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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기술 부상에 따른 정책 및 전략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6월1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08일 19시51분

작성자

  • 김성우
  •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생성장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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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2023년 3월 20일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판이 19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2040년까지 ‘1.5도에 이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more likely than not)’라는 메시지로, 1.5도 이하로 지구 온도를 억제해야 한다는 파리협약을 지킬 수 없다는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1.5도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9년 기준 43%를 감축해 2050년 초반에 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 전기화, 에너지 효율성 상승, 재생에너지 전환 등이 제시되어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기후위기가 현실화되고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었지만 기후변화 대응이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후변화대응의 주요 수단인 기술을 확보하고 육성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히려 이를 유익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이유다.

 

기후기술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법제화가 필요한데, 최근 한국도 기후변화 대응기술을 확보하고 육성하기 위한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선 2021년 10월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이하 기후기술법)이 시행되어 기후변화대응 기술의 개발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및 체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기후변화대응 기술의 정의, 기본계획의 수립, 지원 및 협력, 인력양성 등을 포괄한다.

 

기후변화대응 기술이란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기술과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존에 논의되던 탄소중립 기술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이에 기후변화대응 기술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침 상기 법령으로부터 위임받아 기후변화대응 기술의 세부내용을 정하는 ‘기후변화대응 기술 세부내용 고시’(이하 기후기술고시)가 2022년 9월 23일 시행되었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은 (i)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거나 기존보다 적게 배출하면서 열 또는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태양광∙풍력∙원자력∙암모니아 발전 등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술), (ii)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연료·원료 또는 제품을 생산·운송·활용하는 기술(수소∙바이매스∙폐자원 활용 등 연료 및 원료 대체 기술), (iii) 에너지의 생산·저장·전달·소비 효율을 향상시키거나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기술(산업∙수송∙건물 효율 등 에너지효율 기술), (iv)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활용 등의 방식으로 처리하거나 흡수 또는 대체하는 기술(이산화탄소포집∙메탄처리∙탄소흡수원 등 온실가스 처리 및 흡수 기술), (v) 앞의 기술 중 둘 이상의 기술을 융합하여 에너지를 생산·저장·전달·소비하는 기술(분산전원∙스마트그리드∙ICT연계 등 에너지 융복합 기술)로 총 5 가지로 정의되었다. 

 

또한 기후변화 적응 기술의 경우, (i) 기후변화의 원인과 현상을 관측·조사하여 기후변화를 감시하고 예측하는 기술(이상기후 진단∙감지나 기후변화 시나리 등을 포함하는 기후변화 관측 및 예측 기술), (ii) 기후변화가 국민건강이나 산업, 생활환경 등 사회·경제·환경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 및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과 그에 따른 위험성을 조사·분석·진단하는 기술(건강∙산업∙농수산∙생태계∙국토 등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평가 기술), (iii)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거나 사전에 예방하여 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높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기후탄력성을 강화하는 기술(감염병예방∙산불예방∙수자원확보∙자연재해대응 등 역량 향상 및 기후 탄력성 강화 기술), (iv) 기후변화 적응 관련 정책이나 기술의 진척 및 효과를 분석·평가하는 기술(통계∙공간정보 확산 및 정책효과 분석∙예측 등 기후변화 적응정책이나 기술효과를 분석∙평가하는 기술)로 총 4 가지로 정의되었다.

 

이렇게 정의된 기후변화대응 기술의 세부 내용을 바탕으로, 기후기술법 제5조에 의거하여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도 2022년에 수립됐다.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의 중·장기 목표, 추진방향, 투자,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산·학·연 합동연구, 시범사업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하게 되어,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및 실질적 지원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에 들어 정부는 기후변화대응 기술 중에서도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핵심기술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23년 5월 ‘탄소중립 100대 핵심 기술’을 선정하였다.  ‘탄소중립 100대 핵심 기술’은 범부처 차원의 탄소중립 기술개발 방향성 제시를 목적으로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과 고탄소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하여, 국내외 탄소중립 세부 후보기술 약 450개 중에서 총100개 기술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100대 핵심기술은 4개 부문(에너지 전환, 산업, 수송·교통, 건물·환경 부문) 및 17개 중점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17대 중점 분야는 전력저장, 전력망, 에너지통합, 무탄소전력, 수소, 원자력, 태양광, 풍력, 친환경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건축, 선박, 환경, 산업일반, 그리고 CCUS를 의미한다.  

