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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되는 미국 경제 지표들이 줄이어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미국의 유력 경제지 Wall Street Journal이 지난 24일자 논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가지고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신랄한 논조의 기사를 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논설의 필자(Alan S. Binder)는 자신의 주관적 견해로 금년 중 미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질 확률은 50~60%에 이르고 이 확률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초 Fox News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재편(reshape)되기 위해 과도기를 겪을 수도 있고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고 발언한 적도 있다. 아래에 이 WSJ 논설 내용을 중심으로 현재 미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간략히 요약한다.
■ “3월 소비자신뢰 12년만에 최저 수준, 인플레이션 가속 우려 급증”
미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정권 출범 후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정책들이 즉각 반향(부작용)을 불러오는 가운데, 일반 소비자들의 장래에 대한 기대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지극히 잘못된(abysmal)’ 것이고 자신이 취임하면 이 정책들을 곧바로 바로 잡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었다.
그러나, 실은 바이든 정권의 경제 실적은, 최근 계란 값 폭등 사태를 차치하고서도, GDP 성장률, 저(低)인플레이션, 저(低)실업률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양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인계한 시점에서 실업률은 합리적인 ‘완전고용’ 상태로 보는 4% 수준이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로 최고치 9%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것은 물론, 2차 대전 이후 평균을 하회하는 것이다. GDP 성장률도 대체적인 장기 성장률 전망 추세를 약간 웃도는 2.5% 수준에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이후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들은 지금 미국 경제가 불안 요인들을 잉태하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내놓는 각종 정책들이 경제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관세’ 이다. 트럼프 정권은 관세 부과가 감세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나, 실은 이는 결정적인 세금 인상이 될 뿐이다. 이는 곧바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고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떨어뜨린다. 나아가, 시장도 관세 부과 관련 뉴스에 따라 춤을 추듯이 급(急)변동을 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Conference Board가 집계한 3월 소비자신뢰도 조사에서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지수’가 전월 대비 9.6P 하락한 65.2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12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급격히 고조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요 배경이다. Michigan 대학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신뢰지수도 57.0으로 2022년 11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소비자심리 지표들이 악화되는 것에 대해 Pantheon Macroeconomics사 Samuel Tombs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 및 정부 지출 삭감 등 정책들이 미국 가계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달 28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2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4%, 전년동월 대비 2.8% 증가했다. ‘트럼프 관세’ 본격화를 앞두고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2024년 Q3, Q4 에는 각각 3.7%, 4.0% 증가해서 미국 경제가 선진국 1강(强)을 차지하는 견인 역할을 담당했었다. Goldman Sachs는 지난 29일 Q1 GDP 성장률 전망을 0.4%P 하향 조정한 0.6%로 수정했다. 2개 사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침체(recession)’까지 가진 않을 것이나, 감속 페이스는 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 PCE 지수는 미 연준이 금리 정책 결정에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수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 ‘관망’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CNBC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하고 있던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로 인해 반전, 가속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 이라고 평가했다. 급기야, 종전의 양호한 성장 회복 및 실업률에 불안을 안겨주고 있고, 위험의 초기 신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관세 부과로 미국이 더욱 부강해질 것’ 이라고 대답했다.
■ “트럼프 정책 ‘3 개의 화살’ 모두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 겪는 난국”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출범과 함께 미국 경제를 재편하기 위한 정책 수단들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핵심이 되는 3개의 화살이 ‘추가 관세(new tariffs) + 불법이민 단속(limiting immigration) + 정부 기구 및 재정 축소(cutting government jobs and taxes)’ 이다. 각종 연방 정부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 핵심 정책들을 실행하면서 초반부터 심각한 혼란을 불러와 시장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고 미 경제 회복력에도 강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트럼프 정권의 정책 가운데 미 경제에 가장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간판 정책인 ‘고율 관세’ 부과다. Bloomberg 통신은 1일 자 기사에서 초미의 관심 대상인 ‘트럼프 관세’ 한 주일이 다가왔다고 전하며 그간 트럼프 관세 위협이 촉발한 시장 혼란을 심각하게 지적했다. 지난 6주 동안 미국 증시에서 무려 5조달러가 증발했다. Goldman Sachs는 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무역에 주는 타격 및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로 금년 중 경기 ‘침체’ 확률이 35% 높아졌다고 추정했다.
