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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70년, 공정거래법 35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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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8월27일 20시3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0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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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70년, 공정거래법 35년

 

 70년대 대학신문에서 만해 한용운의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나야 진정한 독립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언으로 시작하는 글을 읽던 때가 엊그제인데 반세기는 오랜 전에 지났고 이제 해방 70년을 논하게 되었다.  이 게재에 70년의 반인 35년 전 만들어졌던  공정거래법에 관하여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발자취에 비추어 부족하였던 점을 생각하여 보고자 한다  사실 공정위는 2011년 법시행 30주년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나 중이 제 머리를 깍지는 못하는 법,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도 가끔 필요하지 않은가?  

 

공정거래법의 성과

공정거래법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적정한 시점에 정부가 기업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 공권력만으로 이끌던 시절을 끝내고 시장질서에 일정한 규율기능을 이양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시만을 따르면 되었던 기업들은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경쟁질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를 어긴 경우 공권력이 발동되어 기업 또는 경영인이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정부의 지시와 시장질서간 혼란의 시대를 지나면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통한 이양절차는 점차적으로 모든 산업분야로 확대되었고 위반행위에 대한 집행수단 역시 상당한 시간을 두고 점차 확대되었다.  제도면에서도 공정위는 위원회로서의 제반 절차와 기관을 갖추어 나갔고 나아가 국제적인 협조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제는 OECD내 지도적인 경쟁당국이 되었다.  이는 국가발전을 위하여 헌신적인 자세로 일한 행정관료와 국민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한 기업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우리경제의 보다 나은 장래를 위한 공정위의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적용대상과 집행수단, 행정조직면에서 살펴 보자.

 

공기업

공정위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위법행위의 개선을 위하여 개별적인 사안에서의 간헐적이면서도 단발성 제재조치 및 제도개선조치를 취하여 왔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경제상황이 지지부진하면서  공기업의 수나 사업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그 거래행위에 대한 규율 역시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쳐 이제 공기업의 상황은 불공정차원이 아닌 부패와 무책임, 재정개혁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공정위는 공기업의 경쟁중립성에 대한 논의에서 한걸음 나아가서 산업구조적 차원에서 증복된 공기업의 과감한 민영화를 포함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경쟁제한적 행위에 대한 근본적 정책전환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공정위는 개별 산업담당부서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보다 적극적 개입을 통하여 경쟁정책이 대한민국의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상기시키면서 단기적, 국지적 이익을 대변하려는 이들에게 왜 공기업이 언제까지 필요한지, 그리고 공기업은 그 영업행태에 있어서 왜 경쟁제한적 보호가 필요한지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워야 한다.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만을 보다 보면 전체 숲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공정위는 이제 단순히 개별적 행태규제에서 나아가 산업구조적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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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공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정책적 구상필요성은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산업이 과점시장이니 최근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적발이 되었다.  담합 적발에 힘이 부쳐서 리이언시제도를 도입, 그나마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담합을 간신히 잡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과접산업에 대한 행태규율에서 산업조직규율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과 같이 법원이 공동행위의 합의를 지극히 좁게 해석하고 있는 마당에 행태만을 뒤쫒다가는 공정위의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조만간 나자빠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공동행위에 대한 법규정의 정비와 함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이나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추정의 범위를 확대하며 개별 산업의 주무부처와 협의하여 진입제한에 대한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필요하다면 첨단기술산업같은 특정산업분야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동안 적용면제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규모기업집단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여태까지의 정책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는 것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웅변으로 말하여 주고 있다.  이제 기존의 공시주의에서 보다 실체적인 규제로 중심을 이동하여야 한다. 대규모기업집단에 관한 한 공시에 기초한 시장의 규율이 아무런 효과가 없고 도리어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정부의 지원가능성으로 인하여 신용보강효과가 있을 뿐이다. 부당지원이나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자의적이며 행정편의적 규제는 법원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하였다. 

