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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 ‘서비스’와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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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21일 21시4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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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 ‘서비스’와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어느 모임에서 한 강연자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중국음식점에 가면 군만두 줄 때 ‘서비스’라고 부른다, 즉 ‘서비스’라는 말은 공짜라는 인식이 우리의 의식 속에 깔려 있다. 그런데 금융업을 금융서비스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금융 시장 발전에 오히려 저해가 되는 면이 있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현금 인출기 사용하면서 내는 수수료마저 내가 내 돈 찾는데 왜 수수료 받느냐고 불평하는 것이 우리 금융소비자들의 정서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IB들은 국내고객사 들이 하도 수수료를 경쟁 시키고 깎아 대고 해서 각 나라 별로 M&A 자문료, 주식 인수 공모수수료 수준을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최저 3국 중 하나라고 한다. 한국 외에 인도 와 대만이 수수료가 짜기로 유명한 3국이란다.

 

모조품 만들기 세계 최강국이 중국이라고 하는 데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은 기업공개 같은 건에 소위 ‘full fee’, 즉 규모와 성격에 따라 3~7% 까지 군말 없이 수수료를 내어 놓는다. 우리나라는 딜도 몇 개 없는데 잘 주어야 1~2%이고, 발행 비용 등도 모두 주관사 보고 떠안으라고 한다. 이런 류의 딜을 따려고 발표 자료를 만들 때 꼭 들어가는 것이 수수료를 얼마나 낮추어 내는가와 아울러 얼마나 딜 관련 비용을 부담하겠는가 이다. 자장면 팔면서 서비스로 군만두는 기본이고 심하면 탕수육이라도 내어 놓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런 고객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경쟁이 심하고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칙 안에서 서비스의 차별화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 금융서비스 공급자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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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은행은 금융회사라는 인식 보다는 공공 기관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은행장의 연봉은 공개되고, 그마저 더 깎으라는 무언의 압력이 상존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반대로 은행장 자리에 지원하려는 후보자들 또한 그 누구도 보상에 관심이 없고 그저 은행장 자리만 주면 감지덕지라는 식이다. 아직 은행장 후보가 연봉이 적어서 그 자리 안 가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즉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인식을 보면 돈 빌려 이자 내는 것은 몰라도 다른 서비스는 다 군만두여야 한다. 그리고 은행장 같은 자리는 명예와 지위를 얻는 자리이지 고용주의 수익을 높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 돈 벌 수 있는 자리 또한 아니다. 반면에 선진 금융회사들은 지적 재산을 인정받는 충분한 수수료를 수취해 인재를 모아 적절한 보상을 하고, 주주 이익 극대화를 한 CEO들은 수백억에 이르기도 하는 연봉을 받아가면서 어떻게 더 수익을 확대 할지 밤낮으로 고민을 한다. 자리 보존해 보려고 언론 및 정관계 인사들과 인맥 쌓기에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어떻게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이러한 ‘금융회사’들과 경쟁해서 이기기를 기대할 수 있겠나? 

 우리나라 은행은 절대로 금융회사가 될 수 없다. 은행장을 거쳐 간 수많은 훌륭한 분들의 잘못도, 또 흔히 탓하는 행정규제만의 이유도 아니다. 우리 국민의 정서와 금융시장의 역사, 그 바탕 위에 만들어진 시장이 이유라면 이유이다. 앞서 서비스의 개념을 말했던 연사는 이런 지적도 했다. 

 “금융당국의 본연의 역할은 운동 경기의 심판 같은 것이지 모든 학생들의 안녕을 책임지는 초등학교 담임선생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정서는 금융시장의 모든 사건 사고를 금융당국 책임으로 돌리려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환경 속에 어떤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새로운 금융기법과 규제개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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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위에서 규제 개혁을 외쳐대도 실무 라인에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법이 아무리 바뀌어도 일을 미루는 핑계는 백 가지도 더 있는 것 같다”라는 것이 인허가나 승인을 신청하고 기다려 본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과거와 같은 부정부패의 문제라기보다는 추후에 책임 문제가 더 크다. 소신 갖고 일해서 혹이라도 잘못되면 된서리를 맞는 것은 담당 라인이다 보니 그렇다. 감사원의 건 수 위주의 감사 시스템에 대해 볼멘 소리 또한 높다. 

 

결국 이러한 총체적 이슈는 1,2년 임기의 금융위원장 혼자 단기적 처방이나 슬로건성 이슈 메이킹으로 풀 수 없는 과제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살길은 정보통신산업(IT) 금융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 규제 개선이나 장려정책을 넘어 일반 대중들의 정서까지 바꾸어 보겠다고 나서는 소신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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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21일 21시4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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