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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의 시대와 각자도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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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1월22일 21시52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07일 17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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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의 시대와 각자도생

 

“There is no chance that the world will run out of pressing economic problems in the next 50 years”.

“Only bubbles have been able to generate prosperity in recent years,

we know that can’t last”.

Robert Solow(the Novel Prize for Economics in 1987)

From Finance & Development, September 2014, IMF. 

 

 1929년 10월 24일 뉴욕 증시 대폭락을 계기로 시작된 소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은 1939년까지 당시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부분을 대량 실업과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지게 했다. 한편 2008년 9월 14일 발발한 소위 ‘리만 사태’는 7년이 지난 2015년 12월까지도 세계 경제에 어두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2차 대전 후 최장기 경기침체라는 점에서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BRICs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국 경제는 ‘리만 사태’를 계기로 하여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선진국들은 경제규모로는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조차도 위기 전의 성장괘도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그림 1 참조).    2015년 10월 발표된 IMF의 세계경제 전망(WEO)은 2015년 성장률 전망치를 3.1%, 2016년 3.6%로 발표한데 이어 11월 9일 발표된 OECD 경제전망 보고서는 IMF 전망치보다도 더 비관적인 전망치를 발표했다. OECD는 신흥국 경제의 침체와 교역 부진, 선진국들의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201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당초의 3.7%에서 2.9%로 하향조정 하는 한편, 중국 경제의 연착륙과 선진국 경제권이 투자 제고를 전제로 하여 세계 경제성장률을 2016년 3.3%, 2017년 3.6%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OECD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봄에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고, 시간이 감에 따라 전망을 하향 수정하는 패턴’이 “Global growth prospects have dimmed again. Since the crisis, we have become used to a familiar pattern: spring-time optimism followed by downgrades in growth forecasts as the year progresses. 2015 is no different”, Angel Gurria, OECD, 9 November 2015.

 고착화될 정도로 세계 경제 여건이 만성적으로 호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미 당초 3.9%에서 3.3%로 하향 수정된 2016년 전망치조차도 다시 낮추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림 1> 미국의 잠재GDP와 실제 GDP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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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U.S. Economy in a Snapshot”, FRB of New York, October 2015.

 

의문의 핵심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국면이 왜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금융시장의 거품과는 무관한 신흥국들의 경제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성장에 성공한 신흥국들은 대부분 수출주도 성장모형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세계 금융위기이후 수출주도성장 모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신흥국 경제는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1995년에서 2000년간에 세계 상품 수출증가율은 연 7%로 같은 기간의 경제성장률 3.4%의 2배에 달했으며, 2000년에서 2005년간에는 세계 상품 수출증가율은 5%로 둔화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낮아졌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한 기간을 제외하고 2012년에서 2014년간의 세계 상품 수출증가율은 평균 2.7%인 반면에 세계경제 성장률은 2.4%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변화하였다. 즉 세계 금융위기 전에 세계 경제성장률의 2배에 가까웠던 세계 상품수출 증가율은 세계 금융위기이후 세계 경제성장율과 안정되고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흥국들의 경제는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의 가격 급락으로 인하여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어 선진국들의 상품을 수입할 여력이 크게 감소하였다. 2015년 11월 13일 현재 원유가격은 2014년 6월 28일 최고가에 대비하여  57%가 하락하였으며, 커피 원두 가격은 2014년 최고가격 대비 49%, 밀은 35% 각각 하락하였

 

<그림 2>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수입증가율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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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뿐만 아니라 신흥국가들은 그동안의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대내적 부문간  의 불균형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중국의 경우 이 문제가 심각하다.  

  한편 선진국 경제권은 총수요와 총공급 양면에서 공히 심각한 애로를 직면하고 있어 본격적인 성장괘도로 복귀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총수요측면에서는 금융완화(Quantitative Easing)로 공급된 엄청난 자금과 마이너스 실질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는 크게 촉진 되지 않았다. 선진국들의 민간투자 증가율은 1997~2006년간 연평균 3.3%에서 2010~‘14년간에는 2.1%로 낮아졌으며, 세계 금융위기이전의 투자 예상 괘도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 제2015-42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부진 요인 분석” 참조.

. 특히 주택투자보다 기업투자의 감소 정도가 크며, 기업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기대 수요의 축소와 불확실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자본비용의 기여도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총공급측면에서는 생산성 정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아직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총요소생산성(TFP)은 정체되어 미국의 경제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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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he Economist, July 19th 2014

 

‘America is riding on a slow-moving turtle. There is little that politicians can do about it.’ by Robert Gordon Robert Gordon, “The turtle’s progress: Secular stagnation meets the headwinds”, 『Secular Stagnation: Facts, Causes and Cures』, p.57. CEPR, 2014.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국가이자 금융위기에서 가장 성공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하여 The Economist는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년 전의 절반에 불과하는 점에서 미국 경제가 늙은 거북이의 움직임처럼 활력을 잃었음을 지적하여 주목을 끈 바 있다. 경제성장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Gordon 교수는 The Economist의 지적으로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지지했다.

