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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사가 필요한 국회의 국정감사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0월04일 20시1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11분

작성자

  • 이달곤
  • 前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前행정안전부 장관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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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국민감사가 필요한 국회의 국정감사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지만 몇 사람이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예년의 경우에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그리고 인터넷 포탈에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국정의 난맥상을 비롯하여 새로운 사실이나 의미 있는 통계가 적지 않게 보도되었었다. 그리고  잘 차려입은 국회의원이 앞에 대오를 맞추어서 조용히 앉아있는 신사복에게 호통치는 모습이나 그들끼리 삿대질 하는 난장판이 종종 중개되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뜸하다. 물론 수준 이하의 언행과 정쟁으로 다투는 모습은 몇 번 있었지만.


 몸과 맘이 콩밭에 

    이유는 빤하다. 몸과 맘이 벌써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역구의 경쟁자 정보를 파악하여야 하고 저녁마다 몇 개의 모임에 다녀야 한다. 엊저녁의 과로로 몸도 피곤한 상황에서 공천룰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고 또 국감 잘해봐야 표 안 된다고 생각하면 준비는 부실해진다.

선거가 망사(亡事)가 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공천따기 혈투장인 당사(黨舍)가 국회본회의장보다 중요해진다. 모든 발언과 행동이 공천과 결부되어 있다. 언론이 부실한 국감을 파고들 리도 없다. 그래도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올해는 너무하다.

    먼저 야당에서 혁신위다 재신임이다 하여 지도부부터 당사(黨事)를 국사(國事) 위에 올려놓은 한심한 일정을 짰다. 아니나 다를까 여당에서도 공천권의 이동에 민감해지면서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를 위요한 공천방식 줄다리기로 시끄럽다. 자연히 정치권의 내부 쟁투가 언론의 전면에 등장하고   몇 안 되는 출연자들이 엮어내는 4대 종편(綜編) 소설이 텔리비전 화면을 장식한다.

 

 국민이 국정감사의 폐지나 개혁을 요구해야

   언론 뒤에 있는 국민으로서는 국회의 국정감사일정이나 내용과 활동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올해 현상으로 미루어 볼 때 국정감사는 이제 국민이 감사(監査)하여 존폐여부를 비롯한 개혁을 요구하여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국회는 자신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감사청구요구권을 인정해야 할 판이다.

   헌법 61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법률, 국회에서의 증인감정에 관한 법률 등의 제도적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국정감사는 유신 때 폐지되었다가 87년 헌법 개정으로 다시 재제도화의 길에 들어선지 이미 성년의 나이에 이르렀다. 상시 상임위원회 활동에 국정조사, 청문회, 특별검사제 등 세상 모든 제도가 다 도입되어 있는 파국에 또 국정감사까지 고안하여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국회가 가상할 뿐이다. 하지만 선진 주요국에서는 우리 국회와 같이 몇 일간에 수많은 대상기관의 모든 면을 일시에 감사하는 겉핥기식 제도는 없다. 그 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이 제도에 대해서 세금으로 개선안을 연구한 것만도 한 보따리가 넘는다. 그 내용을 다시 짚어보면서 개선 방향을 실행해야 할 때이다.

   일응 폐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상임위 위주의 활동이 상시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또 국정조사제도를 잘 정비하면,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리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사안에 대한 조사와 일반적으로 방대한 기관에 대한 감사는 그 대상이 다르기에 분리하여 존치하여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사실상 국정조사는 13대 이후 88건이 접수되었으나 조사활동을 한 것이 27회, 조사가 진행되고 결과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11건 뿐이다.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제도론적 관점에서 이질적인 두 가지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데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성년이 된 제도는 잘 개혁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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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개혁요구에 국회는 반드시 응해야

   상시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국정감사와 조사를 시도 때도 없이 늘 할 필요는 없다. 국정 흐름을 보고, 좋은 타이밍을 찾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행정부에는 청와대와 감사원을 최고의 감찰과 검사기관으로 두고, 중첩적인 평가제도가 거물망처럼 쳐 있다. 정보기관의 활동도 세세하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감시도 만만찮다. 사실 실무에 종사하여 일하는 공무원들보다, 지시하고, 감독하고, 밀고 땅기고, 비판하고, 간섭하는 사람의 비중이 큰 것이 문제일 정도다. 

