11월 20일까지는 358억 달러 적자로 거의 반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도 올해 11월까지 83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6억 달러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다.

물론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성장 둔화의 결과이므로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이른바 ‘구경제’에 해당하는 석유, 조선, 철강의 업종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1월까지 전체 수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7.4% 감소했는데, 원자재 수출국인 중동(-12.1%)과 중남미(-12.4%) 지역으로 수출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1998년 1분기에서 2015년 3분기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유가 변동률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같은 기간에 0.66으로 상당히 높았다. 즉, 유가가 하락(상승)하면 같은 분기에 우리 경제성장률도 낮아졌다(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가는 시차를 두고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유가, 소비자물가, 경상수지, 경제성장률 등 4변수로 VAR 모형을 구성하고 충격반응함수를 구해보면 유가가 10% 하락했을 때, 1년과 2년 후에 각각 우리 경제성장률이 0.02% 포인트, 0.16% 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최근의 유가 하락이 내년 이후는 어느 정도 경제성장률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주가는 동행

유가 하락은 당장 우리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거시적으로 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있어서 유가 하락은 그 만큼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수출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원자재 수출국이 어려워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아직 신흥시장으로 분류된 우리 국가 위험도도 높아진다. 미시적으로는 원유 수출국 자금(오일 머니)이 자국으로 환류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중 세계 주요국의 국부 편드에서 190억 달러가 환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도 10월 한 달간  사우디아라비아 자금이 1조 9천억 원 빠져나갔다.

우리 주가와 유가(두바이유)의 관계를 분석(1998.1~2015.11)해보면 상관계수가 0.90으로 매우 높다. 우리 주가가 오르려면 유가가 상승해야 한다는 의미이다.(거꾸로 우리 주가가 상승하면 국제유가도 오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림-3> 참조) 구체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 탄력도를 구해보았는데, 유가가 1% 하락하면 주가지수(KOSPI)는 0.7%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1.2%), 화학(-1.1%), 철강 및 금속(-1.0%) 등이 유가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전기가스, 통신업, 섬유의복 업종은 유가 영향이 아주 작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좋아지기 전에 한 번 더 충격을 견뎌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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