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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의 금리정책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15일 20시1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06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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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의 금리정책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0.25%p 내려 사상 최저 수준인 1.75%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 5월 2.75%에서 2.5%로 내린 이후 작년 8월과 10월에 이어 네 번에 걸쳐 1%p 내린 셈이다. 이번 금리 인하가 다소 놀라웠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결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과거 기준금리 인하의 경우를 보면 항상 그 전 달 인하의 ‘시그널’을 줬고 또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개진했었다. 따라서 지난 달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한 상황에서 이번 달에는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당연했다. 언론이 한은의 ‘전격적 조치’ 혹은 ‘소통부재’를 꼬집고 나서자 한은총재는 “경제 성장과 물가가 한은이 전망한 경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금리로 대응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사전에 전혀 시그널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궁색하기는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자. 한국은행이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유를 이주열 총재는 “경기 부진이 계속돼 이대로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경기가 침체될 우려가 크다고 확인된 만큼 가급적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고 했다. 

 

  논란의 핵심은 기준금리를 내리면 경기침체가 해소되느냐 하는 문제다. 먼저 민간소비와 기준금리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 2000년 이후 분기자료를 가지고 민간소비(증가율)과 기준금리 사이의 회귀분석을 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기준금리는 민간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거나 오히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민간소비가 감소하는 관계로 나타난다. 그것은 2012년 이후의 기준금리 인하의 실적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기준금리는 2012년 3.75%에서 2014년 말 2.0%까지 1.75%p 하락했지만 민간소비증가율은 금리를 내리기 이전수준(1.7%증가)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다(1.4%).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준금리의 하락이 가계의 예금금리는 크게 낮추어 이자소득을 크게 줄이는 반면 가계대출 금리부담 경감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08년 이후 세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보면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기준금리는 3.25%p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신규 정기예금금리는 2.76%p 하락한 반면 신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1.87%p 밖에 하락하지 않았다.(아래[표]참조) 두 번째 이유는 가계의 부채(약 1100조)보다도 가계금융자산(약 2780조)이 더 많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부담 줄어드는 것보다 예금이자 줄어드는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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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비투자는 좀 다르다. 실증분석을 해보면 기준금리는 확실히 시장금리를 낮추어 설비투자를 늘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입증된다. 설비투자(증가율)과 기준금리의 단순회귀분석을 해보면 기준금리에 대한 설비투자의 탄성치는 약 5 이고 유의수준은 99%를 훨씬 넘는다(t값-5.03). 따라서 지난해와 금년에 걸친 0.75%p 기준금리 인하로 약 3.75%p 설비투자(GDP의 8%)증가와 약 0.3%p(3.75%*8%)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최소한 4분기가 지나야 설비투자 투자증대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혹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환율의 약세를 초래할 것이고 그것이 수출증대에 기여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원화가 약세가 된다면 그렇지만 기준금리인하 당일 환율은 오히려 내려갔다. 두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와 수출효과를 종합해 보면 최근 세 번의 0.75%P 기준금리인하에 따른 경기침체 해소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첫째 문제는 기준금리인하의 부작용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이 주택전세 임대자의 월세전환 움직임이다. 예금금리가 떨어지면 임대인은 낮아진 이자소득을 만회하기 위해 그 만큼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융자를 받아서라도 전세금을 갚고 월세로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쪽에서는 월세부담이 늘어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전세공급물량 부족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올라가 가계 빚도 늘어난다. 이건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둘째 문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는 경우다. 지금 현재 5년 만기 국채의 금리 수익률은(3월13일) 한국이 2.0%이고 미국이 1.58%이니까 0.42%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현재 0.5%대의 미국기준금리가 늦어도 2016년에는 2%-4%로 올라간다면 우리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상당 수준으로 올려야만 할 것이다. 지금 내린 만큼 그 때가서는 더 올려야 한다. 셋째 문제는 만약 금리인하나 엔저효과로 인해 수출부진으로 해서 만에 하나 원화환율이 크게 올라간다면 국내자금의 해외유출이 빠르게 일어날 테고 이런 역류를 막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큰 효과도 없이 부작용만 드러나고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어려운 진퇴양난의 형국이 현재의 금리정책 환경이다. 그건 누가 책임을 맡고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금리인하의 부작용은 최소화되고 긍정적인 투자활성화 효과만 일어나려면 통화당국이든 정부든 기준금리만 달랑 내려놓고 할 일 다 했다고 손 털어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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