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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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어렵사리 파리협정문(OParis Agreement)이 채택되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199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지만 특히 올해 당사국총회에 대한 세계적 이목은 대단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신기후체제’가 이번 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때문이었다. 2020년부터 적용될 ‘신기후체제’는 교토의정서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교토의정서에서는 37개국만이 감축의무를 가졌으나 비록 자발적 감축목표이긴 하나 ‘신기후체제’에서는 196개국이 감축의무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전 세계온실가스 발생량에서 참여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교토의정서에서는 15%였던 반면 ‘신기후체제’에서는 90%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둘째,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반면 ‘신기후체제’에서는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대책,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 지원 및 기술 이전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슈들이 포괄적으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셋째 교토의정서에서의 감축목표는 상향식으로 정해진 반면 ‘신기후체제’에서는 하향식인 ‘자국의 온실가스 자발적감축방안(INDC)’ 형식으로 감축목표가 정해졌다. 11월 29일 기준 196개 당사국 중 178개국이 2030년까지 자국 감축목표를 이미 제시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올해 6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 고용이나 성장과 같은 이슈는 당장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환경은 임계치를 벗어난 뒤에야 파괴가 되었음을 인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고용이나 성장 관련 정책에 비해 환경정책의 우선 순위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낮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는 특히 그렇다. 속된 말로“먹고 살 것도 없는데 무슨 환경이냐“ 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대하는 각 국의 태도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올해 당사국 총회를 대하는 각 국의 태도는 여느 총회 때와는 달라 보였고 실제 나온 결과도 예상 이상이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경험했던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았고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큰 일을 당할 수도 있음을 세계 각국이 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역시 2030년 BAU 대비 37% 감축방안을 발표하였다. 발표 후 각계 각층의 불만이 여기 저기서 쏟아졌다. 특히 산업계 반발은 대단했다. 그럴만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산업의 주력 업종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고 이들 업종에서는 이미 에너지 효율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당장 추가적인 저감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산업계에 비해 가시화된 정책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만 감축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행될 경우 국민들의 반발도 서서히 거세질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기후체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평소 생각해왔던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정부는 ‘신기후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정책들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 다수의 국민들은 온실가스가 무엇인지, 이것이 많아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정부가 ‘신기후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정책들에 대해 국민들에 대한 공감을 얻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감없이 온실가스 증가를 막지 못할 발생할 위험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 1970년대의 중화학 육성 정책으로 인해 우리의 경제가 한 단계 도약했듯이‘신기후체제’를 우리 경제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매달리기 보다는 ‘신기후체제’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신기후체제’에서 유망한 산업이 무엇인지를 보고 그 쪽으로 자원이 우선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환경부 차원에서가 아니라 범국가적으로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내실 있게 세워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전기 값 등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당장의 국가 경쟁력 보다는 온실가스를 저감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다시 짤 필요가 있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원자력에너지도 가용한 대안이니만큼 시류에 편성해서 아예 배제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넷째, 정권이 바꿀 때마다 답습해오던 과거 정권의 핵심 정책을 도외시하던 관행을 없앴으면 한다. MB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정부의 ‘창조 경제’는 도외시되어야 할 정책이 아니라 계승 발전되어야 정책이다. ‘녹색 성장’과 ‘창조 경제’가 결합될 경우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산업이 괘 많아 보인다. 과거 정부에서 한 일이더라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면 계속 투자하는 것이 예산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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