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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교육공약 단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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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4월08일 21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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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상념(想念)

 

각 당의 4.13총선 교육정책공약을 살펴보았다. 예전과 달리 깊이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흥이 나지 않는다. 교육문제가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어떤 선거에서도 교육문제가 선거의 중요 쟁점인 경우는 없었다. 원인은 다른 데 있다.

 

 무엇보다 각 정당들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다. 양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특히 그러했는데, 두 정당의 교육공약은 예전에 비해 분량 자체가 현저히 적다. 교육공약을 따로 독립시켜 발표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것은 아무런 잘못도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이번 선거 상황에서 두 정당이 교육공약에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투여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오버다. 

 

흥이 나지 않는다고 이런저런 생각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깊이 분석할 내용이 적으니 오히려 온갖 상념들이 꼬리를 문다.

 

  1. 딜레마

 

당연한 얘기지만 공약을 만드는 사람은 그 공약이 국민의 관심을 크게 사로잡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그 공약은 거대 공약이어야 한다. 하지만 공약이 크면 클수록 그 공약의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실현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공약을 만들다 보면 너무 자잘한 공약만을 제시하게 되어 국민이 만족하는 공약을 제시하기 어렵다. 딜레마다. 

 

이것은 제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도 벗어날 수 없는 딜레마다. 그냥 둘 사이에서 온 힘을 다해 줄타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둘 사이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공약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나보고 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2. 교육복지

 

여전히 교육공약에서 교육복지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물론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그런데 갈수록 자꾸 의심이 들려한다. 교육공약을 만드시는 분들이 선거 때마다 교육복지공약을 많이 제시하는 것은 그들이 정말 복지문제가 교육의 가장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혹시 복지공약을 만드는 일이 그 중 제일 만만한 일이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심이 든다.

 

각 정당이 교육복지공약을 많이 제시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긴 하다. 우선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이니까 사실 그게 제일 쉬운 일이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바로 주어지는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복지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에 비례하여 교육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예컨대 고교무상교육이 완전히 실현되어도 고등학교 교육은 여전히 지금 그대로 일 수 있다.

 

3. 사교육

 

사교육에 관한 공약은 이제 그만 등장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를 통해 얻을 것이 없다. 차라리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이 낫다. 사실 사교육 대책은 그 정답이 얼추 나와 있다.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사교육 문제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저보고 답을 내놓으라고 하면 임금격차 줄이는 것밖에 답이 없어요. 임금 격차 안 줄이고 사교육 문제 해결이 되요? 학력, 학벌에 따른 임금 격차가 엄청난데. 학부모들이 대학 보내야 되고, 똑같은 대학이 아니라 일류 대학을 보내야 되겠구나 생각하죠. 당연히. 인생이 바뀌는데.”

 

 다음은 하연섭 교수의 말이다.  

  “순위 싸움이란 얘기다. 지위경쟁인 것이다. 공교육의 질이 낮건 높건 상관없이 좋은 대학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사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면 왜 꼭 좋은 대학에 가려는 것인가? 그래야 직업안정성이 보장된 곳에 취직할 수 있고, 보수도 높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사교육의 진짜 주범이다.”

 

결국 사교육의 주된 원인은 교육 외부, 즉 사회에 있다. 이번 총선공약에서 사교육비 제로를 최상위 교육공약으로 내걸은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012년에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육이라는 것이 사회의 종속 변수라 교육 자체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크게 바뀌기 어렵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대기업 사원, 변호사, 의사, 공무원 같은 직업만 안정적으로 돈을 많이 번다면 모든 대학교가 여기에 맞출 것이고, 거기에 따라 초등학교 교육까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사회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견기업도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하고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해요. 또 창업 활성화를 통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사람들이 구태여 일류대에 목을 매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사교육 문제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만 그 실현이 어려울 뿐이다.

 

4. 공교육정상화

 

사교육비 발생의 원인이 100% 사회에 있다는 애기는 아니다. 무기력한 공교육의 탓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무기력한 공교육을 살리는 일은 사교육 대책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이다. 공교육을 살리는 일, 흔히들 말하는 공교육의 정상화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결코 사교육 대책의 한 수단으로 다루어질 것이 아니다. 

 

사교육비 감소를 목적으로 해서 나오는 공교육정상화 방안은 문제해결의 핵심을 건드리기 어렵다. 공교육의 정상화 그 자체를 목표로 삼아 문제를 직시할 때 올바른 세부적 정책공약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공교육정상화는 사교육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 일이기에 공교육의 정상화 과정에서 사교육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공교육정상화는 사교육 감소에 기여한다. 하지만 순간순간을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사교육 감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교육정상화라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면 올바른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기 어렵다.

 

또한 공교육정상화에 대한 공약은 교육복지공약보다도 우선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고교무상교육을 완전히 실현한다고 고교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은 무료로 제공된다고 해서 질낮은 교육에 만족하지 않는다. 

 

5. 상념(想念)들

 

이 생각 저 생각이 꼬리를 물지만 생각은 항상 비관적인 쪽으로만 흐른다. 희망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월이 가도 우리교육은 여전히 지금의 모습 그대일 거란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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