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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모험 자본의 현 주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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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9월03일 19시5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19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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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모험 자본의 현 주소

 

 

  개발 경제 시대 한국의 압축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 중에 하나는 수출 대기업들에 대한 정부 주도의 자원 배분, 특히 자본의 집중적 지원이었다. 이러한 기업들은 주로 수출 입국이라는 기치 아래 정책적 은행 융자의 혜택을 향유했다. 은행의 융자금은 예금을 근간으로 하며 그 예금은 원금과 일정 이자를 보장해 줘야 하기에 사업의 리스크를 공유하는 모험 자본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당시 우리에게 있는 유일한 자금원은 은행융자뿐이었던 것이다. 

 

외환 위기 직전 우리나라 3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400~500%에 달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은행의 대출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지나친 부채비율이 신용 위기를 불러왔고 부실화된 기업들과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뼈아픈 구조조정을 외국 자본에 의지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아픈 경험으로 모험자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정부 주도로 사모펀드 (PEF) 시장의 문이 열렸다. 그 이후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총 약정액 52조원을 바탕으로 260여 개의 펀드가 탄생 되었다. 양적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PEF 시장 외에 벤처캐피털 (VC) 시장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선진국 산업을 모델로 따라잡기 식의 추격경제 모델을 탈피해야 지금의 저성장을 탈피하고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 되어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때마침 금융시장의 현장 경험을 쌓고 돌아온 임종룡 금융감독위원장이 모험자본 운용업계 실무진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해가며 각종 규제 개선과 지원 방안 마련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창업을 독려하고 신생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험자본 생태계 조성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PEF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경영 참여에만 국한 하지 않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도입도 조만간 이루어져 다양한 자산을 운영하는 다수의 신생 사모펀드들 또한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나게 되고,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기존 금융 시스템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분야를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며 다양한 형태의 자본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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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많은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모험자본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그 시장이 성공을 하려면 두 가지의 쉽지 않은 근본적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진정한 모험 자본의 공급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궁극적 회수시장인 주식시장이 침체를 벋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 민간자본은 장기적인 모험자본 투자에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의 출자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과 보험사 등이다. 그런데 이들 또한 기금의 성격상 원금 손실에 매우 민감하다. 52조원이라는 약정액을 자랑하는 PE 시장에 80% 정도가 중위험 ㆍ중수익의 투자금이라는 분석이 있다. 최후순위 리스크를 담당하는 진정한 모험자본은 상대적으로 아직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모험자본 투자는 운용사의 선택도 모험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각종 감사를 받는 데 길게는 5, 6개월을 보내야 하는 연기금 운용 실무자들은 절차의 공정성과 향후 생길지 모르는 책임 추궁의 우려로 경직된 절차로 최소의 자금만 이런 모험자본에 투입하려 할 수 밖에 없다. 또 초과 수익을 내려고 하면 실패하는 투자건과 운용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으로 감사해 처벌하는 방식은 이 운용자들을 더욱 위축 시킨다. 

 

모험자본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투자 회수시장의 형성을 활발하게 논의 하고 있다. 그런데 궁극적인 투자의 회수 성공 여부는 의외로 주식시장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VC 투자의 경우 성공한 소수의 투자로 초과 수익을 내어야 한다. PE 투자의 경우도 회수가 이루어 지려면 새로운 인수자가 나와야 하고 그 인수자는 유사한 기업의 상대 가치를 중요시 한다. 이런 가격이 주식 시장의 시세로 매겨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식 시장이 최근 조금 활황의 조짐을 보이기는 하나 국내외 투자자 모두 장기적인 침체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인 경제 저성장, 고질적인 저배당 성향, 그리고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는 결코 해결이 쉬운 이슈들 아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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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들의 노후 자금을 투자하는 연기금에게 무작정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전체 운용자산 중 일부를 떼어 초과 수익을 내도록 하는 기왕의 모험자본 투자의 경우 조금 더 유연한 투자 절차와 다른 형태의 사후 감사를 도입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또 궁극의 회수 시장인 주식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이들을 개선 시키기 위한 과감한 개혁 정책들을 고민해 볼 수 없는 것인가? 회수 시장이 막혀 있는데 이런 저런 정책을 펴서 투자액만 늘린다면 종국적으로는 실패한 투자사례들로 인해 또 다른 형태의 벤처 제2 빙하기가 올 수도 있고, 쌓인 대형 PEF 매물들은 저가에 다시 해외 자본들이 쓸어 담을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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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9월03일 19시5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19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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