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금융으로 국부 늘리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3월24일 19시59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메타정보

  • 50

본문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흑자를 해외 금융자산에 투자해서 금융으로 국부를 늘릴 때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인구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

지난해 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105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상 국내총생산(GDP)대비로도 8% 정도인데, 경상수지 흑자 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대만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인구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몇 년간 상당 폭 흑자를 낼 전망이다. 정부가 균형 예산을 편성한다면, 저축과 투자의 차이는 수출과 수입의 차이와 같게 된다. 따라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수출이 수입을 넘어서 무역(경상) 수지가 흑자를 이루게 된다. 실제로 1998년 이후 한국의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졌고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저축률이 투자율을 초과하고 있는가? 우선 인구구조 측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장년층(30~59세) 인구 비중이 늘 때 저축률은 올라간다. 왜냐하면 이들이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버는 데, 다 소비하지 않고 노후를 대비해서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다. 이를 이른바 ‘소비의 평활화’라 하다. 한국의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1990년 36%, 2000년 42%에서 2015년에는 48%까지 올라갔다. 2020년 이후에는 이 인구비중이 줄어들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늘어난 것과는 달리 유청년층(29세 이하) 인구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예를 들면 유청년층 비중이 1990년에 56%였으나 2000년 45%, 2015년 34%로 크게 낮아졌다. 이들이 줄어들면서 교육이나 주택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가계 저축률 높아져

한편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과 기업의 투자 부진도 저축률과 투자율의 차이를 확대시키고 있다. 1%대의 매우 낮은 예금금리와 더불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조정으로 가계 자산이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가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으로 가면서 고용도 불안해지고 있다. 주변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한국 가계가 이제 절약하고 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1년에 3.4%까지 떨어졌던 가계 순저축률이 2014년에는 6.1%에 이르러 2004년(7.4%)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그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해말 현재 591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직전에 GDP의 14%까지 올라갔던 설비투자가 최근에는 9%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진데다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 위축은 다시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장년층의 인구 비중의 증가와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심리 위축으로 앞으로도 5년 정도는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여기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에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2015년 한국 에너지 수입이 1731억 달러로 2014년에 비해 713억 달러나 줄었다. 원유 수입에서만 거의 400억 달러를 아낀 것이다. 크게 보면 세계 소득이 에너지 생산국에서 한국과 같은 소비국으로 이전되고 있다. 


경상 흑자,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나가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를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금융계정을 통해 유출된 돈이 1097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보다 컸다. 이중 해외직접 투자가 226억 달러였고, 해외 증권투자로 나간 돈이 486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경상수지 흑자에서 나온 돈으로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거둬야 한다. 따지고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대부분 상품수지 흑자에 기인한다. 상품수지 흑자는 우리 기업(국민)이 땀 흘러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이다. 이런 자금이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손실을 본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이겠는가?

 

한국의 이자와 배당 소득을 합친 투자소득이 2010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자소득은 2001년부터 15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고, 2012년부터는 배당소득도 흑자를 냈다. 이제 우리가 금융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해도 투자소득이 60억 달러였고, 2010년 이후 누적으로는 40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그림> 참조)

 

해외투자에서 높은 수익률 기대

앞으로 문제는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있다. 글로벌 환경을 보면 그 기회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요를 부양하기 위해 선진국 중심으로 각국의 정책당국이 재정 및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그러나 아직도 거의 모든 국가와 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 경기를 부양할 수단이 별로 없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늘린 결과 선진국 정부가 부실해졌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영(0) 퍼센트까지 내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천문학적 돈을 풀었으나, 통화정책이 소비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초과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쉽게 말하자면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에 존재하는 기업체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국에서 앞으로 1~2년 내에 보게 될 전망이다. 이 시기에 해외 기업, 주식, 채권을 헐값에 살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여기에 잘 활용하면 우리는 금융으로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해외주식 투자로 수익률 높아져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높은 투자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최근 국채(10년) 수익률이 1.8%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가(KOSPI)도 사상 최고치였던 2011년의 2230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적정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 해외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그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금융자산 투자 특히,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현재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에 70조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총운용자산 512조원의 14%에 해당한다. 2005년과 2010년에 각각 0.4%와 6.2%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가 얼마나 빨리 증가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투자로 비교적 높은 투자수익을 거두고 있다. 최근 5년(2011~15년) 동안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에서는 연평균 0.5% 손해를 보았으나, 해외 주식투자로는 연평균 7.6%의 높은 수익을 거뒀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금과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들도 해외 금융자산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종 투자회사들은 해외금융인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정부도 여기에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펀드매니저도 무거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땀 흘러 만들어낸 상품을 팔아 번 돈으로 해외 금융자산에 투자해 국부를 늘려야 한다. 특히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림> 해외증권 투자로 투자소득 흑자

  aa7a92899ee2fd93a3e801603010fb9e_1458817 

자료: 한국은행

 

50
  • 기사입력 2016년03월24일 19시5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