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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주요 글로벌 이슈가 한국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6월21일 17시14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21일 11시11분

작성자

  • 이슬기
  •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

메타정보

  • 1

본문

 

 신재생에너지산업은 타 산업 대비 정부 정책 의존도가 높다. 정부의 정책은 정치적·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므로, 본고에서는 현시점 한국 신재생에너지산업과 관련한 주요 글로벌 이슈를 살펴봄으로써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자국 우선주의 강화와 보호무역주의 증가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수출에 장벽을 만들고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을 빚게 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 대선 및 유럽 의회 선거 결과로 친환경 정책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및 보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투자 및 운영 비용을 증가시키고, 투자 매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키지만,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술로의 전환을 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1. 서론


(1)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중요성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저탄소 친환경 정책의 기조는 단순히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 시대에서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려는 주요 국가들의 전략적 노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래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갈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육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2019년 유럽 국가들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추되고 있는 탄소중립은 단순히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자유무역이 지배해 오던 국제 질서에서 보호무역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세제를 조정하며 무역 장벽을 설정하는 조치인 EU의 탄소국경조정(CBAM1))이다. 미국 역시 인플 레이션 감축법(IRA2))을 통해 배터리, 재생에너지, 수전해 등 청정에너지 설비를 국내에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주로 유럽과 미국 같은 선국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21세기 들어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수입을 줄이고 자국의 청정에 너지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온 특징을 지닌다. 유럽은 특히 에너지 효율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에서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또한 셰일가스의 성공적인 개발과 풍력 보급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즉, 강력한 탄소중립 선언은 기존의 기후변화협약을 넘어서, 유럽과 미국이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 에너지 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도가 낮아 전체 수입액의 약 25%가 에너지 자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75%는 대부분 산업용 원자재 및 중간재로 이루어져 있다.3) 이처럼 대체가 어렵고 절약만으 로는 해결이 어려운 필수 자원 및 원자재의 수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국가 무역수지의 균형을 맞추는 데 제조업 수출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철강, 화학, 비금속 등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이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현실에서(2023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은 주력 제조업의 비용 증가로 경쟁력 약화를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기계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온실가스를 공격적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 지산업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2) 글로벌 이슈의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 영향 분석 필요성  

 

신재생에너지산업이 타 산업과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국내외 정부 정책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해상풍력용 대형 풍력터빈, 대용량 수 전해 시스템의 양산화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아직 발전 중이며, 연구개발의 외부성이라는 시장실패를 고려한다면 사회적으로 최적인 연구개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신재생에너지산업은 환경 규제 및 에너지· 온실가스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를테면 더욱 도전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촉해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연료전지, 송변전인프라 등의 설비 수요로 이어다. 반면, 화석 연료에 대한 보조금은 재생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해상풍력 단지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해상풍력 단지의 설치비는 1kW당 3,461달러로4) 500MW 해상풍력 단지로 환산하면 약 17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요 원인이다. 

정부의 정책은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된다는 점에서 현시점 한국 신 재생에너지산업이 처한 글로벌 환경 변화를 살펴 봄으로써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글로벌 정치적 경제적 이슈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글로벌 선거의 해가 가져온 자국 우선주의의 강화와 미국 대선 및 유럽 의회 선거 결과로 인한 각국의 친환경 정책 및 국제협력의 변화를 검토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상승하는 금리와 유가가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 단, 엄밀한 실증 분석을 통한 변수들간 영향의 정량적인 크기나 인과관계를 엄밀히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적 관점에서 각 이슈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하고 있어 여기서 다룬 글로벌 이슈는 언제든 변할 수 있음 역시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본고는 한국 신재생에너지산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산업과 관련한 글로벌 환경을 종합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산업의 향후 여건을 예측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이다.  