 

이렇게 선정된 기술들이 2030년 전후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정부는 탄소중립 핵심기술 17개 중점 분야 중 7개 분야(수소, CCUS, 무탄소전력, 친환경차,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에 대해 각각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 로드맵’을 우선 발표했다. 로드맵은 2030년 전후를 기점으로 상용기술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구체적인 단계별 목표와 시한을 정하고, 전(前)단계 개발이 성공할 경우 후속 개발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예를 들어, 철강 전략 로드맵은 (1) 고로-전로 공정의 연·원료를 저탄소 연·원료로 대체, (2) 전기로 공정의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저탄소 연료 대체, (3) 수소환원제철로 전환, (4) 하공정의 석탄계 연료를 수소 및 암모니아로 전환, (5) 부산물 재활용 등 5가지 유형의 기술을 확보해나갈 계획이 담겨 있다.

 

나아가 2023년 6월에는 기후변화대응 기술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후테크 산업 육성전략’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마련하였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기술을 활용하는 연관 산업인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여 탄소중립 혁신기술을 확보·상용화하고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시장 개척 지원, 성장 기반 구축·강화, 145조원 규모의 R&D 및 투자 확대 등의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 10개 육성, 수출 규모 100조 달성, 신규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23일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촉진하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촉진방안」을 마련해 심의하고, 해운・조선 등 주력산업의 친환경 연・원료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청정메탄올 신산업 창출 추진전략」도 심의해 발표하였다. 전자의 주요내용은 Green by Digital을 위한 에너지(수급·분산관리)・수송(고효율항로)・건물(최적대상선정)・국민생활(감축인증)・농축수산・폐기물 등 6개 분야에 AI, IoT, 디지털 트윈 적용 등을 활용한 기술·솔루션 도입과, Green of Digital을 위한 데이터센터・네트워크 등을 소부장 고효율화(설비), 기반시설 저전력화(냉각), 최적화 솔루션(SW)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그린수소(재생에너지+물)와 포집된CO2를 합성하거나 바이매스·가스로 합성해 만드는 청정메탄올을 2030년까지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즉, 국내항만 벙커링에 필요한 최소량인 50만톤을 국내서 생산하기 위한 전략(경제성보강 및 기술개발 등)이다. 청정메탄올의 주 사용처인 선박연료의 경우, 2028년 전세계 204척 운항으로 년 700만톤 청정메탄올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상술한 두 안건 모두 기후기술의 개발 및 적용이 핵심이다.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위원으로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정책들 중에 기후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 핵심기술을 포함한 기후변화대응 기술을 개발·활용하려는 기업의 경우, 기후변화대응 기술 법제화의 과정 및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각 기업의 기술전략 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관련 기술 확보를 통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의 경우, 기후기술고시에 규정된 구체적인 기술 내용과 기업 스스로의 시장전망 및 자원역량에 맞는 기술 분야를 크로스 체크해 보고, 최적의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본계획을 포함한 기술정책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이다.

