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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시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2월06일 20시5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55분

작성자

  • 나승철
  • 법률사무소 리만 대표변호사, 前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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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복면시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복면시위를 금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은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 말이 옳은 것 같다. 필자도 무엇이 정답일까 고민 하다가, 그래도 변호사니까 헌법재판소의 결정문들을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인터넷 본인확인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 되는데,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결정)  

 

헌법재판소는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표현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익명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집회의 자유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는 무엇일까? 복면시위가 바로 ‘익명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입해 보면, 복면시위는 집회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즉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복면시위 역시 허용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고 해서 복면시위가 무조건 허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집회의 자유도 제한이 가능하다. 선진국도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선진국의 경우 복면시위 금지는 KKK 같은 인종주의자들이나 신나치주의자들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물론 선진국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보장수준이 매우 높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복면시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예외적으로만 금지되어야 한다. 복면시위가 광범위하게 금지된다면, 앞으로 어린아이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뽀로로 가면을 쓰고 시위를 하는 것까지 금지되고 만다. 

 

결국 문제는 ‘복면시위를 허용할 것이냐, 금지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복면시위를 금지할 것이냐’이다. 정치권에서는 폭력시위의 문제 때문에 복면시위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즉 복면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복면을 이용하여 시위 도중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위 과정에서 폭력발생의 가능성이 명백하고, 폭력행위 방지를 위해 긴급한 경우에만 복면시위를 금지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현실에서 이를 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언론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 동안 불법폭력시위는 0.5%에 그쳤다고 한다. 0.5%의 불법폭력시위 때문에 99.5%의 평화적 시위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다. 법적으로 말하자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다. 법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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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2월06일 20시5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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