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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성의 원칙 적용의 엄격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5월08일 20시45분
  • 최종수정 2016년05월08일 20시45분

작성자

  • 조대환
  •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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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보충성의 원칙

  경찰관이 가정 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였는데 막 가해자 남편이 흉기로 피해자 부인의 목을 찌르려고 하는 찰나였다. 경찰관은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소지하고 있던 총기로 남편을 쏘았는데 남편이 총상을 입고 사망하였다. 인명 보호를 직무로 하는 경찰관이 사람을 향해 총기를 사용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상 원칙이지만, 또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총기를 사용하는 외에 달리 다른 수단이 없었으므로 사람을 향해 총기를 사용하였다면 그 행위는 무고한 시민을 구하는 정당행위(형법 제20조)가 되어 처벌하지 않는다. 이때 정당행위를 규정한 형법 제20조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밖에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의미에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보충성(補充性)의 원칙은 헌법과 각종 법률을 해석, 적용하는데 많이 쓰이는 용어다. 보충성의 원칙은 너무나 당연한 원리를 표현하고 있다. 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특정의 법령 조항이나 법률이론 혹은 특정 행위가 통상적으로는 허용되지 않고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허용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즉 “예외적 조항이나 이론, 행위”가 보충적으로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충성의 원칙이라 한다. 따라서 보충성의 원칙은 예외적 조항이나 행위에 대하여(보충적 규정) 일반적 상황에서 함부로 허용되지 않고(일반적 적용금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또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소극적 보충성)는 3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보충성의 원칙은 그 적용범위를 넓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기관은 민간의 자율을 존중하고 보충적으로만 개입하여야 한다는 “개입한정(介入限定)의 원리”로도 사용되며, 일반적 조직운영의 측면에서 기존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극히 다양한 요인에 기인함에도 마치 하나의 문제점만 개선하면 다 좋아질 것인양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본질적 노력을 게을리한채 성급하게 제도만 바꾸려는 시도를 억지하는 “단순화 회피(單純化 回避)의 원리”로도 논의된다.

 

2. 보충성의 원칙을 선언한 법률, 그리고 학설 

  가. 헌법 기본권에서의 보충성 원칙

 

  헌법은 국민의 자유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그 자유권은 사회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효력이 미치므로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되는 기본권이다. 자유는 다양성과 개성에 대한 우호적 포용력을 본질로 하며 내 자유를 존중받기 위하여 남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자유는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국가적 사회적 공동생활의 테두리 안에서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 공공복리 등 전체적 헌법가치와 조화되게 기본권을 행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헌법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 가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부르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헌법 제37조 제2항)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헌법 제8조 제4항). 독일 헌법은 평화롭고 무장하지 아니한 집회만 허용하고(독일헌법 제8조 제1항) 범죄목적을 위한 결사와 헌법질서에 도전하기 위한 결사, 인류공영의 정신에 반하는 결사를 금지한다.(독일헌법 제9조제2항)

 

 결론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은 자유민주적기본질서를 파괴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는 의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보다는 보충성을 가진다. 물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것이 자유, 평등,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주권주의에 입각하여 규정된 국민투표제도, 대의제도, 선거제도, 복수정당제도, 지방자치제도 등을 의미하므로 기본권을 최대한,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장함에 다름 아니다. 결국 기본권의 자유민주적기본질서에 대한 보충성은 극히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거의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개인의 자유권 확대 주장에 대응하는 민주시민의식 형성을 위한 교육적 효과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라고 지적된다.  

 

  나. 헌법소원에서의 보충성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을 경우 그 권리구제를 위한 사법기관임에는 분명하나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고”(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특히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심판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같은 항 본문) 결국 헌법소원은 법원 재판의 대상이 아닌 경우로서 기타 구제절차를 전부 거치거나 혹은 구제절차를 밟을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다른 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실익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소송제기가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보충적이다.

 

