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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과 위성발사체, 어떻게 다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4월07일 20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4월07일 20시45분

작성자

  • 장영근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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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2월 실시한 북한의 장거리로켓 광명성호 발사 도발은 1월에 있었던 4차 핵실험과 더불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언론에서는 발사된 광명성호 로켓이 탄도미사일인지 또는 위성발사체인지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광명성호 로켓은 소형위성인 광명성 4호를 우주궤도에 안착시켰다. 하지만 서방에서는 광명성 4호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광명성호 로켓은 분리된 1단 및 2단 엔진과 보호덮개(페어링)의 낙하지점으로부터 2012년에 발사된 은하 3호 로켓과 거의 동일한 로켓으로 확인되었다. 일단 소형위성 또는 우주물체를 약 5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시켰으니 발사체의 임무를 수행한 것은 맞다. 하지만 탄도미사일과 발사체 기술의 가역성을 고려할 때 미사일의 신뢰성 기술 증진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로켓은 고온 고압의 가스 배출을 통해 추력을 생성하는 추진체이다. 화학로켓은 자동차나 항공기 엔진과는 다르게 연료와 산화제를 모두 탑재하고 비행한다. 이는 대기권 내에서 뿐만 아니라 우주의 진공상태에서도 추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켓이 탑재물인 인공위성을 지구궤도나 심우주로 발사할 때는 발사체가 된다. 만일 로켓의 탑재물이 무기로 사용되는 탄두일 경우에는 미사일이 된다. 하지만, 임무가 서로 다른 탄도미사일과 위성발사체는 동일한 로켓에 단순히 탄두와 위성을 교체해서 장착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본 고에서는 로켓이라는 동일한 운반체를 사용하지만 임무가 다른 탄도미사일과 위성발사체의 특성을 비교하고자 한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광명성호)를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전환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살펴본다.

  위성발사체는 위성을 운용하는 궤도에 진입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반면 탄도미사일은 우주의 최고(정점) 고도에 다다른 후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목표 지점을 타격해야 한다. 탄도미사일과 위성발사체를 외형상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위성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 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은 다수의 동일한 기술, 동일한 구성품 및 운용특성을 공유한다. 탑재물을 운반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임무가 다르고 최종 목적지가 상이하기 때문에 상이한 기술도 존재한다. 

  특히, ICBM은 러시아와 중국과 같이 구 공산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가 반응시간 및 준비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하지만, 우주발사체의 경우 환경 및 성능 증진을 위해 액체수소(LH2)와 액체산소(LOX)와 같은 극저온의 액체추진제를 주로 사용하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액체연료 및 산화제와 같은 경우 발사 직전에 이들 추진제를 주입해야 하고, 주입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시정찰자산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 장기 보존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하이드라진(Hydrazine)을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특성 비교

  임무 목적을 규정하는 탑재물 외에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구분하는 주요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각각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혀 다른 궤적을 이용한다. 서로 다른 궤적은 최적 성능을 위해 상이한 추진시스템을 요구한다.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발사체는 초기에 수직으로 상승하지만 목표궤도에 도달하기 위한 요구 속도를 얻기 위해 지구곡면과 거의 평행한 궤적으로 위성을 가속시킨다. 요구되는 선회 방향의 속도를 얻기 위해 궤적의 마지막 단계(2단 또는 3단)에서는 통상 낮은 추력의 엔진을 사용한다. 탑재 위성의 최대 고도는 임무에 따라 요구되는 궤도 변수에 따라 400~600km 정도이다. 한편, 탄도미사일은 높은 고도로 탄두를 들어 올리며, 이때 탄두가 최대사거리를 비행하도록 다운레인지를 관성 비행하도록 한다. 10,000km의 사거리를 가지는 ICBM은 최소 에너지 궤적에서 1,000km 이상의 최고 고도에 다다른다. 이러한 고도로 탄두를 올리기 위해서는 가속하는 동안 중력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고추력의 엔진을 필요로 한다.