 

최근 개정상법 제398조는 회사와 주요주주 또는 그 계열사간 거래에 관하여 그 내용과 절차의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구 증권거래법상 상장법인과 최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간 거래에 대한 규제도 역시 개정상법 제542조의9로 이동하여 절차적 규율을 추가하고 있다.  이제 공정위는 이러한 상법상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원용하여 대규모기업집단내 거래에 관한 새로운 규율시스템을 고려하여 볼 만하다.  다시 말하면 대규모기업집단내 거래에 대하여 공정한 절차 및 내용을 요구하며 비임원 또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의 설치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통한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규율이 집행방법상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이는 점차 사적 집행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것과 유사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사적 처벌

법인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어떤 경우에 어떤 범위에서 법인이 아닌 개인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법리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인 측면에서 다투어지고 있는 논점이다.  특히 전속고발제로 인하여 공정위는 검찰의 끊임없는 우려와 비판을 들어야만 하였다.  사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역시 끊임없는 국민의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그러나, 권력의 행사가 개인의 자의가 아닌 법에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이 정한 법치주의 원칙이므로 공정위는 형사고발시 고려하여야 할 요소를 적어도 과징금 산정기준에 유사한 수준으로 보다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법무부가 기업에 대한 형사소추시 고려하여야 할 요소를 열거한 McNulty 메모를 참고할 만하다.  위법행위의 정도나 조사에 대한 협조도 중요하지만 평소 준법프로그램을 통한 위법행위 예방의 노력과 경영진들의 준법경영에 대한 태도가 중시되어야 한다.  경제살리기를 위하여 범법자를 사면하여야 하는 경제체제하에서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혁신과 일자리를 가져오는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성숙된 자본주의의 시대가 오기 전에 이들이 법을 지키면서 증식한 자본만이 자본주의하에서 정당성을 가지는 것임을 인식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경쟁과 하도급/소비자보호

공정위가 중요한 부처이기는 하지만 공적 자원의 배분을 위하여 타 부처와 경쟁하는 것은 행정부의 일부분으로서 당연한 상황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하도급이나 소비자보호업무와 경쟁업무 역시 동일한 경쟁적 상횡에 있다.  그러나, 전자의 업무는 공권력이 후견인의 입장에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시장의 경쟁질서를 확립하여 이들간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는 면에서 그 목표나 수단에 있어서 구별된다. 그렇다면 후자의 업무는 과감하에 각 부처에 이양하거나 아니면 별개의 청이나 원단위로 공정위 밑에 설치하는 것을 고려하여 볼 수 있다.  현재 소비자보호원이 있으나 그 기능이 지극히 제한적이니 이를 대폭 확대하고 공정위 자체 조직에서 떼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공정위가 대규모기업집단과 산업질서를 논하다가 갑자기 추석명절이나 연말이 가까워지면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라고 협박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책목표에 있어서 혼돈을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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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정책과 경제살리기/구조조정정책

공정위의 법시행 30주년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공정위의 엄격한 경쟁정책이 기업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관료주의적 규제와 혼돈되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 경쟁정책의 집행이 재정집행, 이자율결정, 정책자금방출, 환율정책 등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도 아니 된다. 경쟁정책이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첨단산업에의 투자를 막는 현상유지적 정책으로 혼돈되어서도 더더욱 아니 된다. 경쟁적인 시장질서는 바로 이들 다른 이름의 모든 정잭을 시행하는데 기초가 되며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35년만에 경쟁력을 갖춘 경쟁당국으로서의 지위에 도달한 반면 금융위는 갈 길이 멀다.  경쟁의 결과로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떤 원리에 따라서 어떻게 구조조정을 할지에 관하여 아무런 정책도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하여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과 금감원이 법에서 탈법적 선제적 기업조정을 하는 것 이외에는.  이제는 경쟁정책과 함께 기업구조조정정책도 심각하게 고려하여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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