  이러한 헌법소원의 보충성에 대하여는 하나의 주권국가 내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라는 두 개의 최고헌법해석기관을 인정할 경우 헌법의 통일성을 기할 수 없고, 법원의 재판도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하나임이 분명하며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위배될 경우 이를 바로 잡을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최대권), 독일, 대만의 경우에도 법원의 판결 역시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으로 하고 있어 헌법재판소법의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한철 헌재 소장도 2016. 3. “법원의 재판도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경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법령의 위헌심사와 관련하여 한정합헌결정 혹은 한정위헌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대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경우에 발생한다. 즉 현행 법령 중 어느 조항이 해석을 하는 견해에 따라 기본권침해가 되어 위헌이 되기도 하고 합헌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굳이 대법원이 기본권침해가 되어 위헌으로 갈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해석을 하여 판결을 내려 버린다면 법령 자체 때문이 아니라 대법원의 해석 때문에 멀쩡한 법령이 위헌 법령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위헌적 해석으로 인해 재판 당사자 뿐만 아니라 해당 사안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들은 전부 (대법원의 해석상 위헌인) 법령에 의하여 권리를 침해당하게 되므로 헌재에 헌법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헌재의 입장에서 보면 해당 법령은 위헌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고 (대법원의 해석과 달리 해석하면) 법령은 위헌을 선언해서도 안 되는 조항이며 따라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헌재는 (대법원의 해석과 상반되는 내용으로) “...라고 해석하게 되면 합헌이다.”(한정합헌결정) 혹은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한정위헌결정)고 결정함으로써 대법원으로 하여금 법령해석에 있어서의 견해를 변경할 것을 유도한다. 왜냐하면 멀쩡한 법령을 공연히 위헌을 선언하여 무효로 만든 다음 새로이 입법하는 것은 시간과 경비를 들이는 것으로 국력낭비이고 사실은 멀쩡히 위헌이 아닌 것을 위헌선언하는 것이므로 사법 정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헌재의 한정합헌, 한정위헌 판결을 통한 해석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법원은 법령의 최종적 해석기관은 대법원이라는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견해를 바꾸지 않고 (헌재 입장에서 보면) 위헌적 해석을 견지하는 사례가 엄청나게 많았다.[국가배상법 위헌 관련 95재다14, 조세감면규제법 위헌관련 2009헌마123, 소득세법 위헌관련 96헌마173, 관습법 위헌 관련 2009헌바 129 등] 헌재와 대법원의 최고법원을 둘러싼 자존심과 밥그릇 다툼에 피해를 보는 것은 법령 해석의 잘못으로 기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된 억울한 사건 당사자들뿐인 것이다. 헌재와 대법원 사이의 기관간 직역이기주의 혹은 자존심 싸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헌재 헌법소송의 보충성 규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 형벌의 보충성 원칙

 

  보충성의 원칙 중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알려져 있고 보충성의 원칙 하면 통상 형법에서의 보충성원칙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형벌은 사회생활에 불가결한 법익을 보호함에 있어 다른 수단으로는 불가능할 경우에 최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법익침해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만 있다면 이를 우선으로 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 비로소 국가형벌권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벌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인간의 자유나 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개입수단이므로 함부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형법 이외의 수단으로는 법익의 보호가 불가능한 경우의 최후의 수단으로 형사적 처벌법을 제정, 적용되어야 한다. 

 

  간통죄의 경우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되고, 간통죄의 보호법익인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선언되었는바(2015. 2. 26. 헌재 결정 2009헌바17) 결국 간통행위는 비도덕적이고 헌법 상 혼인의 순결(제36조 제1항)을 파괴하는 행위이지만 이제는 민사상 이혼,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더 이상 사생활에 국가가 형벌로써 국가공권력을 개입하여서는 안 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최근 기업 경영자에 대한 배임죄의 적용과 관련하여, 기업경영 자체가 위험감수행위인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험감수행위 자체를 임무위배행위로 보고 무조건 배임죄로 처단하는 것은 기업과 기업가의 자율성, 창의성에 바탕을 둔 선의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기업내부 경영행위에 대한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개입이라는 이유 즉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기업활동에 대하여는 기업내부통제강화와 그 위반시 민사적, 행정적 제재를 가하고 가급적 배임죄라는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어서는 아니 되며, “특별히 예외적으로 기업가가 사익을 위해 통제불가능한 위험을 무책임하게 감수한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를 적용하여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전삼현, 나승철)

 

  라. 형법의 정당행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형법에 규정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이른바 범죄행위를 저질렀더라도 그 행위 이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즉 비록 범죄로 규정되는 행위라 하더라도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면 처벌하지 않는데 이런 행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2680).  

 

  민사적, 행정적 구제수단이 있는 한 자구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2009.01.30. 선고 2008도10560) 반국가시위 역시 다른 합법적 행위를 통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지만(1986.09.23. 선고 86도1547 ) 허가기간이 도과한 광고물 철거에 있어 청문절차 등 일부 행정대집행절차를 생략하더라도 위법한 광고물을 무한정 방치하는 결과를 방지하고 형평성 고려 때문에 신속하게 철거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다른 방법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면 신속한 절차 진행을 허용하고(1994.11.11. 선고 94누7126)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함에 있어 채무자가 저항하자 이를 배제하기 위해 물리력을 사용한 데 대하여 강제집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이유로 폭력혐의를 부정하며(1993.10.12. 선고 93도875), 언론기관의 보도에 있어 공개한 사실이 비록 불법감청에 의해 입수된 것이라도 공익목적을 위해 달리 방법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죄의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2011.03.17. 선고 2006도8839).

