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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와 한국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0월14일 20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50분

작성자

  • 최영진
  • 연세대 특임교수, 前주미대사

메타정보

  • 31

본문

G2와 한국

 

   미국과 중국은세계적으로 G2로 불린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국가가 되었다. 어느 한 쪽도 소홀이 할 수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G2 중 한나라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다른 한나라와는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배경을 안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초 중국을 방문하였고, 10월 중순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 

우리 안보와 경제를 위하여 우리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의 관계는 양자 택일의 차원을 넘어섰다. 둘 다 동시에 확보해야 할 우리외교의 근간을 구성하는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외교가 한미, 한중 관계를 동시에 풀어나가기 위하여 가장 주목 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미중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그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우리가 중견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의 국익은 상당부분 강대국사이의 관계에 의하여 좌우 될 수 밖에 없다. 미중관계가 소위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 외교는 설 자리가 없다. 반면 미중관계가 공동 진화의 미래를 지향하면, 우리 외교는 확고한 기반을 가지게 된다. 미중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 까?

미국 내에는 현재 두 가지 기류가 있다. A그룹은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결국은 미국의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위치에 도전하게 되고, 두 나라 사이에는 갈등을 피할 수 없고, 결국 충돌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에서 취한 일본 중시정책, 미국-인도 관계 강화 정책,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TPP 등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대비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반면 B그룹은 21세기 태평양 시대는 과거 500년간의 대서양 시대와는 달리, 군사력을 앞세운 약육강식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상호의존적인 무역 관계가 날로 깊어지기 때문에 2개의 강대국 간에 세계지배를 목표로 충돌하기 보다는, 경쟁과 협력이 복합된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설정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인류에게21세기 최대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핵무기나 미사일 확산 통제, 자원 고갈, 국제 테러, 후진국 인구 급증, 전염병 등 초국가적 문제는 국가간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미국 내에서 미중 양국관계를 책임 있게 다루는 행정부, 언론계 그리고 씽크 탱크 대부분은 확연히 B 그룹에 속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 1 기 오바마 행정부에서부터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재 균형 정책에 대하여도 일부 정치권과 보수층에서는 부시 행정부에서 취한 중국에 대한 봉쇄 또는 포위 전략의 일부라는 해석을 하기도 하나, 그 보다는 동아시아의 거역할 수 없는 부상에 따라, 미국으로서 대서양 관계 보다는 태평양 관계가 더 중요해 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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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부에서도 새로이 부상하는 민족주의 감정을 필두로 미국과 경쟁과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여론이 있기는 하다. 미국 내 여론 그룹 A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또 자신의 이론이나 주장을 냉전시대의 연속선상에서 습관적으로, 또 그 이전 중국 역사상 최대의 치욕으로 꼽히는 19세기 중반 이후 한 세기 동안 쌓아온 방어 메커니즘인 피해의식에 기반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국정부가 중미관계에 관하여 “신 대국 관계 (新 大國 關係)” 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 보면, 미국내의 현실적인 B그룹의 논리와 철학 면에서 아주 유사하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주 중국전승70주년 기념식사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하였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을 보는 시각은 분명 핵심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각종 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그렇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 전초전만을 보아도 그렇다. 민주, 공화 양당의 모든 후보들은 예외 없이 중국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이들의 중국을 비난하는 언급은 항상 미국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복잡한 상황에서 우리는 미중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우리는 미국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나라의 하나이며, 중국을 가장 잘 아는 나라다. 우리가 미국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나라중의 하나인 것은 지난 70년간 우리만큼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나라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중국을 가장 잘 아는 나라인 것은 어느 다른 나라도 지난 2천년간 우리보다 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양국, 특히 중국에 대한 견해를 우리 스스로 확고히 가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서구 학자, 서구 전문가들에 대하여 중국에 대한 견해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면, 적어도 예측 가능한 미래에 중국이 평창정책이나 세계패권을 추구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렇게 확실하게 단정할 수 있는 이유는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 시진핑 등 중국 지도자들이 그렇게 이야기 해서가 아니다. 과거 2천년간 단 한번도 팽창주의나 제국주의를 추구하기 위하여 국경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중국이(몽골과 만주족이 지배한 원나라와 청나라는 불 포함) 그 뿌리 깊은 문화와 전통을 버리고 제국주의 정책을 취하려면 그렇게 하고 싶어도, 수십 년 내지 수 세대가 걸친 조정과 문화적인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상기 미국 내 그룹 A 의 의견에 대하여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낭비가 된다. 오히려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그들은 설득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 대하여 중국은 가장 중요한 교역상대국이다. 년 5천억불을 상회한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2조불어치나 가지고 있다. 그처럼 양국 관계는 뗄 수 없는 상호의존의 관계에 들어섰다. 과거 소련 시절 소련과 미국관계와 비교하면 미중관계가 상호 경쟁, 협력, 때로 갈등 이라는 구도에서 진화 하기 결코 군사적 충돌로는 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사 미국 내에서 미중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자 하는 세력이 득세한다고 하여도 과거 소련과는 달리 중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미중은 충돌의 길로 가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21세기 태평양 시대에 미중 관계는 어떻게 풀려나갈까? 그것은 서양의 장기대신 동양의 바둑 게임을 상정하면 가장 정확하게 예견 할 수 있다. 서양의 장기는 정면 충돌과 상대편의 정복에 의한 승리를 목표로 한다. 그것이 과거 대서양 시대 500년 동안 패권국가와 신흥 강대국 사이에 되풀이하여 벌어진 패턴이다. 그러나 21세기는 식민 제국주의가 끝나고 이제는 무역의 패러다임에 의하여 관리되는 상황으로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21세기 태평양 시대에는 바둑 게임처럼 동시다발 적으로 여로 곳에서 일어나는 뚜렷한 공격도 아니고 방어도 아닌 형태의 경쟁의 형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군사적 충돌 없이 저절로 판가름 나는 지금까지 서구 국가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게임의 룰을 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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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는 상호관계에 대한 미래관은 그 근간이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중미관계가 과거 역사적으로 되풀이 되었던 기존 패권국가와 신흥부상국가 간의 충돌과 전쟁을 상정해서는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경쟁은 불가피 하겠지만 계속 높아지는 상호의존관계로 인하여 경쟁 못지 않게 협력이 중요해 진 것이다. 이처럼 미중 관계가 충돌(confrontation)이 아니라 공동진화 (co-evolution)한다는 비전은 21세기 태평양 시대를 위하여, 또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10월 중순 방미가 전략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점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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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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