그간, 인접국 캐나다, 멕시코 및 중국 등을 상대로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공표한 데 이어, 2일부터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미국의 관세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지칭하고 있고,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한국 시간 3일 새벽 5시) 연설하며 대규모 관세 부과 플랜을 공표할 예정으로 있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대상국으로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소위 ‘Dirty 15’이 거명된다. 美 통상대표부(USTR)에 따르면, 중국, 캐나다, 멕시코, EU 등 20개국(한국 포함)과 무역이 미 상품 교역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 국가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용할 관세율은 ‘일률(一律) 관세’ 구상을 고려 중이라고 전해진다. 이날 4월 2일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보다 광범한, 고율의’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지했다고 전했다. 앞서 소개한 Bloomberg 기사는 Goldman Economics의 예상을 인용해서 ‘모든 무역 상대국들에게 평균 15%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트럼프 관세’가 본격화함에 따라 금년 말까지 근원 인플레이션이 3.5% 수준으로 상승해 연준 목표치 ‘2%’ 전후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감안해서 실업률도 상승하고 GDP 성장률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이 강력히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색출 및 추방 플랜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워싱턴 D.C. 연방 항소 법원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Venezuela 갱단 ‘Tren de Aragua’ 일원이라는 혐의를 받는 불법 체류자들 추방에 적용했던 ‘외국인적(敵)법(Alien Enemies Act, 1798)’의 적용을 임시 배제하는 원심 판결을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Musk 회장이 이끄는 DOGE가 담당하는 정부 기구 축소 및 재정 개혁에도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혁 효과에 깊은 회의(懷疑)를 제기하는가 하면, 반대파 및 대상 공무원들의 저항도 거세다. Musk 기업 출신 젊은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DOGE 팀’은 각 부처에 진입해 기밀 정보에 접근해 물의를 빚는가 하면, 의회 권한으로 설립된 정부 기구인 USAID를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작업도 강행했다. 백악관은 최근까지 약 75,000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사직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직 DOGE 개혁 추진으로 지금까지 재정 지출 절감이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추산은 없으나, 일부 미디어는 정부 지출이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공표된 재무부 통계는 3월 정부 지출이 6,030억달러로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해, 트럼프 정권이 추구하는 ‘극적인 지출 감축’ 노력이 의도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DOGE는 1,000억달러 이상 감축했다고 주장하나, 정작 소수 부처에서 지출이 감소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DOGE 개혁으로 유례없는 정부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WSJ “트럼프, 美 경제를 가지고 ‘러시안 룰렛’ 도박을 벌이고 있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 경제의 심각한 혼란과 우려는 무엇보다도 ‘트럼프 관세(Tariffs)’가 촉발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WSJ는 “미국 경제가, 아직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겹쳐서 일어나는 소위 ‘Stagflation’ 상황은 아니나, 최근 발표되는 소비자 신뢰도 및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을 감안해 보면, 불과 두 달 만에 ‘황색’ 경보를 생략하고 곧바로 ‘적색’ 경보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심각한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해 Elon Musk 등 트럼프 정권 주변 인사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지 모르나, 대부분의 미국 국민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용과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우려가 심각한 정도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 대한 관세율을 당초 25%로 발표했다가 제로로 변경한 뒤 다시 50%로 변경하는 등, 예측 불가한 상황을 만들어, 기업 경영자들이 관망(wait and see) 자세로 돌아서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들고 있다. 기업 투자 결정에서 관망 자세란 현재의 수요 대응을 억제하고 장래의 공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이 비단 관세 정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만 해도 그렇다. 합법 이민이건 불법 이민이건 이민 규제 강화에 따른 후과(後果)는 곧바로 노동 공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Musk가 추진하는 세출 삭감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장래 건강 보장 및 사회보장급부(Social Security)를 안심할 수 있을지도 커다란 문제다.
Musk가 컴퓨터 앞에서 무차별적으로(‘외과 수술 칼 대신 체인 톱을 사용한’) 벌이는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사태도 광범한 문제를 야기한다. 국립공원 화장실 청결 유지에서 핵(核) 안전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분야의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직접 실업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방 공무원들을 삭감하는 것은 이들의 업무와 관련된 민간 식당 종사자들 및 자동차 관련 분야 종사자들까지도 타격을 받을 것이 당연하다. ‘트럼프 + Musk’ 합작으로 강행하고 있는 공무원 감축 작업은 연방 정부 차원을 넘어 민간 부문 고용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면 경기 둔화 원인이 되거나 둔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럴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정권들은 실제로는 과도하게 많이 집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트럼프 정권처럼 급격한 재정 감축이 불러오는 불확실성은 일반 개인들은 물론 기업들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 결국, 지금 트럼프 정권 하의 미국에서 벌어지는 제반 상황들을 감안해 보면 ‘트럼프 침체(Trumpcession)’가 조만간 미국 경제를 엄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트럼프 정권은 지금,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령을 벗어나 ‘법에 의한 통치(Rule of Law)’를 무시하는 결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행(非行)의 영향은 당연히 경제 부문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민주주의의 기초를 위협하게 된다. ‘법에 의한 통치’는 미국 사회가 오랜 동안 선량한 전통으로 지켜온 특징적인 비교우위인 것이고, 이것이 개인 및 기업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재산을 미국 땅에 유지해 온 근본 이유였던 것이다. WSJ 칼럼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무지 왜 이토록 무모한 정책들로 미국 경제를 뜻하지 않은 ‘Stagflation’의 길로 몰고 가는지 알 수 없는 노릇” 이라는 장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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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4월02일 10시43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02일 15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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