 

  마. 형사소송법 상의 보충성원칙

 

  죄를 지은 자에 대하여 영장에 의하여 구속함이 원칙이나 “긴급을 요하여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긴급체포가 가능하고(형사소송법 제200조의 3), 현행범의 경우 바로 잡지 않으면 사람이 도망가고 증거 확보도 어려워 영장을 받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누구든지 즉시 체포가 가능하다.(제212조)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제216조 제3항)

 

  바. 지방자치와 보충성 원칙

 

  지방자치가 우선이고 국가기능은 보충적이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이 주장되고 있다. 국가의 기능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을 뒷받침해 주는데 그쳐야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을 무시하고 국가의 기능으로 흡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허영) 독립국가의 연합인 유럽연합의 경우 보충성의 원칙이 유럽연합조약과 각 특별법에 명시되어 있다. 

 

  사. 경찰활동의 보충성의 원칙

 

  경찰권한행사의 범위 측면에서, 경찰이 일반적 권한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해방지의 임무를 맡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임무와 권한 중 상당 부분이 다른 기관의 권한으로 규정된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위생경찰은 주로 지자체 보건위생 담당이, 해양안전은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대간첩 활동은 국가정보원 등이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권한 있는 국가기관들이 권한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이라면 그 한도에서 일반경찰권한을 가진 경찰이 위해를 방지,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김남진)

 

  경찰권한행사의 방법 측면에서, 개인의 법익이 타인에 의해 침해되고 있어 그 법익의 보호가 요구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관계인은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받아야지 경찰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에 의한 보호가 적시에 행해질 수 없고 경찰의 개입이 없이는 그 권리와 이익의 보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혹은 현저하게 곤란할 경우라면 이때 비로소 경찰이 개입하여 시간의 지연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서정범 외 2)

 

  아. 복지행정의 보충성의 원칙

 

  개인이나 사회단체는 자생력, 자치력을 가지고 생활,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고 국가의 부조는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적인 손(手)은 사인이나 공동체의 사회적 힘이 스스로는 그의 과업을 수행하지 못할 때 비로소 개입하여야 한다.  (김남진)

 

  자. 보충성 원칙의 보편성과 그 적용의 엄격성

 

  위에서 든 법률 규정이나 이론, 사례 외에도 보충성 원칙이 적용된 경우는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다. 보증계약의 보충성(민법 제437조), 합자회사 사원의 보충적 책임(상법 제269조, 제212조 제1항), 제2차 납세의무(국세기본법 제39조), 재심사유의 보충성(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근로기준법의 보충적 적용(제15조), 재심의 소의 보충성(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등에서 보듯이 주된 책임을 추궁하거나, 주된 요건을 충분히 적용하였음에도 구제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비로소 보충적으로 구제하는 내용을 삽입시키는 약속이나 법률 규정이 많이 보인다. 

 

   결국 보충성 원칙은 원칙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극히 예외적 사례가 인정될 때 보충적 규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보충성원칙은 보충적 규정을 적용할 때 적용되는 보편적 원칙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충성원칙의 적용의 엄격성이다. 바꾸어 말하면 보충적 규정을 함부로 적용하면 원칙 규정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고 결국 보충성 원칙이 무너진다. 원칙없는 예외가 없다는 격언이 대변하듯이, 원칙적 법률 규정이나 이론이 모든 것을 포섭, 포함할 수 없는 불완전성 때문에 이를 보완하여 국가기능이나 개인적 삶이 완전해지도록 하기 위해 창출된 것이 보충적 규정이고 그 보충적 규정은 극히 예외적 상황 즉 “다른 수단과 방법이 없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한다.(소극적 보충성)

 

   보충규정인 정당행위를 함부로 허용하면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남용되고 결국 “최대한 인명 보호를 위해 총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규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사라진다. 보충성의 원칙은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원칙 규범이 적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는가를 먼저 자문하는 내부자제(內部自制)의 원칙이기도 하다.

 

