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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경제대책과 흔들리는 국정기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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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15일 20시0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46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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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쏟아지는 경제대책과 흔들리는 국정기조


 

 (1) 경제가뭄 속에 쏟아지는 대책홍수

지난 6월 25일 정부는 가뭄과 수출부진과 메르스 사태에 따른 ‘엄중한 경제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대책A)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경제부총리가 6명의 장관(급)을 배석시키고 행한 국민에 대한 약속과 다짐으로서의 담화문이니 더 없이 무거울 수 없는 분위기의 발표문이었다. 경제부총리는 그 날 ‘외부충격을 극복하고 침체에서 회복으로 경제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해서 ➀ 「5대 경제활성화 과제」 및 ➁ 구조개혁 방안을 담았다’고 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5대 경제활성화 과제」였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의 “140개 국정과제”서 부터 “4대 국정기조 : 13대 전략과 140개 과제”, “비정상의 정상화 10대 부문 80대 과제(2013년 12월)”,  “2014년 경제정책 65대 과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3대전략과 15대 핵심과제와 100대 실행과제”,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 등 유난히 숫자가 들어가는 대책을 많이 내놓아 신선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5대 경제활성화과제」가 더 없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만큼 경제가 위급하고 대책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최경환 부총리의 「5대 경제활성화 과제」란 (1)15조 이상 재정보강으로 성장률 3% 유지, (2) 청년 고용여건 개선, (3) 수출투자 획기적 개선, (4) 가계소득증대 및 (5) 리스크 직시와 적극대응이었다. 

 

그로부터 꼭 1주일 뒤인 7월 3일 정부는 「추경 및 재정확대 정책」(대책B)을 발표했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세입 추경 5조6천억과 메르스·가뭄 대응을 위한 6조2천억의 세출 추경과 함께 21조 7천억의 재정확대정책을 내놓았다. 메르스 극복 및 피해 업종 지원에 2조5천억, 가뭄·장마 대책에 8천억, 서민생활 안정에 1조2천억, 생활밀착형 안전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1조7천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리고 기금 한도 증액(3조1천억), 공공기관자체투자와 민자 선투자확대(2조3천억), 신용·기술 보증과 무역보험 및 수출여신 확대 등 금융성 지원(4조5천억)이 그것이다.  그리고 6일 뒤인 7월 9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116조원규모의 「투자활성화 및 수출 경쟁력 강화대책」(대책C)이 발표되었다. 수출기업 무역금융에 16조2천억, 차세대유망기업육성에 6조8천억, 수출마케팅에 12조 2천억, 그리고 내년까지  56개 기업의 69개 설비프로젝트에 91조2천억이 투자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두 주 사이에 엄청난 숫자의 대책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동원 계획이 나온 셈이다.

 

 

(2) 정부 대책의 비일관성과 비치밀성

불과 14일 동안에 쏟아져 나온 정부대책의 숫자와 규모도 방대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심이 가거나 신뢰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첫째로는 정책에 사용된 언어의 일관성이다. 대책A에서 부총리는 ‘경제활성화’라고 하는데 첨부된 세부대책 자료에서는 ‘경제활력강화’라고 했다. 뜻이 비슷하지만 부총리의 말과 정부의 정책자료가 서로 다른 것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장관은 ‘청년고용여건 개선‘이라고 하는데 정책자료집에는 ’고용절벽완화라‘고 하고, 장관은 ’수출투자 획기적 개선’ 이라고 하는데 정책자료집은 ‘수출투자활성화’라고 쓴다.  또 경제부총리가 발표한 「5대 경제활성화 과제」는 실제로는 6대 과제였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책자료집에는 6개 과제가 있었으나 소비여건개선과 서민중산층 지원강화를 묶어서 ‘가계소득증대 및 생계비절감’ 과제로 발표한 것이다. 경제활성화나 경제활력강화가 그게 그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지시 워딩(WORDING)’이나 군 사령관의 명령은 한 점 한 획도 바뀌어서는 안 되는 법이듯이 경제부총리, 장관의 워딩도 한 점 한 획도 임의로 바뀌어서는 ‘영’이 서지 않는 법이다. 정책최고책임자의 워딩 자체가 그 지위의 권위를 의미하므로 아무리 듯이 비슷하다하더라도 그것을 달리 써 버리면 장관 본인이나 혹은 정책입안들이 용어를 부주의하게 쓴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본의 아니게 권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당국의 압축된 정책의지가 담긴 용어가 자꾸 변형되면 정책의 내용이 변질되고 정책방향이 흐트러지게 되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둘째로는 그동안에 나온 정책에 대한 평가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았고 무역투자진흥확대회의만 해도 여덟 번 개최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계속 부진하고 수출이 부진하다면 대책을 쏟아내기 이전에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하는 일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정부 대책 어디를 모아도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는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그저 늘어놓기만 하고 약속만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꼼꼼하게 챙기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

