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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기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2월16일 21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45분

작성자

  • 이군희
  •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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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기대

 

 지난 11월29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발표로 핀테크 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발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적 주자인 카카오 주도의 한국카카오은행과 통신과 플랫폼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KT 중심의 K뱅크가 금융 산업의 새로운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금융을 모르는 IT기업들이 위험하고도 복잡한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정교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의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 사례를 보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2013년 4월 영국 금융개혁위원회는 ‘고인물은 반드시 썩을 수밖에 없듯이...’ 라는 표현을 통하여 과감한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획기적인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통하여 기존 은행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하여 핀테크 산업의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중국에서는 텐센트가 이끄는 합작회사인 첫 인터넷은행 위뱅크(WeBank)를 출범시켰다. 출범식에 참석한 리커창 총리는 ‘위뱅크는 조그마한 은행으로 작은 걸음을 내디뎠지만, 중국 금융개혁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길 것이다’ 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단순한 정보통신기술과 금융의 융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금융개혁과 혁신의 시작점으로 본 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전문은행에게 대기업 중심의 기존 금융거래 관행을 무너뜨리고 혁신적인 작은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금융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금융환경의 변화를 보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이 단순한 금융과 IT의 결합이 아니라 금융환경의 지각 변동을 요구하는 새로운 물결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발전해온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어 왔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미국의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의 경우, 금융과 ICT기능의 단순한 접목 형태인 지금의 인터넷뱅킹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특화시키고 개척하면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주택담보대출과 대부업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Jibun 뱅크, 자산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Charles Schwab 뱅크, 글로벌화를 추구하면서 영역 확장을 꾀하는 네덜란드의 ING Direct, 텐센트의 SNS기반 중국의 We 뱅크,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기반 중국의 My 뱅크 등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은행들이 세계 최고의 모바일 환경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 진출을 시도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과 2008년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을 추진하였으나 규제와 이해관계자의 대립으로 무산된 경험이 있고, 이제는 2016년 1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위험하니 허가하지 말자’ 또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5~10년 뒤에 하자’ 등의 반대의견으로 인하여 앞으로의 길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는 상황이 아니며 언젠가는 허용해야 하는 영역이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언제 도입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으로 인하여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리스크가 발생하며, 해외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잠식당할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우리나라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일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지원하여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명한 정책 방향일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에 거는 기대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그려볼 수 있다. 막강한 통신 플랫폼 기반 그리고 막강한 SNS기반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인터넷전문은행이 첫 번째 모습이고, 지역 또는 특정 산업과 밀착하여 그동안 금융서비스에 소외받아 왔던 소상공인 및 서민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위 우리나라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중금리대 시장을 육성시키는 소형 인터넷전문은행의 모습이 두 번째 모습이다. 즉, 저축은행의 실패와 대부업의 고금리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 밀착형 소규모 인터넷 전문은행과 문화, 음식, 관광과 연계된 특정 산업과 밀착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이 두 번째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 먼저 기존의 금융규율을 바꾸어야하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음에 따른 저항’이나, 은행관련 규제와 정보 및 통신관련 규제 대한 충돌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법률적 리스크, 진입장벽에 해당하는 은산분리법과 최저자본금에 대한 규제, 대기업 출자 제한과 향후 영업을 하다가 사업이 커지면 출자제한기업이 되어 인터넷전문은행을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는 위험 등의 난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여 망하거나 또는 합병되는 해외 인터넷은행들을 보면서 건전성에 대한 감독, 인터넷전문은행의 청산절차, 실질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에 대한 자격요건, 산업자본의 유입으로 나타나는 내부통제 강화 등에 대한 엄격한 시장규율 또한 과제로 남아있다. 담보나 보증인 중심의 거래에서 신용을 기반으로 금융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개인 신용정보에 대한 공유 및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도 함께 논의되면서 ‘동의 만능주의’에 빠진 현재의 신용정보법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은행업의 자유로운 진입을 허용하면서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환경 조성과 신용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규율 확립이 인터텟전문은행 발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은 금융, ICT 참여기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정부, 감독기관, 입법부가 힘을 모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요구된다. 정부와 감독기관은 낡은 규제를 없애면서 동시에 다양한 모습의 인터넷은행을 허용하고, 건전한 금융시장을 육성하기 위하여 엄격한 시장규율을 유지하면서, 입법부는 관련 법규를 체계화하고 법률적 해석을 명확히 함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이 명확한 규율 안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침체되어 있는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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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2월16일 21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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