3. 보충성의 원칙과 상고법원 설치

  대법원은 현재 상고법원설치를 위한 입법 추진을 하고 있다. 상고법원은 기존의 단일계통 3심 심급체제를 변경하여 3심을 대법원과 상고법원이라는 투트랙으로 나누고 상고법원이라는 거대 법원을 추가로 신설하자는 것이며, 그동안 대법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었고 대부분의 사건을 구성하는 권리구제사건은 상고법원에 떠넘겨 처리하게 하고 대법원은 극히 소수의 사건만 접수하여 편하게 법률정책적 사안에 대해서만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기존의 법률정책기능을 가진 헌법재판소와 경쟁하겠다는 것이 대법원의 저의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는 이유로 드는 것은 대법원에 상고사건이 폭주하여 대법관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그 때문에 판결의 질이 떨어지고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으니 대법관의 사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대법원의 상고법원설치론은 보충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대법원에 사건(상고사건)이 폭주하는 이유는 하급심 판결이 부실하여 사건 당사자들이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판결을 양산하기 때문에 불복의 방법으로 상고를 많이 하는 것이므로 이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해결책은 하급심의 심리의 충실화이다. 하급심 판결의 부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급심 심리의 충실화의 필요성은 대법원도 동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근원적 해결책인 하급심 재판의 질적 향상에 대하여 이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말만하고 뚜렷한 실질적 노력이나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땅히 대법원은 먼저 사건 폭주의 주범인 하급심 심리의 향상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한 연후에 다른 개선책을 논할 자격이 있다.

 

  또 대법원은 상고사건 판결의 부실, 지연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상고사건을 대법관이 담당하던 것을 상고법원 판사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변경될 뿐 상고심 판결이 신속, 공정하게 처리된다는 보장책이 전혀 없다. 전 대법관(이시윤)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은 4명의 대법관들로 구성된 부에서 심리를 하는데 다른 대법관의 사건에 의견을 낼 수도 없는 분위기이고(박우동 전 대법관도 같은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재판연구관들의 의견에 종속되어 사건을 처리하는 “노예”에 가까운 처지라고 한탄하고 있는바, 대법관보다 신분보장과 업무지원이 부실한 상고법원 판사들에게 더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당연히 대법원 자체의 재판 실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먼저 더 해 보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결국 상고법원설치론은 대법원 판결의 공정, 신속을 위해 달리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상고법원 설치 반대론자들이 첫째, 상고사건을 두 가지로 나누는 절대적, 합리적 기준이 없어 대법원의 자의가 작용하고 결국 사건과 당사자를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그 분류하는 과정에서 전관예우 등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고 둘째 대법원이 본연의 권리구제기능을 포기하고 정책결정에 치중하면 우리나라는 법률정책기능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라는 두 개의 기관을 가지게 되어 상반된 법률해석과 정책결정이 이뤄져 국가기관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게 되며  결국 두 기관의 자존심과 밥그릇 싸움 때문에 국론 분열과 국민 피해만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까지 고려할 때 대법원의 상고심 법원설치 추진 움직임은 보충성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움직임과 보충성의 원칙

  세월호특조위의 최대 활동기간은 조사기간 1년 6월, 보고서작성기간 3월, 마무리 기간 3개월 등 만 2년이다. 2015. 1. 1. 특조위원들의 임기가 시작되었고 그 활동의 시작점이 언제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2016. 4월을 지나는 현시점에서 볼 때 조사기간 1년 6월이 거의 다 지나간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특조위와 야당에서는 특조위법을 개정하여 활동기간을 연장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국회가 개원하면 연장 문제를 둘러싸고 크게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특조위가 활동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것 역시 보충성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즉 특조위가 1년 여 활동해왔는데 그동안 최선을 다하여 활동했음에도 아직까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 사유와 이를 입증할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여 연장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조위는 그동안 정치투쟁만 해왔을 뿐 기존의 검찰 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결과 외에 추가로 밝혀낸 것이 전무하다. 

 

  새로운 진상규명으로 인정받으려면 세월호가 자체 복원력 상실로 인해 침몰한 것이 아닌 제3의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밝혀야 하고, 또 승객 구조실패의 법적 책임이 선장과 해경에 있지 않고 그 윗선에 있다면 그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법률적, 이론적 검토와 이에 기한 실제적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특조위는 새로운 진상규명이라고 평가할 만한 어떠한 가시적 노력이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조위는 정부 조사결과의 불신에서 출범하였지만 그 조사의 출발점은 기존 조사 결과의 충분한 검토와 이에 기반한 탄핵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방대한 다른 사람의 노력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미국 911조사위의 활동 방향도 그랬으며, 세월호 그날의 기억이나라는 책자의 집필원칙도 같다.) 그러나 특조위는 기존의 정부측 자료들의 검토를 소홀히 하였으며, 특조위의 출범 배경이자 조사대상이라 주장하는 정부에 대하여 무조건 조사에 협조하라고만 볶아 대고 스스로는 별로 한 것이 없었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협조 받아서는 아니될 대상을 향하여 협조만 요구하였던는 것이 특조위의 활동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을 명분으로 활동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니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스스로 해야 할 조사업무를 팽개친채 1년여를 허송한 특조위가 전체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없이 조사기간을 연장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활동기간 연장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법률 개정이라는 보충규정이 적용될 특별한 사정이라 볼 수 없어 ‘보충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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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5월08일 20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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