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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전염병과 생태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7월14일 19시1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47분

작성자

  • 조경희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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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메르스,  전염병과 생태계

 

 우리사회에 많은 충격을 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마지막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서서히 극복되어 가고 있다. 허술한 국가 방역체계에 대한 여러 질타와 함께 국민 안전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 여러 제도적 수정과 함께 시민들의 의식변화에 대한 많은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염병과의 싸움은, 인류가 오랜 세월 자연에 정착하여 삶을 영위해 온 정복자로서의 역사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올 수밖에 없는 여러 전염병의 대해서도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2002년 중국, 홍콩 등을 휩쓸었던 사스(SARS) 역시 이번의 메르스와 같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원래 코로나바이러스는 얌전한 놈이다. 흔히 앓고 지나가는 목 아프고 기침 나는 겨울철 감기 원인 중의 하나이며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스와 메르스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생겼다. 메르스는 원래 중동의 낙타감기다. 2012년 사람에게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이전에 죽은 낙타에서 체취, 보관하고 있던 검체를 검사한 결과 1992년부터 낙타에게 있었던 바로 그 바이러스임을 확인했다. 즉 20년 이상 낙타감기로 있었던 바이러스가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쥐에서도 비슷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박쥐로부터 옮겨왔을 것이라고도 판단하고 있다.

 

일찍부터 역병이라 하여 전염병은 사회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인간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공격자였다. 역병이 도는 동안은 사회규범이 무시되기도 했고 범죄도 만연했으며 급기야는 사회가 붕괴 되기까지도 했다. 환자의 가족들도 환자를 돌보려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의 시체도 내팽개쳐졌다.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1/3을 잃게 했는데, 이 당시에 벌써 사람 사이에 전파 된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였다. 격리가 일반적인 원칙으로 결정 되어 “흑사병 격리소” 를 세웠었다.  페스트는 pestis 라는 박테리아 감염으로 일어난다. 이 박테리아는 열대쥐벼룩에 기생하는데, 이 벼룩의 숙주인 흑쥐가 페스트에 감염되어 숫자가 줄어들면 열대 쥐벼룩은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 특정 조건에서 페스트는 폐에 침범하며, 감영자의 침방울을 통하여 사람 사이에 전파된다. 

천연두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기는 마마는, 인구 20% 이상 곰보가 되거나 실명을 가져 오는 질병으로 약 3억 명의 사망자를 낸, 인류가 가장 무서워하는 병이다. 1798년 제너가 ‘우두의 원인과 효과에 관한 연구’라는 소책자를 발표했다. 인류가 백신을 사용했다는 역사는 이 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는 기록들이 있으나, 제너가 8세의 소년에게 천연두 백신을 접종한 것이 시초가 되어 천연두의 예방접종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1960 WHO는 모든 환자를 격리하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함으로써 천연두를 근절시키려는 계획에 착수했다. 1977년 12월 마지막으로 발생 한 후 1979년 12월 9일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가 인류에 의해 근절된 최초의 질병이라고 공식 선언하였다. 천연두는 숙주가 사람 이외는 없었기 때문에 예방접종에 의해 전파 억제가 가능했고 결국 박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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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핵은 접촉에 의해 옮을 수 있다고 밝혀졌고, 결핵균은 1882년 로베르트 코흐가 발견했다. 로베르트 코흐는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세균학자들 중 한 사람으로 현대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1920년대 파리에서 BCG 접종이 개발되었고, 1952년에는 항결핵제가 개발되었다. 콜레라는 차가운 하수물에서도 죽지 않고 있다가 하수가 상수로 흘러 들어가면, 인간-배설물-하수의 연결고리로 전파 된다. 1854년 영국의 의사 존 스노가 콜레라의 감염원을 런던에 있는 식수 펌프로 확인하여 그 오염원을 제거한 후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 후 비브리오라는 세균에 의해 전염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역시 로베르트 코흐다. 1884년의 일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감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1918년 발생하여 2년 간 5000만 명 이상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이 있으며, 1968-1969년 발생한 홍콩 독감은 세계로 확산되어 100만 명이 사망한 바 있다. 2009년에 발생한 신종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 변종으로 18,500명을 사망하게 한 바이러스 변종의 대유행이었다. 독감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변종이 나타나며, 10-40년 주기로는 구조에 큰 변종이 나타난다. 이러한 변종이 나타나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식하기 때문에 항체가 없다. 현재 WHO에서는 매년 전세계 유행 독감을 분석해서 다음 해 출현 할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을 개발 보급하여 독감 전파를 차단 예방하고 있다. 

