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과 현실화율 폐지, 어떻게 봐야 하나?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적용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공시가격을 오는 2035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올해 현실화율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한 데 이어 아예 폐지키로 한 것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전문적인 평가 방법을 사용해 부동산의 시장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한 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가격이다. 이 과정은 부동산 가치 평가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되며 이를 위해 폭넓은 자료수집과 철저한 시장 분석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산정된 부동산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 산하의 한국부동산원에서 주관하며 부동산의 유형에 따라 세분화되어 '공시지가', '공동주택가격', '단독주택가격' 등의 형태로 구분하여 발표된다. 공시지가는 토지의 공시가격으로서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서 감정평가사가 해당 토지의 위치, 이용 가능성, 주변 환경과 같은 여러 가지 가격에 미치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평가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주택의 경우에는 '공동주택가격'과 '단독주택가격'으로 구분하고 주택의 구조적 특성, 크기, 위치, 인접한 시설과 같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한국부동산원에서 조사·산정된다.
공시가격의 활용
이렇게 산출된 공시가격은 국가의 세금 부과 기준으로 활용되며 특히,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상속세와 증여세에서 의료보험 산정에 이르기까지 총 67개 분야에서 활용된다. 더 나아가, 정부는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추구하며 부동산 관련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공시가격의 산정과 발표는 단순한 부동산 자산가치 평가를 넘어서 국가 경제와 국민 개개인의 재산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과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재고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함으로써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함이 목적이다. 이와 함께, 공시가격은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부동산 시장 내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공시가격의 정확한 산정과 공정한 활용은 국가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과 폐지 배경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현실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연구용역 실시 결과를 올해 11월경 발표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전국 평균 69%로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동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폐지 결정이 나온 배경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리게 되면 평가가격은 올라가 결국 세금 등 공시가격 적용 부분은 모두 상승하게 되어 국민부담은 커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에서 이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특히, 이렇게 정부가 결정하게 된 동기는 지난 정부에서 너무 많이 오른 부동산 가격으로 인하여 국민 불만은 물론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진 것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추진했던 배경은 고가 부동산의 시세 반영률이 저가 부동산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었다. 즉 지역 간의 균형성,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자는 이유가 컸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갭투자 등 부동산 투자 열풍이 높게 나타나자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며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를 높인 것은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세금으로 안정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 결과 국토연구원 자료를 인용하면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8년 10.19%에서 2021년 최고 19.89%까지 매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으며 현실화율도 금액별로 차등화하여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2020년 68.1%에서 매년 증가하여 2021년 68.7%, 2022년 69.4%,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현실화율은 2020년으로 적용해서 68.1%가 되었다.
물론 금년에도 2020년으로 동결하여 68.1%이다. 9억원 이상 15억원 미만 공동주택 역시 2020년 69.2%의 현실화율이 2021년 72.2%, 2022년 75.1%까지 상승하다가 역시 지난해와 금년에는 69.2%로 낮아졌다. 15억원 이상 고가 공동주택은 문재인정부 당시 징벌적 과세로 2020년 75.3%의 높은 현실화율을 적용했으며 2021년에는 78.3%, 2022년 81.2%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가주택 역시 지난해와 금년에는 75.3%로 낮아졌다. 이는 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니고 자본이 증가한 것으로 결국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 즉,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이 늘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소득보다 자본이득이 더 많이 오르게 되어 1가구 1주택자는 그만큼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징벌적 과세로 공시가격을 올리고 현실화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공시가격의 현실화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직접적이며 현실적으로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은 불합리하며 현실화율을 높이는 로드맵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폐지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폐지하면, 제일 먼저 보유세 등 세 부담이 완화된다. 또한 공시가격이 낮아짐으로써 기초생활보장 등 각종 복지제도의 수혜 대상도 확대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과세 형평성 부분을 들어 폐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평가가격은 현실성 있게 평가를 하고 세율을 적용하거나 기타 활용할 때에는 지역별, 물건별 특성을 감안하여 요율로 차등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가가격에 대한 논란을 없을 수 있으며 공시가격 평가의 투명성과 현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폐지하면 보유세만 놓고 봤을 때 국민들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적어지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줄어들어 부담이 늘어난다. 지방세인 재산세의 경우 지난 2018년 약 4.5조원에서 2022년 약 6.7조원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현실화율과 주택가격상승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도 2018년 약 0.4조원에서 2022년 약 3.3조원으로 증가했었다. 물론 세수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하는데 무조건 세금을 징수하면 납세자도 납득을 하지 못하지만 정부도 방만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시가격이 낮아지면 기초생활 수급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이 역시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의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는 무관하겠지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고자 하는 전세입자의 경우 예전에는 공시가격의 150%, 전세가격은 100%를 인정했으나 지난해 5월부터는 공시가격의 140%, 전세가격은 90%만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어 결국 126%까지만 인정을 받을 수 있어 공시가격이 낮아지면 보증가입 금액이 더 낮아져서 전세금은 보호받을 수 있는 한도가 낮아지는 문제점도 있다. 그래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폐지하면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상존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은 맞다. 그래서 무조건 폐지보다는 부의 양극화와 균형을 위해서는 누진과세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폐지로 불리해지는 전세입자 등 약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이 국가와 국민이 동시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국민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함은 맞다. 그래서 정상적인 가격 평가와 그에 맞는 정상적인 적용 요율이 필요한 시기다.
공시가격 산정의 적정성
그래서 공시가격은 적정가격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공시가격은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평가해 왔다. 이제는 적정가격, 정상가격, 시장가격의 개념은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도입 이전부터도 공시가격 산정 기준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같은 평수일지라도 공시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거나 심지어 40평대 아파트보다 30평 대 아파트 공시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 물론 아파트 조망권이나 층수 등을 고려한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주변환경 여건에 따라 동별, 층별, 향별, 위치별 가격 차이는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가격 차이가 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민의 알권리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따라서 이제는 최소한의 가격산정 방법과 근거는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한 물건을 평가할 경우 평가가격은 두 개가 존재할 수 없다. 물론 평가사의 판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복수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이를 산술평균 한 가격으로 적용하면 된다. 문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감정평가사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부동산원에서 조사·보고하라는 방법으로 평가를 해서 공시한다. 아마도 국가의 예산이 부족하여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가가격은 현실성있게 평가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세율을 적용하거나 기타 활용할 때에는 지역별, 물건별 특성을 감안하여 요율로 차등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공시가격의 국회 문턱과 제도개선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폐지하려면 야당과의 합의를 거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듯하다. 현재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현실화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려면 이 조항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논란만 야기하고 법 개정이 미뤄질 경우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수정하지 못하면 아마도 금년도와 마찬가지로 2020년 기준으로 집권 내내 적용될 가능성이 크며 시행령을 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후보 시절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언급을 했었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농촌지역까지 세분화하고 고급주택부터 농촌주택까지 구분하여 차등화된 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주기 바란다. 또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로 지금처럼 가격이 평가되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으며 투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평가가격은 적정가격 개념을 시장가치(market value)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단지, 적용 요건에 따라 요율만 달리하면 된다.
물론 부동산 투기 대책은 항상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공시가격 결정의 독립성, 투명성, 실거래가 등 평가 정보 환경의 개선 그리고 중립성 확보와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위해 중앙-광역-지방 정부 간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결국,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물론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이런 문제가 재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