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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론, 어떻게 보아야 할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3월12일 19시59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07일 17시39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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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저임금 인상론, 어떻게 보아야 할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3월 4일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부총리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그리고 금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기적으로 느닷없을 수 있다. 짐작컨대 한편으로는 우리경제가 지금 디플레이션의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고, 이것을 제동걸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올려서 소비를 진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저임금 근로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 보인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는 2009년 이후 시간당 7달러 25센트인 연방법상의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로 39%나 대폭 인상하려 하고 있다. 당연히 재계와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미 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감성적으로 그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의원 한분 한분께 말씀드립니다.

  만약 여러분이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일년에 만오천불도 안되는 소득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한번 그렇게 시도해보십시요.

  만약 그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신다면, 미국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수백만     명의 임금을 올리는데 투표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이 시점에서 최저임금 인상론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리고 올린다면 얼마나 올려야 할까?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시장의 노동수급 상황과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임금의 최저한을 결정하고, 그 이하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기업의 노동수요(일자리 창출), 근로자 사이의 임금격차, 산업구조 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을 평가해 보자.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일급 8시간 기준 44,640원, 월급 209시간 기준 1,166,220원)이다. <그림 1>에서와 같이 최저임금은 2006~15년간 연평균 7%씩 인상되었다. 이에 비해 소비자물가는 2005~14년간 연평균 2.7% 상승하였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실질 최저임금은 상당히 상승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이의 갭은 2007년 9.8%P로 확대되었다가 이후 줄어들었으나 2011년 이후 다시 확대되어 2014년에는 5.9%P에 달하였다.

 

 연도마다 최저임금 인상 시 그 수준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 즉 최저임금 수혜 근로자는 <그림 2>에서와 같이 2006년 150만 명에서 2015년 267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전체근로자에서 차지하는 수혜근로자의 비율, 즉 영향률이 10.3%에서 14.6%로 높아졌다. 1988~2000년간 연평균 영향율이 4.1%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영향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하겠다. 이것은 물론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체 근로자의 임금상승률보다 높은데도 기인하지만,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2000년 11월 이후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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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어떨까? <표 1>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장 환율로 평가하면 OECD 국가 중 14위로서 중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구매력 환율로 평가한 최저임금은 10위로 올라간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GNI)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8위로서 결코 낮은 수준이라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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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의 지표들은 최저임금 인상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우리 노동시장은 다른 측면이 있다. <표 2>에서와 같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임금격차가 가장 심하고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근로소득 상위 10% 지점에 있는 근로자의 임금은 하위 10% 지점에 있는 근로자 임금의 4.7배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의 5.22배에 이어 두 번째이며 OECD 평균 3.38배에 비해 상당히 큰 격차이다. 이를 반영하여 빈곤근로자의 비율도 미국과 비슷하게 25%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 평균 16.3%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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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금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최부총리의 발언에 의해 촉발된 최저임금 대폭인상 기대는 위에서 살펴본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한다면 합리적이라 보여 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물가상승률만큼만 인상하자는 주장 또한 합리적이라 보여 지지 않는다. 앞에 제시한 임금격차와 빈곤근로자의 과도한 비중을 감안하면 물가상승을 보상하고, 그 위에 소득분배 격차를 개선하기 위해 적정한 추가 상승분을 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보여 진다. 소득격차 개선분은 앞으로 10년 이내의 기간에 OECD 평균 수준으로 빈곤근로자 비중을 줄이거나, 최저임금 수준을 전체 근로자 임금의 중위값의 일정비율(2013년 현재 45.0%), 또는 평균값의 일정비율(2013년 현재 36.6%)로 높인다는 목표아래 연차적으로 반영해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소득분배 개선분을 포함하여 인상률을 높이는 것과 아울러 대기업 정규직 등 고임금 부문 근로자의 임금인상에서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근로계층 전체의 고른 임금 향상을 위해 이미 고임금인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인상은 자제하고, 이를 통해 임금 지급의 여력이 생긴다면 이를 중소영세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임금 인상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노력을 앞장서서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는 저임금계층의 애로는 임금의 절대적 수준이 낮은데다 최근 전월세가 폭등하여 주거비를 지불한 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저임금계층을 위한 효과적인 주거안정대책 등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의 확충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임금 확충은 기업이 직접 지급하는 임금의 최저한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인상하는 것보다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저임금 지급이 부득이한 중소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줄이며 소비진작효과도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 그리하여 보다 많은 근로자들이 고임금의 일자리에 취업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공급에 의존하는 중소영세기업의 혁신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산업의 구조조정이고 경제의 업그레드이다. 그리고 이를 성공시키는 길은 노, 사, 정부가 힘을 합치는데 있다. 당면한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대타협이 반드시 성공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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