 

인간을 위협하는 병원체로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있다, 세균은 세포로 되어 있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고 번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감염시킬 생물)에 들어가서 자신을 복제하여 번식한다. 따라서 숙주와 떨어져 있을 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백질 조각과 유전물질에 불과하다. 1-5 um 크기의 세균은 단세포 동물로써 스스로 생존하고 있으며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치료를 하게 되나, 계속 항생제 내성 균이 생겨나 인간의 공격 속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20-400 nm 크기의 작은 바이러스를 정복하기 위하여 인류는 계속 백신개발과 함께 항바이러스제 치료제를 개발해 가고 있으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동물이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전염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의료의 발전 및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서 계속 새로운 변이종이 나타나게 된다. 에이즈는 1959년부터 바이러스가 있어 왔지만, 전세계적으로 퍼져서 감염자만 3000만 명에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1970년대 원숭이나 박쥐에게서 전염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13,000명의 사망자를 내며 치사율이 40-90%에 이른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조류에만 감염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이를 일으켜 사람, 개, 돼지 등 포유류도 감염이 되기에 이르렀다. 무서운 점은 동물에게만 전염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피해를 입히도록 변형되어 간다는 사실과 함께, 병원체 역시 다양한 형태로 살아 남기 위하여 자기를 계속 변화 시켜 나간다는 사실이다. 전염력은 강해지고 치사율은 낮아지는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종이 계속 나타나서 스스로의 번식과 생존을 유지해 가고 있다.

 

생태계에서는 생명을 가진 개체가 환경 속에서 여러 생물군과 군집을 이루어서 발달과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먹이 사슬 속에서의 생물 생태계와 이러한 환경을 유지시키는 비생물 생태계가 있는데, 서로간에 다양하고 복잡한 평형관계가 잘 유지 될 때 비로소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 된다.  유용한 미생물은 죽은 동식물이나 쓰레기 등을 썩게 해서 자원 순환을 도와 준다. 또한 우리 몸 속에서는 소화.흡수를 도와 주고 살균작용을 하는 물질을 만들거나 다른 세균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여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없애기도 한다. 환경의 변화, 생태계의 변화는 미생물의 변화를 가져와서 인간을 공격하게 한다. 모든 생물은 자기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체계와 환경을 바꾸어 적응해 가며, 인간의 안전과 생존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생태계 내에서 유지되고 있다. 생태계 원칙에서의 질병의 감염은, 작은 생물체의 입장에서 보면 먹이를 획득하려는 노력으로, 인간 숙주 내에서 생존을 위한 계속적인 변이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천연두와 같이 변화하지 못하는 미생물은 없어지고 새로운 변이를 계속 일으켜서 살아 남은 바이러스는 인간을 공격하여 질병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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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염병의 극복은 오랜 우리의 숙제였지만,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우리의 태도 변화는 중요하다. 자연의 정복자로써 인간은 오랜 세월 환경의 개척자 및 창조자로 주인 역할을 해 왔지만,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대기오염, 토양오염,수질오염 등의 환경문제와 지구 온난화 문제 등은 환경 변화에 무한히 적응할 수 없는 생태계의 한 종임을 계속 일깨워 준다. 생태학적 입장에서 자연을 단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로 보려는 인식 변화와 함께 환경의 보존이 필요하다.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길을 찾아 가야만 하는 것은 인류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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