 

셋째로는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정책의 이념적 구조가 계속 흔들린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는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기반구축과 아울러 경제부흥이고 2014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구상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에 관한 한 경제부흥과 경제혁신 3개년계획보다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것은 없다. 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은 이 틀의 범위를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되며 모든 경제정책과 대책은 경제부흥이라는 국정기조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틀 안에서 균형 있게 자리 잡아야 한다. 경제부흥의 3대 부문은 ➀창조경제와 ➁경제민주화와 ➂민생경제이고, 경제혁신 3개년계획은 ➀기초가 튼튼한 경제,➁역동적인 혁신경제, ➂내수수출 균형경제이다.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의 정책흐름을 보면 경제부흥에서는 경제민주화 부문이 희미해졌고 인수위원회 이후 그렇게 강조했던 ‘일자리 창출’은 그 이후 ‘청년고용여건개선’으로 말이 바뀌었다. 2014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비정상의 정상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쏟아져 나온 이번의 대책-A-B-C는 일시적인 메르스 충격대책과 함께 수출투자확대대책으로 집약되는데 이런 정책들이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➀기초가 튼튼한 경제, ➁역동적인 혁신경제, 그리고 ➂내수수출 균형경제에 어떻게 연결되어 기여하는지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경제혁신 3개년계획의 세 번째 축인 ‘내수수출 균형’은 ‘내수수출의 복합불황’의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고 말았다. 게다가 금리인하 및 부동산 활성화대책으로 폭발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남으로써 내수수출 균형과제의 제1과제인 가계부채의 구조개선, 즉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을 현재보다 5%p 낮추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3) 정부정책에 대한 제언

첫째, 나열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수 백, 수천 가지 대책을 내놓은 것이 업적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똑 부러지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비유하여 내놓은 대책이 빙산의 일각이라면 그 대책에 대한 점검과 평가와 반성은 물 밑에 가라앉은 보이지 않는 빙산의 실체인 것이다. 둘째,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실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챙겨봐야 한다. 5년 간 복지 예산 135조를 조달하기가 어려운 형편에 민간부문을 독려하여 91조 2천억을 일년 안에 설비투자에 투입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셋째, 정책기조가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국정기조와 경제혁신3개년 계획의 ‘워딩(WORDING)’을 반복하여 씀으로써 국정기조와 국정방향의 개념이 변질되지 않고 유통되도록 한다. 넷째, 정책을 개발할 때 다른 정채목표와의 연관성에 유념하여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가 경제혁신3개년 계획의 중요한 정책과제라면 금리정책이나 부동산대책도 가계부채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범위 내에서 수행되어야 정책 간에 얼키고 설키는 일이 없을 것 아닌가.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은 대책의 숫자나 방대함이 아니라 정책이 가져다주는 보이는 ‘성과’이다.  대책만 내놓지 말고 대책의 성과를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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