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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소통, 나라 소통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5월09일 21시18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09일 21시20분

작성자

  • 나은영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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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5월은 소통의 달이다. 연초록 신록의 나뭇잎들은 이제 곧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그늘로 성장해 갈 가능성을 품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가족 소통은 이처럼 ‘가능성을 성장시키는’ 소통이다.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표출된 4월 13일의 선거 이후 맞이하는 5월이기에, 나라 소통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잘 담아내는’ 나라 소통이 되기를 희망한다.

 

□ 시스템 내의 역할 존중, 그리고 신뢰

가족과 나라의 공통점은 서로 역할을 달리 하는 구성원들이 하나의 체계, 즉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스템 내에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역할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필요하다. 하나의 시스템이 원활히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역할을 한 가정의 가장이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모두 해낼 수는 없다. 일정부분 권한을 위임하여 각자 맡은 역할을 자율적으로 잘 해낼 수 있도록 ‘신뢰’의 눈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녀가 공부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어머니가 그 역할을 대신 해줄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성공적으로 공부해 왔던 방식을 자녀에게 그대로 강요하면 미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자녀에게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단 자녀를 믿고, 스스로 가장 좋은 방식을 찾아가는 모습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다려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라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영역별로 역할을 나누어 맡긴 후 한동안 믿고 지켜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매 순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거나 단기적인 안목으로 판단하다 보면 모두가 눈치만 보느라 소통의 흐름이 막히고 만다. 나라의 중대사를 즉흥적으로 순간의 구미에 맞게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가정에서나 나라에서나 진정한 소통, 즉 의미 공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가 굳게 믿어 왔던 생각, 즉 소신의 일부를 일정부분 양보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또한 상대방에게만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스스로 변화할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모든 변화를 다 소신의 포기로 간주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 뒤쳐질 수 있다. 요즘처럼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는 지금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 변화의 방향에 나는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부분을 항상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도 흔히 ‘내 가족은 내가 잘 안다’거나 ‘내 자녀는 내가 더 잘 안다’며 가족 구성원의 문제점을 누군가 외부인이 지적할 때 흔쾌히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화하듯,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온 자녀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작년까지는 내성적이었던 아이가 언제부터인지 외향적으로 조금씩 변화해 왔을 수도 있고, 평소에 짜장면을 좋아했던 아이가 이성 친구를 사귀면서부터는 짜장면을 싫어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요점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건도, 상황도 모두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변화까지를 모두 포용하며, 변화한 현실까지를 반영한 ‘정확한 현실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이후의 소통을 원활히 이루어갈 수 있다.

 

□ 시야를 넓히면 감정이 조절된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있으면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2013년 미국심리학회의 한 세션에서 발표된 하먼존스와 게이블의 연구에 따르면, 분노는 시야를 좁힌다. ‘분노는 시야를 좁힌다’는 명제가 옳다면, 그 대우인 ‘시야를 넓히면 분노가 줄어든다’는 명제도 옳을 것이다. 분노하면 인지적 관점이 축소되어, 바로 눈앞의 사실만이 크게 보인다. 마치 술을 마셨을 때 상황 전체가 보이지 않고 바로 눈앞의 상황만 크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의 ‘주의집중 근시안(attentional myopia)’이 유발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소통이든 나라 소통이든, 소통의 상대방에 대해 화가 난다면 일단 화를 먼저 가라앉힌 다음에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당장 눈앞의 사건이나 사람에만 주의를 기울이지 말고 ‘더 멀리, 더 넓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 눈앞에 있는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분노가 이전에 비해 한층 더 누그러진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정서를 비교적 편안하게 만든 이후에야 비로소 상대방을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며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더욱 넓힐 수 있다.

 

□ 만남의 시간, 경청과 공유

가족 소통이든 나라 소통이든, 일단 ‘만남’이 있어야 소통이 성사된다. 같은 집에 거주하는 가족이라 해도 서로 함께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각자 바쁜 생활만을 이어간다면, 소통의 기본 조건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SNS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만남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표정의 변화나 목소리의 높낮이까지 살필 수 있는 면대면 만남에 비해서는 서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내용을 훨씬 덜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통을 위한 만남의 시간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나라의 소통을 위해서도 만남의 시간은 소중하다. 서류나 전자문서로 정돈된 보고서를 통해 현황 파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을 대면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서류를 통한 소통은 기초자료에 근거한 간접 소통일 뿐이다. 또한, 서류는 편집과 미화가 가능하기에, 국민 삶의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직접 눈에 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서로 공유 부분이 넓어져 시원스럽게 뻥 뚫린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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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5월09일 21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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