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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좋지 않은 낌새와 그 위험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7월26일 20시5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00분

작성자

  • 국중호
  •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 교수

메타정보

  • 37

본문

일본의 좋지 않은 낌새와 그 위험성

 

이상 조짐의 위험성

아베정권 들어 일본의 낌새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여태 것과는 다른 이상한 조짐이 감지됩니다. 아베정권은 2015년 7월 16일 안전보장 관련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켰고, 그 여파로 수상한 기운이 감도는 요즈음입니다. 이 법안은 패전 후 전쟁을 포기한 나라 일본을 다시 전쟁가담 국가로 만들 수 있는 법안입니다. 지속성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인지라 한번 정해지면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전쟁에 관여할 빌미를 잡아 자위대가 전장에 나가는 그땐 이미 수습이 곤란하여 ‘주사위는 던져졌다’일 것입니다. 전쟁 참여에 관성이 붙게 되고 그것을 저지할 힘이 작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참 위험합니다.

이번 중의원 통과 법안은,국제평화지원법(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자위대가 타국 군을 후방지원하기 위한 근거법) 제정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 당하면 일본도 함께 전쟁에 참전하는 행위) 용인을 위한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 등이 뭉뚱그려져 있는 셋트법안 입니다. 선물셋트가 아닌 11개나 되는 ‘법안셋트’인지라 한꺼번에 내용을 파악하긴 어렵습니다. 큰 틀을 말하면 ‘일본열도 방위강화’와 ‘자위대의 해외활동 확대’가 두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정치를 향해 “밤 놔라 대추 놔라” 간섭할 처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바뀌면 한반도에도 직결되는 일이니 몇 마디 하여 볼까 합니다.

 

배경은 무엇이고 배후엔 누가 있나?

일본은 중국의 해양진출을 ‘고압적’이라 표현하며 대결자세를 취합니다. (『2015년도판 방위백서』) 패권국가로 나서려는 중국에 대해 일본 혼자만의 외교력으로 대응하기엔 벅차다고 여겼습니다. 중국을 견제할 요량으로 미국 밑으로 들어가 어떻게든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의지표명이 위 법안 정비에 묻어나 있습니다. 자위대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미군의 행동요원이 되겠다는 결의입니다. 미국에 예속되어 존재감을 보이겠다는 것도 주체성이라면 주체성이겠습니다만, 한중일 협력을 바라는 저에겐 일본의 행동이 온당치 못하게 다가옵니다. 과거의 침략전쟁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미래를 향한 화해 노력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이고 그 내각을 좌지우지하는 사무국이 내각부(the Cabinet Office)입니다. 아베 수상 뒤에서 그 위광을 등에 업고 판을 짜며 내각의 모든 각료들을 아우르는 인물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관방장관(the Chief Cabinet Secretary) 입니다. 관방장관은 내각법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성청, 省廳) 장관들을 제어하면서 정책추진의 실권을 쥐는 직책입니다. 이번 안전보장 관련법안의 각본을 쓴 행동대원 역할은 내각법제국이었습니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소신 없는 거수기로 전락했습니다. 국민의 대표여야 하는 이들이 민주주의 의식을 키우려 하기 보다는 ‘아베 충성 이중대’를 자처하고 나서는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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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및 국가의 폭주, 그리고 국민의 희생

일본은 중세 이후부터 에도(江戶)막부가 끝나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1868년)까지 기나긴 무사정권의 역사를 갖는 나라입니다. 막부(幕府, 바쿠후: 무사정권의 중추) 체제에선 무사가 일반인보다 지위가 높았습니다. 번(藩)이라고 하는 영지(領地)에는 성(城)을 중심으로 마을이 있었고, 일반 백성들한테는 그 마을(출신지)을 벗어날 자유도 거의 없었습니다. 붙박이 정주성(定住性)이 몸에 배이다 보니 위에서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따르기 일쑤입니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고 나서 군부의 득세는 엄청나게 강해졌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당시에도 국가와 군부의 폭주는 대단했었습니다. 

일본 군부는 젊은이가 전쟁에 동원되는 일이 생기면, ‘축하합니다’라는 쪽으로 미화시켰습니다. 전쟁터에서는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죽어 가게 하였고, 죽어 혼으로 ‘야스쿠니(靖國神社)에서 만나자’며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가게 했습니다. 자신들의 슬픈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온 백성들입니다. 오오카와 엣세이(大川悦生) 원작의 『어머니의 나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전쟁에 동원되어 갈 때마다 집에 남은 어머니는 오동나무 한 그루씩 일곱 나무를 심고 아들을 기리며 지냅니다. 애달프게도 일곱 아들들은 모두 죽고 자신도 오동나무 아래서 한 맺힌 삶을 마감하는 가슴 찡한 영화입니다.일본이 패전하지 않았다면 군부는 여전히 폭주하여 일반 국민의 희생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아베 수 상의 사고 범위

아베 수상 자신은 양심에 부끄럼이 없다고 믿는지,‘천만 명의 반대자가 있더라도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는 맹자(孟子)의 말을 새겨두고 있는 듯합니다. 이 말은 아베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수상의 좌우명이었고, 기시의 영향을 옴팡 받고 자란 아베는 외할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헌법개정을 자신이 이루겠다 속으로 다짐하였을 것입니다. 그에게는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신념 아닌 신념이 자리 잡혀 있습니다. 어찌하면 그 옹고집 신념을 관철시킬 것인가에 온갖 신경이 쏠려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무서운 것은 악법이라도 일단 정해지면 따라야 한다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어진다는 점입니다. 국가명령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며 저항 없이 순종하려 합니다. 아베 수상은 국민들의 이러한 속성을 능란하게 이용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법안을 통과시켜 두면 지켜질거라고 훤히 짐작하고 있습니다. 후에 비판 받을라 치면‘ 모두가 법률을 지키고 있으니 그 법률에 찬성하고 있는 게 아니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득의양양입니다. 예컨대 ‘국제연합(UN)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 성립 시에도 전쟁터에 휩쓸릴 위험이 있다는 반대여론을 따돌린 다음 지금은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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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주는 파장

아베 수상과 같은 사람을 옆 나라에 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참 갑갑한 일입니다. 그는 애매하고 두루뭉술한 말의 향연을 쏟아냅니다. 안전보장 법안 심의에서 답변이 막혔을 때 그가 잘 사용하던 말이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대처하겠다는 말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라 추궁하면 ‘적국한테 이쪽 수를 읽히게 된다.’며 얼버무립니다. 결코 흉내 내서는 안될 것이 아베 정권의 운영방식입니다. 거기에는 우민화를 획책하는 정권 야욕이 득실거립니다. 우민화로 민도(民度) 수준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베 정권의 대두는 일본으로서 불행한 일입니다. 건전한 비판이 설 땅을 잃게 했고 국민의 민주주의 세포도 퇴화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듯, 공교롭게도 아베 권력의 폭주가 국민들에게 정치 관심의 싹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한국 민주주의는 살아 있는지?’ 자문해 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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