 

2. 글로벌 정치적 이슈 


(1) 슈퍼 선거의 해: 자국 중심주의의 강화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선거가 집중되는 해로, 한국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미국 대선, 유럽의회 선거, 인도 총선, 인도네시아 대선 및 총선을 포함해 80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져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선거 기간 후보자들은 통상, 이민, 외교 등 다방 면에서 국가주의적 혹은 보호주의적 메시지를 앞세우곤 한다. 이러한 자국 중심주의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만나 더욱 증폭되는 경 향을 보이는데, 이를테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여러 방면에서의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는 공격적 관세 정책 등을 통한 온쇼어링으로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주장하고 있으며, 바이든은 온쇼어링을 지원하는 한편 니어· 프렌드쇼어링 등 동맹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또한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4년 중국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보조금 지원과 관련하여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지시했다. 이 조사에서 미국 철강산업에 피해가 확인되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세 배로 인상하는 방 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조선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도 지시했다. 이러한 조치는 대선을 앞두고 대표적 경합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에서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인도에서는 모디 총리가 ‘아트마니르바르 바라트(Atmanirbhar Bharat)’5) 캠페인을 통해 자국 산업의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국 내 생산을 촉하고 외국 제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의 목표를 확장하여 외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며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기업을 독려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선거 기간 동안 인도를 글로벌 제조 허브로 만들고 경제 독립을 강화하는 등의 ‘메이크 인 인디아’ 및 ‘아트마니르 바르 바라트’ 캠페인을 지지율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슈퍼 선거의 해로 인해 강화된 자국 중심주의는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주요 수출 대상국들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인상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설정할 경우,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제품이 해외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워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주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될 때 더욱 심화될 전망 이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둘째, 자국 내 생산을 촉하기 위해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강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업체들은 공급 차질을 경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최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어 대체 시장 개발 및 새로운 공급망 전략 개발의 필요성이 커다. 

셋째,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거나 자국 내 투자를 선호하는 형태로 한국 기업들이 해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할 수 있다. 이는 고금리의 영향과 결합하여 확장 단계에 있는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2) 친환경 속도 조절: 미국 대선과 유럽 의회 선거 

 

2024년에 있을 여러 중요한 선거 중에서도 미국 대선과 유럽 의회 선거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의 추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신재생에너지산업에 특별한 함의를 지닌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과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민주당 과 공화당의 후보로 재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바이든은 환경친화적 정책을, 트럼프는 화석연료 친화적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기간 파리기후 협약에서 탈퇴했으며, 100개에 가까운 환경 규제를 폐지· 철회 · 완화한 바 있다.6) 반면, 바이든은 임기 동안 친환경·저탄소 정책을 시행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에 세액공제를 제공함으로써 친환경 정책과 자국 중심주의를 동시에 강화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친환경 정책의 행 속도는 일부 조정될 수 있을 전망 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중 오염물질 배출 기준(Multi-Pollutant Emissions Standard)을 2021년에 제안했는데, 2024년 2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발표한 최종안에서는 원안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유지하되, 2030년까지의 감축 속도를 늦추고 2030년 이후로는 대폭 강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바이든의 재선 성공 시 임기가 2028년까지 이어짐에 따라,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임기 내에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다소 느슨하게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2024년 6월, 유럽 의회 선거가 열린다. 유럽 의회는 입법 권한과 예산 승인, 수정 및 거부권을 가지며, EU 집행위원회에 대한 승인과 불신임 투표권, 위원장 선출권 등의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유일하게 직접 선출되는 EU 기관으로 그 중요성이 크다. 

유럽 의회에는 7개의 교섭 단체가 정당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사회민주보동 맹(S&D7)), 리뉴 유럽(RE8)), 녹색당-유럽자유동 맹9), 유럽의회 좌파10) 등 네 개가 제9대 유럽 의회 (2019~2024년)에서 친환경 정책을 이끌었다. 이들의 2024년 4월 현재 의석수 합계는 351석으로, 과반(353석)에는 살짝 미치지 못하지만, 사안에 따라 다른 교섭단체와의 연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및 환경보호 관련 정책을 추해 왔다. 