  북한은 2006년 장거리 로켓의 첫 발사에서 이륙 후 바로 폭발하여 궤적과 임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2012년과 2016년의 발사에서 로켓의 형상과 비행궤적은 위성발사에 전적으로 부합하도록 되어 있다. 일단 로켓이 400km 이상이 되면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필요한 속도를 얻기 위해 지구 곡면과 거의 평행하게 위성을 계속해서 가속하도록 은하 로켓의 비행궤적이 이루어졌다. 2단과 3단에 사용되는 상대적으로 낮은 추력의 노동엔진과 버니어 엔진은 각각 임무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탄도미사일은 사거리를 증진하기 위해 탑재체(탄두)를 가속하면서 동시에 높은 고도로 상승한다. 최적화된 궤적을 따라 비행하는 ICBM은 보통 지표면으로 하강하기 전에 1,000km 또는 그 이상의 고도에 도달해야 한다. 만일 은하 로켓이 낮은 추력의 노동엔진과 버니어 엔진을 이용하여 탄도미사일로서 비행한다면 중력 손실 때문에 대략 800km의 사거리를 희생해야 한다.

  둘째, 발사 시에는 고밀도 공기층에서는 저속으로 그리고 저밀도 공기층에서는 최고 속도로 궤도비행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경우 저밀도 공기층에서 감속한 후 고밀도 공기층으로 자유낙하하게 되므로 마찰에 의해 엄청난 열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ICBM의 재진입 비행체 또는 탄두는 열악한 대기권 진입 환경에서 생존해야 한다. 재진입 비행체 및 탄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열 차폐를 위한 특수 소재가 요구된다. 그리고 재진입 시 발생하는 외란을 고려하여 재진입 비행체 및 탄두의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정밀유도제어기술도 요구된다.

  셋째, 운용 요구조건에 차이가 존재한다. 비행 전에 위성발사체는 탄도미사일과는 다르게 수일 또는 수주 동안 발사준비가 필요하다. 발사 전에 부품 및 서브시스템을 체크하고 검증해야 한다. 임무 감독관은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기 전에 발사를 위해 정상적인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기다려야 한다. 만일 발사 카운트다운 동안 오류가 발생하면 발사를 연기해야 하며 문제를 식별, 해결한 후 발사준비 과정을 다시 거처야 된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대부분의 군 무기체계처럼 작전을 위해 궂은 기상상황이나 밤에도 버튼을 누르면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미사일은 성능 및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운용조건 하에서 비행시험을 수행해야 한다는 군 요구조건이 있다. 역사적으로 개발과정은 미사일이 전력화되기 전에 최소 10여 차례의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다. 즉 북한이 2단과 3단 추진시스템을 고추력의 엔진으로 대체하여 은하 3호(광명성) 로켓을 탄도미사일로 전환한다고 해도 전체적인 개발을 위해 미사일 비행궤적을 갖는 비행시험이 수행되어야 한다. 추가로 대기권으로의 재진입으로부터 탑재체(탄두)를 보호하기 위해 열차폐막(Heat Shield)과 재진입 방향제어를 위한 정밀유도제어기술 등을 개발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3월 핵탄두 형상의 물체에 열차폐막을 설치하고 대기권 재진입 중에 구조물이 수 천도의 온도에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험은 단순히 열차폐막 소재의 삭마 능력을 보여주는 것일뿐 실질적인 탄두의 재진입기술을 모사한 것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은하 로켓의 크기 및 중량 때문에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에서 90톤 중량의 미사일을 전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동성이 없으면 은하 탄도미사일은 발사 전 선제공격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북한은 이동식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는 KN-08과 같은 ICBM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KN-08 미사일은 과거 수년 동안 군사퍼레이드에서 모형을 선보였지만 실제 비행시험을 수행한 적은 없었다.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전환 사례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서로 가역적 관계에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상호 연계를 가지고 개발되었는지 살펴보자. 소련, 미국, 중국 및 프랑스에서 초기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역사를 조사하면 이들 국가 중 어느 국가도 위성발사 로켓을 탄도미사일로 전환한 경우는 없으나 그 반대는 흔한 일이었다.