   따라서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열의도 달아오르지 않을 국회가 매일 감독과 통제라는 이름으로 행정 각기관을 불러서 ‘조지면’ 국정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으로 행정부와 여당은 필요한 입법과정을 넘어가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회에 더 이상의 권한을 넘기는 일은 시간을 좀 기다리면서 볼 일이다.

 

국민주권의 확보감을 줄 수 있도록 개혁해야     

   그래서 국정감사를 번잡하지 않고도 심도 있게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자동적 전면감사는 개선되어야 한다. 한 예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안이 고려될 수 있다. 이 안은 국회에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동일 기관을 현재 방식과 수준으로 2번 하자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국회의원 개개인의 진정성과 열의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공천에도 국감활동수준이 반영되어야 한다.

    전반기와 후반기의 대상선정은 감사대상 기관의 업무성격, 기관장의 임기, 문제의 발생,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하여 1년에 1회에 거쳐야 할 것이다. 또 크게 감사수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기관은 2년에 한번 정도 하더라도 문제는 없다고 본다. 평소 상임위원회의 업무보고를 통해서 그리고 다양한 행정부 내의 감사활동과 평가활동을 종합해보면 판단할 수 있다. 국민에게 국정을 파악하여 전달함으로써 국민주권의 확보감을 안겨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감사 착수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비감사제도의 도입이 필요 

    국회의원은 지역구 활동과 파당적 투쟁에 매달리고 있지만, 국민은 대정부 질의와 국정감사, 입법안 마련과 표결, 그리고 예산과 결산 심의의결이라는 3대 활동에  매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정질의와 감사는 다른 두 활동의 기반이 되고 나아가 시정조치 요구로 연결될 수 있어야 실질적인 행정통제가 구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연관성으로 볼 때 국감은 중요하며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며칠 안에 수십개의 기관에 모든 경영상의 문제를 몰아치기하는 식의 국감은 부실을 예고하는 제도이다. 상임위 관장 기관 수십개의 문제를 파악하려는 현재의 국감방법은 이미 자체내에서 걸렀거나 행정부 내부의 감사나 평가에서 지적된 문제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다. 그래서 항상 폭로성과 이념노선 싸움의 중간 어딘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심도 있는 감사, 체계적인 감사를 위해서 사전 ‘예비감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감사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지만, 감사활동이라기 보다는 문제점의 심층적 분석과 본격적인 감사 초점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감사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것이기에 명칭을 예비조사제도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낭비와 비효율, 노사관계, 일자리, 납품과 갑질 관행, 리더십 무능, 안전문제, 규제, 기능이관여부, 구분회계 등으로 감사영역을 먼저 정하고, 전문가들이 국회의원국감 이전에 대상기관들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내용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국회의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 그리고 상임위의 전문위원실의 전문가들을 보완하면 예비조사가 가능할 것이다. 그 다음 문제가 유별나게 드러나는 기관들을 묶음으로 모아서, 며칠간 다각도로 감사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 그 해에 감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기관들은 다시 제외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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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팀으로 달려들어야

    예를 들어, 안전문제를 다룬다면 안전(安全), 안심(安心), 안정(安定)에 문제가 생긴 기관들을 함께 묶어서 국정감사를 실시하되 사전 전문가의 예비분석결과를 참고하면 수준 높고 심도 있는 질의와 대안 제시가 가능해진다.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보강하는 참모조직의 비대화를 걱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개별 의원사무실에 있는 직원을 줄이고 이러한 공식기구에서 의원을 보좌하게 되면 참모조직의 수준도 진일보할 것이다. 

    이러한 사전 준비 외에, 상임위원회 위원들이 소그룹을 만들어서 유사한 문제를 가진 기관들을 함께 모아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는 중복질의와 연결성 없는 질타로 위원은 위원대로 에너지의 낭비가 생기고 국민들은 짜증을 내지 않을 수 없다. 팀으로 나서게 되면 집중적으로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고, 입법과 예산편성과정에서 국정감사의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지혜가 생길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상임위 수준에서 감사원 감사요구제도를 요청할 수 있게 하여 한번더 심도있는 통제와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만 되면, 국정감사는 국정의 심층 파악과 해결책 마련으로 연결되고 종국에는 국회의 통제를 통한 국민의 주권행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도 살고 나라도 사는 길을 찾는 것이 실용 정치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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