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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8월18일 18시2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0시31분

작성자

  • 서상목
  • 인제대학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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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공적연금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얼마 전 진행된 공적연금에 관한 치열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이제 한국에서도 이른바 ’연금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적연금이 최근 대다수 선진국에서 복지재정 악화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면서, 공적연금 개혁은 정치권의 핵심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정안정을 강조하는 보수적 입장에서는 보험수준 및 각종 혜택의 축소와 더불어 보험료 인상 등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대대적 개혁을 주장하는 반면, 충분한 수준의 노후생계보장을 강조하는 진보적 입장에서는 공적연금의 급격한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선을 선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념이 다른 정치집단 간 그리고 각 사회계층 간 합의를 이루어 공적연금 개혁이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서는 높은 수준의 실질적 복지를 유지하면서 경제성장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공적연금 개혁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정치사회 불안정이 야기되는 국가에서는 경제파탄과 이에 따른 복지수준의 실질적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독일과 북유럽국가들이 전자에 해당하고,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들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적연금에 관한 논쟁이 새로 구성된 사회적 기구를 통해 원만히 해결된다면 한국이 경제와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독일과 북유럽국가들과 같은 처지에 이르게 될 것이나, 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사회계층 간 갈등만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우리도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최근 여야합의로 통과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협상을 성사시킨 여야대표들과 이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타협된 안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한 결과이며, 이번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인해 연금수준이 향후 5년간 동결되고 연금지급율은 현재 1.9%에서 1.7%로 축소되는 반면, 보험료율은 현행 7%에서 9%로 인상되어  2016~2085년 기간 중 333조원의 재정절감효과가 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개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에 연금지급율을 더 줄이고 시행 기간도 단축했어야 하며, 연금지급 연령도 현행 57세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61세로 상향조정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미흡한 수준의 개혁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한다.  둘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되나, 이번에 통과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상적 관점보다는 보다는 현실적 관점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그 내용에 대해 여야는 물론 공무원노조가 같이 합의해야 국회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이 작금의 우리 정치 현실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의 개혁안에 대해 여야는 물론 공무원노조가 합의한 것은 나름대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문화가 앞으로 이어질 여타 공적연금의 개혁과정에서도 유지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실 지난번 공무원연금법 개정과정에서 논쟁이 뜨거웠던 부분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내용보다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하겠다는 것이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과정에서 제기된 공적연금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기구와 관련 국회특위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공무원연금도 큰 차원에서 공적연금제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연금수준을 가입기간 중 평균임금과 비교하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한다는 의지가 명시적으로 담아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구를 설치하면서 사회적 기구가 도출해야 할 결론을 정치인들이 미리 정해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뿐더러,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면 보험료도 올리는 것이 상식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에 더해,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찬반토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통계수치를 자신의 논리전개에 유리하게 마음대로 조정하여 인용함으로써 국민적 혼란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불신감마저 조성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은 원래 소득대체율 70%로 설계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 선진국 다수의 공적연금들이 이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한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과의 형평성 유지 차원에서도 소득대체율이 70%는 되어야 한다고 당시 KDI연구진은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은 국민들의 저항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 등을 고려하여 3%에서 시작하여 5년마다 3%p씩 인상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보험료율이 적어도 15%는 되어야 한다고 연구진은 판단했으나, 보험료 두 자리 수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걱정한 정치권은 9%까지만 법제화하는 결정을 하였다.   그 후 연금재정추계가 의무화되면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문제가 언론에 큰 문제로 부각되었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국민연금법 개정이 이루어졌는데 그 내용은 보험료율의 인상보다는 소득채체율의 인하에 역점이 두어졌다. 보험요율의 인상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199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70%에서 60%로 인하되었고, 2008년에는 다시 50%로 인하된 후 2009년부터 매년 0.5%p씩 낮추어 2028년에는 40%가 되는 것으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었다. 이와 같이 연금이 만들어진 후 얼마 안 되어 소득대체율이 거의 절반으로 하향조정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일이다.   특히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재정이 이미 적자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대적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반면, 국민연금은 재정이 적자로 반전되기 40년 전에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인하하는 개혁이 이루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공무원과 군인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의 연금은 적자재정을 방치하여 국고로 그 손실을 메워주는 대신,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은 40년 후에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연금액을 거의 절반으로 깎는 조치를 취한 것이 한국에서 ‘연금정치’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공적연금 분야에서 힘의 논리에 의해 국민들이 두 계층으로 완연히 나누어지게 된 것이다.   선진국에서 공적연금의 역사는 매우 길다. 이미 1880년대에 공적연금을 도입한 독일, 프랑스, 덴마크, 그리고 이탈리아에 이어,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 칠레 등 주요 남미국가들도 20세기 초에 공적연금을 도입하였다. 평균수명이 짧고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시기에는 공적연금재정이 매우 건실하였으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출산율과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공적연금은 재정적 위기를 겪게 되었다. 1980년대부터 부각된 이른바 ‘복지국가의 위기’ 역시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공적연금재정의 위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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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경우 공적연금은 이들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되었다. 공무원연금이 1960년에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이어 1963년에 군인연금이 그리고 1973년에는 사립학교교원연금이 만들어졌으며, 같은 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복지연금법이 제정되었으나 당시 발생한 석유파동을 계기로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 후 1986년 국민연금법이 다시 제정되어 1988년부터 직장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이 실시된 것이다. 