  혹자는 21세기의 놀라운 기술혁신의 성과가 아직 제대로 경제활동에 반영되지 않고 있을 뿐이지, 미국 경제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술들을 상용화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신기술을 적극 채용하도록 하는 이를 흡수할 수 있는 튼튼한 경제 환경을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경제적 결과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범위는 47%라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영국의 경우 최소 일자리의 1/3이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술혁신이 이 장기불황에 돌파구를 열어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장기비관론은 수요관리측면에서 접근하는 Larry Summers와 Paul Krugman 등 소위 “secular stagnation’주장과 Robert Gordon 등 잠재성장율 자체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한편, Robert Gordon은 잠재성장률 측면에서 장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Gordon 교수는 2007년을 기점으로 25~40년간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를 전망하고 그 이유로 네 가지 ‘역풍”(headwinds)을 - 인구구조에 있어 경제활동참가율이 저하되는 문제, 고등교육율의 저하 추세, 소득불균등 심화, 정부 부채의 과다-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는 언제 이 지긋지긋한 ‘대불황’의 끝을 볼 수 있는가? 현재로서는 솔직히 말해 답이 없어 보인다. “secular stagnation’주장과  Gordon 교수의 주장은 관점에 차이가 있을 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특히 ‘Goldilocks’와 같은 새로운 세계 경제 성장의 틀이 나타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러한 고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새로운 ‘금융거품’(financial bubble)이나 현재로서는 그런 금융거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IMF와 OECD 등 국제경제기구들이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을 강조하는 이유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계 경제의 긴 겨울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모든 국가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는 이제 바야흐로 ‘각자도생’(各自圖生) 시대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발권력을 이용하여 수요촉진을 주도하고 있으며, 영국은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복지 개혁으로, 중국은 인민패의 SDR 편입을 계기로 하여 기축통화로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경제의 이 긴 겨울에 대응하여 한국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영국을 배워라!

  세계 경제의 ‘대불황 시대’에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양상이 있다. 첫째는  세계 경제 성장의 새로운 ‘틀’이 없으므로 각국은 각자 나름으로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금융완화든 통화전쟁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각국 나름으로 탈출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둘째, 세계경제가 장기불황국면에 있다고 해서 모든 나라들이 다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성공을 거두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성공의 이유를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무역의존도가 낮은 나라이므로 예외로 하고, 영국을 살펴보자.

  영국 실업률은 2007년 4분기 5.2%에서 2011년 4분기 8.5%까지 치솟았다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호전되기 시작하여 2015년 3분기 5.4%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실업률의 현저한 하락은 2010년 이래로 2백만 개를 넘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며, 그중 2/3는 정규직이거나 전문직으로 양질의 일자리이며, 현재 경제활동 참가율은 73.7%로 지난 40년래 최고 수준이다. 한편 영국의 GDP 규모는 2007년을 정점으로 2009년 △4.2%, 2010년 1.5%, 2011년 2.0%, 2012년 1.2%로 침체를 계속하다가 2013년 2.2%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여 6년 만에 2007년 수준을 회복하였다. 2014년 2.9%로 성장세가 가속화되었다. 

  영국 경제가 이와 같이 놀라운 회복세를 보인 배경에는 보수당의 경제개혁 정책을 들 수 있다. 보수당은 2010년 집권하여 경제 회복을 위하여 세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첫째, 영국이 직면한 최대과제로 재정적자 문제를 제기하고 복지지출을 재정비하여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것, 둘째,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민간자본을 활용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셋째, 은행의 건전성을 회복하여 가계와 기업에 지속가능한 자금공급 확대를 신뢰하고 소비와 투자를 하도록 촉진했기 때문이다. 

  보수당 케머런 총리(Cameron)는 경제회복세를 배경으로 하여 2015년 5월 총선에서 “저세금-저복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으며, 여세를 몰아 복지지출을 대폭 삭감하여 5년 후인 2020년까지 정부 재정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케머런 총리와 오스본 재무장관이 제시한 국가 청사진은 “from a low-wage, high-tax, high-welfare society to a high-wage, lower-tax, lower-welfare society”로 집약된다.”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6.5파운드에서 2020년까지 9파운드로 인상하는 대신에 복지혜택 한도를 낮추는 한편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에 대한 교육지원금을 내년부터 대출제로 전환하는 등으로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배당금에 대한 면세선을 5천 파운드로 인상하는 대신에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하여 배당소득이 낮은 가구에 대한 세 부담을 인하하고, 배당소득이 높은 가구의 세 부담은 높이겠다는 것이다. 법인세는 현재 20%에서 2020년까지 18%로 낮추고, 상속세 부과기준은 상향조정하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물론 케머런 총리의 개혁안이 전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케머런 총리가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 주장도 대두되고 있으며, 노조 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공공노조의 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최저임금 선에 있는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거나 줄어든 정비 지원과 늘어난 세 부담으로 인하여 오히려 가처분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보수당 정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정부 정책의 방향이 분명하다. 둘째,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혁 과제를 과감하게 총선 공약으로 내세움으로써 국민과 적극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셋째, 국민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정책 추진력을 얻어 경제활성화 차원을 넘어서 ‘영국 개조’라는 더 큰 개혁을 도모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대불황시대에 높은 수출의존도와 고령화의 진행에 직면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 ‘도생“(圖生)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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