하지만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환경 정책에 적대적인 보수 정당이 의석수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Europe Elects11)에서 집계한 2024년 4월 여론조사 평균치에 따르면 리뉴유럽과 녹색당-유럽자유동맹의 예상 의석수합은 현재에 비해 40석 가량 줄어들어 친환경 정책을 이끌어 온 정당의 전체 의석 비중이 현 50%에서 44%로 작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극우 성향의 정체 성과 민주주의(ID12))는 현 59석에서 83석으로, 보수 성향의 유럽 보수와 개혁(ECR13))은 현 68석에서 84석으로 세를 확대할 전망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보수화는 경제 불안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이민과 안보에 대한 우려, 코로나19 팬데믹 관리에 대한 반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스웨덴,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극우 및 보수정당이 승리를 거둔 최근 유럽 개별 국가의 선거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친환경 정책의 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미칠 영향 은 분명하다. 친환경 정책 속도 조절로 인해 재생에너지 보급이 위축되고, 화석연료 지원정책에 따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및 인센티브 축소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국제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친환경 정책의 지연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의지가 약하다는 인식을 낳음으로써 신재생에너지나 청정 기술로의 자본 흐름을 둔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 트의 금융 조달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3. 글로벌 경제적 이슈 


(1) 고금리 

 

2020년대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되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총 11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에서 5.5%로 5.25%포인트 인상하였다. 유럽과 영국 역시 2022년 이후 금리를 급격히 상향 조정했으며, 일본은 2024년 3월에 17년 만에 금리를 -0.1%에 서 0∼0.1%로 조정함으로써, 17년간 지속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첫 인상을 시작으로 2023년 1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에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4년 5월 초 ‘통화정책 원점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현 수준의 금리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 점, 한국의 2024년 1분기 GDP 성장률(1.3%)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점, 그리고 환율과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된 점 등을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들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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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관측되는 고금리 환경이 신재생 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네 가지 주요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필요한 자금의 조달 비용 증가는 투자 초기비용을 상승시키고 프로젝트의 전체 수익성을 저하시킨다. 특히 해상풍력이나 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발전단지나 생산 시설의 건설과 운영에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의 증가는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낮춰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늦추며,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제조 업체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다. 14)15)16) 

둘째, 고금리는 기존 프로젝트의 재무 구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변동금리 부채를 보유한 프로젝트의 경우, 높은 이자율로 인해 부채 상환 비용 및 기타 운영 비용이 증가하여 프로젝트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고, 이는 전반적인 재정 건전성 및 재투자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이자율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투자 매력을 감소시킨다. 안정적 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상승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줄일 수 있다. 

넷째,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생산에 필요한 설비 및 원부자재의 수입 가격이 상승해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 

고금리가 신재생에너지산업에 긍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먼저, 높은 원-달러 환율 은 국내 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높은 이자율은 금융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투자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소수의 우량 프로젝트에 저렴한 자금이 몰려 발생하는 버블을 방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가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 및 운영과 관련된 비용 증가, 투자 매력 감소, 수입 자재 비용 증가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신재 생에너지 부문의 성장과 수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으며, 수출 경쟁력 향상과 금융 효율성 증대와 같은 잠재적 이점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 고유가 

 

2024년 현재, 금리와 환율뿐만 아니라 유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 현상은 수요, 공급,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비OECD 회원국의 경제 성장이 원유 수요를 촉하고 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OECD 회원국의 원유 수요는 감소한 반면,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개발 도상국에서의 원유 수요는 약 40% 증가했다. 상업 및 운송 분야에서의 석유 수요 증가와 인구 증가에 기인한 이러한 비OECD 회원국 중심의 원유 수요 증가 경향은 2010년대 및 2020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17) 

공급 측면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OPEC+의 감산 정책이 주요 원인으 로 지목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살만 왕세자가 자국 내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고 포스트 석유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전 2030을 추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네옴시티는 시나이반도 근처에 건설될 스마트도시로, ‘더 라인’ 프로젝트의 규모를 최근 큰 폭으로 축소18)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높은 유가를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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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을 잡고 OPEC+ 내에서 감산을 주도하고 있다. 2024년 3월, OPEC+ 국가들은 2분기에 220만 배럴/일 의 추가 감산을 발표했는데,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가 100만 배럴/일, 러시아가 47.1만 배럴/ 일을 감산하여 전체 감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19)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이 선거를 앞두고 물가 방어를 위해 국내 생산을 늘리고 동맹국들에게 압력을 가하며 유가를 낮추려 하고 있지만, 둘이 합쳐 2023년 세계 원유 생산의 24.3%를 담당한 세계 원유 생산량 2위(사우디아라비아)와 3위 (러시아)의 야합은 2024년 원유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정치적 불안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 다. 2024년 1월, 영국과 미국이 예멘의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었고, 이는 홍해를 통한 석유 수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2024년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나포함으로써 석유 공급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중요한 통로에 큰 불안정성을 초래했다. 