  첫 번째 경우로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후에 이를 경제적, 상업적 목적이나 로켓시스템의 시험 검증을 위해 위성발사체로 전환하여 발사하는 경우이다. 소련과 미국의 경우, 우주로 발사된 최초의 위성은 각각 변형된 탄도미사일인 R-7과 Jupiter-C에 의해 운반되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위성발사로켓과 첫 번째 장거리미사일을 병행하여 개발하였다. 두 시스템은 주요 로켓 단을 포함하는 많은 부품을 공유했다. 그러나 중국이 위성발사체와 미사일을 병행하여 개발하는 동안에도 탄도미사일은 수년에 걸쳐 다양한 비행시험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되었다. 소련의 경우 SS 시리즈의 군사적 용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위성발사체(로콧, 디네플, 코스모스, 소유즈, 등)로 전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는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으나, 중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북한의 지정학적 상황으로 실질적 비행시험이 불가능하여 발사체로 전환하여 로켓추진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는 경우로 판단된다. 

  두 번째 경우는 평화적 용도의 위성발사체나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을 개발하고 이를 군사적 용도의 탄도미사일로 전환한 경우이다. 하지만, 위성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사용하기 위해 전환한 경우는 없다. 이는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임무가 매우 다른 운용 요구조건을 가지기 때문이다. 통상 위성발사는 수일에 걸쳐 발사 준비를 한다. 엔지니어들은 발사 수일 전에 로켓을 조립하고 추진제(연료 및 산화제)를 주입한다. 그들은 발사 전에 조립된 구성품 및 개개의 메커니즘을 확인하며, 만일 기상 상태가 나쁘면 발사는 지연될 수 있다. 추가로 만일 발사 이륙 전에 구성품의 오기능이 발견되면 발사는 연기되고 시스템은 재검증에 들어가며 보완 후에 발사 카운트다운이 재개된다. 한편, 사운딩 로켓을 기반으로 미사일을 개발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MB/EE 시리즈 미사일은 손다(Sonda) 시리즈의 사운딩 로켓을 기반으로 탄생하였다. 파키스탄의 '하트프(Hatf)-1 미사일'도 프랑스가 개발한 다우핀(Dauphin) 사운딩 로켓을 기반으로 개발한 단거리(사거리; 70~100km) 미사일이다. 

  세 번째의 경우는 위성발사체와 ICBM으로 모두 활용된 사례로서 미국의 타이탄 2가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성발사체를 개발하였으나 이를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로 전환하지 않거나,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우주발사체로 전환하지 않아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독립적으로 개발 운용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나로위성발사체(KSLV-I)가 전형적인 경우이다. 인도의 저궤도 및 정지궤도위성발사체인 PSLV와 GSLV도 여기에 속하는 위성발사체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평화적 용도의 위성발사체 개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고체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M-V 저궤도 위성발사체와 액체추진제 로켓으로 구성된 H-2A/B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로켓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능력의 추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본은 소행성 탐사 및 각종 비행체 근접, 랑데부 및 도킹시험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심기술인 지구 대기권 재진입기술(Re-entry Technology)을 획득하고 검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기반기술은 동일하다

  대다수 국가들은 우주개발 목표로 국민의 삶의 질 증진과 국가경제에의 도움을 제시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우주기술의 국가안보에의 전용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주기술은 곧 군사기술이다. 위성기술은 우주무기체계 기술로 전환되고 로켓을 사용하는 발사체기술은 미사일기술과 기반기술은 동일하다. 이런 연유로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군 주도의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를 빌미로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표면화하면서 공식적으로 군 정찰위성(정보수집위성; Information Gathering Satellite)을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있으며, 현재는 다수의 전자광학(Electro Optics) 위성 및 전천후영상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을 우주에 띄워놓고 미사일 및 핵 목표물 등에 대한 감시정찰을 수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로켓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위성발사체 기술은 탄도미사일 기술과 가역성이 있으며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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