 

기후기술고시가 시행될 무렵,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지식포럼에서 대표적인 전략컨설팅 회사의 아시아 총괄회장을 포함한 글로벌 리더들은 의미심장한 예측을 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 세계는 매년 10조달러씩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2030년까지 기회의 장이 서는데, 이는 기술혁신을 초래함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제성이 떨어지는 기술도 각 국의 막대한 지출로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최근 기후 기술에 모이는 자금 규모로 증명되고 있다. 2022년 미국 기후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은 약 200억 달러로 2년 전인 2020년 70억 달러 대비 약 세 배로 늘었다. 클린에너지, 탄소배출감축, 자원순환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총망라하는 기후기술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도 2021년 370억 달러에서 2022년 701억 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예상치 못했던 전쟁이 일어났고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히려 기후 기술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한 강한 시그널이다. 각국 정부가 탄소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도 탄소 감축 이행을 시작하면서, 기후 기술이 더욱 부상하게 되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기후 기술은 경기침체에도 회복력이 매우 크고 전망 밝은 소수의 산업 분야 중 하나’라는 평이 나는 이유다. 2022년 4월~5월 글로벌 로펌인 White & Case에서 전세계 29개국 투자회사 및 에너지기업 고위경영자 총 58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향후 18개월내에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 물었더니 탈탄소/저탄소 기술에 투자한다는 응답이 42%로 1위를 차지해, 실제 기업의 단기 투자 전략도 기후 기술의 부상을 점치고 있다.

 

상술한 전망의 배경에는 동 분야 글로벌 싱크탱크인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분석을 꼽을 수 있다. 2050년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 위해 필요한 목표 탄소배출감축분 중 50%는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거나 시장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기술에 의존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기후 기술 투자에 대한 잠재력과 유망성을 드러냈다. 즉, 재생에너지, 전기화, 에너지효율, 수소, 탄소제거 등의 기후 기술 중에서 절반은 아직 시장에 나지 않았으므로, 미래의 기업 가치까지 고려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로 시장 선점 기회가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한 국가별 레이싱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이미 산업 탈탄소를 기술개발과 연계하는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해 기술 가격을 낮추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산단가가 kg당 5달러인 녹색수소의 경우, 3달러를 IRA를 통해 지원받음으로서 실제로 2달러에 생산하는 꼴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약 80% 생산, 태양광 패널 소재의 97%를 공급하는 등 벌써 규모의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통제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에너지/화학 등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기후 기술 특허의 가치 상승으로 인해 일본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이 40%이상 를 것을 탄소중립 선언 시점부터 일찌감치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존하는 에너지가 없는데 에너지다소비 산업국가로 빠르게 성공한 아이러니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더 무겁게 만든다. 이젠 에너지다소비 자산을 빠르게 탄소중립화 해야 하는데, 정부 입장에서도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여 강력한 감축 정책 시그널을 기업에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기업은 정책시그널 보다는 투자자나 고객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탄소중립 이행 요구를 먼저 마주하고 있다. 탄소감축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을 부결시키는 주주가 등장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납품계약을 하지 않는 고객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 기술을 확보해 탄소중립을 이행함으로서 이해관계자 요구에도 부응하고 1.3조 달러 규모의 세계 녹색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는 해야 하지만, 정책 시그널이 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관계자의 통일되지 않은 요구를 기반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방향 결정은 쉽지만 속도 결정이 어려운 것이다. 이 때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기술 정보의 80%의 설명력을 갖고 있는 특허 데이터를(현재 기후기술 특허 210만건) 기반으로 논문이나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보완하는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망 R&D 분야 선정 및 핵심기술 파악, 기존 보유기술과 접목기술 색인, 경쟁사 탄소중립 기술 전략 벤치마킹, M&A 및 투자대상 기술기업 listing, 기술 valuation 및 DD 등을 수행한다면, 기술사업전략수립 및 투자의사결정시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 줄 수 있다.

 

팽창하는 글로벌 기후기술 시장에서의 경쟁심화과 우리나라 기후기술 법제화의 본격화 흐름에서, 우리 기업은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마주하고 있다. 기술혁신의 핵심 주체인 기업들이 기후변화대응 기술 법제화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데이터기반의 투자의사결정으로 불활실성을 보완함으로써 세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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