그 후 1995년에 국민연금은 그 대상이 농어촌지역으로 확대되었고, 1999년에는 도시자영업자에게 확대됨으로써 ‘전국민 연금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작된 한국의 공적연금제도 역시 어느 선진국보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로 인해 적자재정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일찍 시작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지가 오래되었고, 사학연금 역시 머지않아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됨은 물론이고 소득대체율이, 앞에서 지적한대로, 설계 당시 70%에서 40%로 크게 하향 조정됨으로써 앞으로 40년 후에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젊은 층이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염려하여 5년마다 장기재정추계를 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는데, 이때 40~50년 후에는 국민연금재정이 고갈된다는 추계결과가 언론에 대서특필된 결과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은 한국의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등 국내의 다른 공적연금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의 공적연금과 비교해보아도 재정상태가 매우 건실하다. 현재 500조원 이상의 적립금이 쌓여있고,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30년 후에는 2,500조원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GDP대비 가장 큰 규모의 적립금이 유지·운영되는 사례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공적연금이 필요한 연금지불액을 그 해 보험료 부가를 통해 충당하는 이른바 ‘부가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보험료를 장기간 축적하여 생긴 기금을 통해 보험급여가 지급되는 이른바 ‘적립방식’으로 국민연금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급은 국가의 약속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국민연금이 부도가 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운용을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구체적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2014년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470조원으로 GDP대비 30%를 상회하고 있고, 기금운용은 현재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기금운용위원회가 관장하고 있다. 기금의 약 60%가 채권에 투자되어있고, 주식투자 비율은 27% 수준인데 매년 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비율은 역시 현재는 10% 수준이나 이 역시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복지부문 투자비율은 0.1%로 매우 미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6.1%로 일본의 3.2%보다는 높으나, 캐나다 7.7%, 스웨덴 6.7%보다는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금운용과 관련한 쟁점은 기금운용의 3대 원칙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익성, 안정성, 그리고 공공성 간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제까지 국민연금기금은 안정성을 최우선시하여 운용되었기 때문에 채권투자의 비율이 매우 높으나, 최근에는 수익성을 고려하여 주식투자와 부동산 등 대체투자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복지부문 투자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일반적 정서는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 역점을 두어 연금재정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구성될 공적연금에 관한 사회적 기구에서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이에 더해,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금운용 지배구조를 국민연금과 독립된 형태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문제 역시 사회적 기구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그리고 사학연금 등이 국민연금과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이 둘을 통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군인연금은 군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공무원연금보다도 약간 유리하게 설계되어있으나 이 역시 공무원연금과의 통합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국민연금인데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앞에서 언급한 특수직역연금과 다르다. 첫째,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이 특수직역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통합을 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둘째, 국민연금은 소득계층 간 재분배 기능이 포함되어있으나 특수직역연금은 그렇지 않다. 이번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면서 약간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새롭게 도입되었으나, 국민연금과 비교해서는 재분배의 정도가 훨씬 낮다. 따라서 모든 공적연금의 통합을 위해서는 소득재분배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은 막대한 규모의 기금이 적립되어 있으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기금이 이미 고갈상태이고 누적적자 역시 상당히 크기 때문에 통합이 되었을 때 국민연금가입자가 불리하지 않게 하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적연금의 통합은 바람직한 목표이기 때문에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장기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 역시 국민연금과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여 모든 노인에게 일정한 금액의 연금을 주는 ‘기초연금’과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해서 연금을 주는 ‘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자는 안이 오래전부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기초연금재정으로 국민연금기금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의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선거공약인 기초연금액 인상에 필요한 재원의 1/3을 국민연금기금으로 충당하려는 안이 알려지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자 이를 즉각 취소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기초연금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이 성숙기에 이르기 전에 발생하는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이기 때문에 본래 목적에 충실한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노인빈곤률은 현재 48% 수준으로 OECD 평균 13%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노인자살률 역시 단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당수의 노인들이 먹고살기가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논의한 기초연금이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기초연금을 도입한 이후에도 노인빈곤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기초연금이 노인 70%를 대상으로 하고 그 지원규모도 월 10~20만원으로 빈곤을 해결하기에는 낮기 때문이다. 또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으나, 엄격한 ‘부양의무자 조항’ 때문에 많은 빈곤노인들이 수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러면 노인빈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우선 기초연금의 대상을 빈곤노인으로 한정하고 연금액도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주는 수준으로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이럴 경우, 저소득층을 위한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중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65세 이상 노인은 제외시키고 이들 모두를 기초연금 대상으로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초연금 대상을 갑자기 축소하면 기존제도의 혜택을 보는 노인들로부터 반발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약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대상을 축소하면서 지원규모를 확대하는 절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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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상적인 공적연금제도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공적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전문가들이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노력을 아울러 전개해야 한다. 이번 ‘공무원연금 파동’을 통해 우리는 공적연금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게 되었다. 둘째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2010년 지자제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선거쟁점으로 부상된 이후 정치권은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선거전략으로 복지정책을 활용하여왔다. 그 결과는 예산의 낭비는 물론 복지정책과 관련한 비생산적 논쟁과 이로 인한 사회계층간 갈등의 심화였다. 공적연금은 급식이나 보육보다 필요한 재정규모가 훨씬 크고 계층 간 대립의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보다 성숙된 토론문화와 정치관행이 정착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인류역사의 마지막 정치체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교수는 ‘신뢰(Trust)’라는 최근 저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우선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복지증진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역시 이들 국가의 첫 번째 성공비결로 사회적 신뢰를 지적하고 있다. 이번 공무원연금법 개정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이 결국 국회에서 처리되었다는 사실은 한국에서도 사회적 신뢰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공적연금에 관한 사회적 기구의 출범과 이의 성공적 운영을 통해 한국의 사회적 신뢰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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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8월18일 18시2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0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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