고유가가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석유는 대체가 매우 어려운 원료 및 연료로, 석유 가격의 상승은 에너지 비용 증가는 물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하여 신재생에너지 제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석유 및 화석 연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같은 대체 기술(backstop technology)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와 정부 및 민간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여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촉하고, 관련 산업의 일자리 창출 및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4. 결론 

 

2024년 주요 글로벌 이슈가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미칠 영향을 요약하면 먼저 전 세계 으로 벌어지는 주요 선거의 결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되어 국제 무역과 협력에 제약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한국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대한 수출 장벽 증가, 주요국의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공급 차질 및 가격경쟁력 저하, 그리고 자본 흐름 둔화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국 대선 및 유럽 의회선거의 결과로 친환경 정책의 집행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시장 성장률을 당초 기대보다 낮춤으로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및 보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및 부채 상환 비용 증가로 이어져 신규 및 기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투자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자율 상승은 투자 대안으로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상대적 매력도를 감소시키며, 미국과의 금리차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자재·중간재 수입 비용을 증가시킨다. 단, 환율 상승은 한국 수출 업체들의 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고금 리는 금융 효율성 증대 및 투자 버블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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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은 에너지 비용 및 전반적 물가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술로의 전환을 촉하는 양면적 영향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혁신과 시장 확대를 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긍정적 영향도 존재하나 상당한 수준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 국제협력 강화, 신 재생에너지기술의 연구개발 및 국내 생산 기반 확대,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재조정 등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정책적 대응을 통해 2024년 주요 글로벌 변화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 아래서도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제 경쟁력 확보를 추해야 한다. <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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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2) Inflation Reduction Act. 

3) 길은선·송영(2020), 「한국의 경제성장과 산업 성장의 관계: 사업체 모 집단 분석을 바탕으로」,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 2020-11.  

4) IRENA(2023), “Renewable Power Generation Costs in 2022”, p. 115.  

5) ‘인도의 자립’이라는 뜻의 힌디어이다.  

6) 뉴욕타임즈(2021),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0/cl-imate/trump-environment-rollbacks-list.html(접속일: 2024. 5. 10).  

7) Progressive Alliance of Socialists and Democrats. 

8) Renew Europe. 

9) The Greens-European Free Alliance. 

10) The Left in the European Parliament, GUE/NGL. 

11) https://europeelects.eu/2024/05/03/april-2024/(접속일: 2024. 5. 10). 

12) Identity and Democracy. 

13) 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14) Federal Research Economic Data, https://fred.stlouisfed.org/(접속 일: 2024. 5. 10). 

15) https://ecos.bok.or.kr/(접속일: 2024. 5. 10). 

16) Bank of England, 

https://www.bankofengland.co.uk/monetary-policy/the-interest-rate-bank-rate(접속일: 2024. 5. 10).  

17) EIA, https://www.eia.gov/finance/markets/crudeoil/demand-nonoecd.php(접속일: 2024. 5. 10).  

18) 당초 170km 길이에 500m 높이의 건물을 200m 간격으로 두 동씩 건설하여 150만 명을 거주시키겠다는 계획이었으나, 2.4km 30만 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Bloomberg(2024), “Saudis Scale Back Ambition for $1.5 Trillion Desert Project Neom”. 

19) OPEC(2024), https://www.opec.org/opec_web/en/press_room/ 7305.htm(접속일: 2024. 5. 10).  ​ 

 

<ifsPOST>

 ※ 이 글은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산업경제 5월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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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21일 17시14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21일 11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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