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깜짝 인하가 던져준 리스크와 한국은행 책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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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25bp인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하나같이 “깜짝 인하”였다. 거의 모든 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의 동결 예상을 뒤엎은 조치였기 때문이다.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행 총재는 ①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불확실성)와 ②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으므로 ③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었다.
(1) 트럼프 보호무역에 대한 수출둔화 대응책으로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엉뚱하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성장 전망이 크게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 관세를 앞세운 미국의 보호무역은 한국의 대미 수출 뿐만 아니라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에도 타격을 주면서 성장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따른 수출 부진과 성장 둔화는 금리인하로 완화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25bp가 아니라 100bp를 인하한다고 해서 수출이 늘어나거나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보호무역정책에 따른 성장둔화를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하는 것은 안이한 착상에 불과하다. 한국은행 총재는 막연히 트럼프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경기하방효과를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트럼프보호무역의 대응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정부당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미FTA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을 미리 예상하고 그에 따른 품목별 내용별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워 두는 일이다. 그리고 상원 인준을 앞둔 베셋 재무장관 지명자와 루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그리어 미국무역대표 지명자 등 트럼프 2기 요직자들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하여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한국은행으로서는 대미수출국에 대해 미국의 관세가 상향되는 경우 우리와 교역이 활발한 국가들에 미치는 직간접 수출타격 규모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수출 내역을 면밀히 분석하여 미국의 보호무역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트럼프 2.0 보호무역을 대처하는 특별기구가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따로 국회 따로 하기보다는 국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기구에는 민간 기업을 대표하는 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그 안에서 FTA개정 담당, 관세충격 분석, 국가적 대응정책 수립 등으로 분야를 나누어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2) 인플레가 우려되는 트럼프 신정부하에서 국내기준금리 인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은 인플레 자극적이다. 관세인상을 통한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의 물가를 올릴 것이 분명하고,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둔화시킬 것이다. 또한 미국의 감세조치로 인한 경제성장 촉진도 인플레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민자 축출에 따른 저임금노동력 공급의 축소도 임금상승을 통해 인플레 유발적이다. 결국 트럼프 정부하에서는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감세를 통한 수요증발에 따른 내수인플레, 그리고 노동공급 위축에 따른 임금인플레를 촉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는 늦춰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연준의 금리인하정책이 앞으로 6개월 동안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몇 달 전보다 인하속도가 느려질 것은 확실하다. 12월 18일에 발표될 FOMC경제전망(SEP)에서의 2025년도 기준금리 전망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의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처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의 12월 FOMC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것이 옳았다고 판단된다.
(3)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되는가?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위축되는 경제성장률을 막아보자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경기위축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는 점이다. 2024년, 특히 하반기 성장률둔화의 원인은 수출부진과 내수부진이다.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내수진작을 기대하고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위 [표.2] 경제성장률 기여도에서 보듯이 최근 성장둔화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소비도 부진하고 건설 및 설비투자도 부진하며 수출도 부진하다. 2021년 3%포인트 성장에 기여하던 최종소비는 1%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2%를 넘던 2022년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현재0.5%대에 머물고 있다. 기준금리가 낮아져 이자부담이 줄어들면 민간소비가 늘어나기를 기대하지만 예금소득이 줄어들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폭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왜냐하면 민간부문 대출규모보다도 예금규모가 훨씬 더 큰데다 대출금리 하락폭은 작은 반면 예금금리 하락폭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준금리가 낮아져서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2018년 이후 2023년까지 6년 동안 설비투자나 건설투자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각각 –0.2%포인트와 0.1%포인트에 불과했다. 초저금리가 지속되었던 지난 6년 동안 투자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도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증가나 경제성장에 미친 효과는 별로 뚜렷하지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003년 이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효과 (impact effect) 및 1분기 직후 성장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2003년 Q2-Q3의 기준금리 0.5%P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당기에 오히려 2.2%P 하락했고 1분기 뒤에도 인하 전 성장률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004년 Q3-Q4의 0.5%P 인하나 2008년 Q4과 2009년 Q1의 3.0%P 인하, 그리고 이명박 정부인 2012년 Q3과 Q4의 0.5%P 인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번에 걸친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인 기준금리 인하도 마찬가지였다. 25bp를 내리면 경제성장률이 0.07% 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다.
(4) 더 커지는 위험성과 한국은행의 책임
⇨ 원화 환율이 더 불안해 질 것이다.
2020년 12월 달러당 1100원에 불과하던 원화환율은 1400원대까지 올라왔다. 4년 사이에 27%나 올랐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고 글로벌 달러가 지속되면서 수출부진과 성장부진이 이어지는 때문도 있겠지만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2%p 가까이 낮다는 것이 원화약세의 가장 큰 요인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자본 해외유출이 불안해질 수 있다.
2023년 금융수지에서 총 324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는데 그 중 직접투자에서의 순유출이 194억 달러이고, 기타투자에서 96억 달러, 증권투자에서 74.5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다. 2024년 들어서도 3분기 동안 직접투자 부문에서 순유출이 251.6억 달러, 증권부문에서의 순유출은 408.0억 달러였다. 내국인의 대외증권 투자는 679.2억 달러,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가 271.2억 달러여서 내국인의 해외직접접투자와 대외증권투자가 금융부문 자본유출의 주역임을 알 수 있다.
⇨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금년 들어 서울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실거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전기대비로 올라 이 기간 중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각각 서울 5%와 수도권 3% 내외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가격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등세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7개월 동안 약 4%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독과 연립주택 가격은 서울, 수도권이나 지방 막론하고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내리고 있고 특히 지방 아파트 가격은 최근까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았다. 공급요인은 아니라는 예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가서도 아니다. 기준금리는 2023년 2월부터 지금까지 18개월 동안 3.5%에 동결되어 왔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다. 신규취급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2023년 11월 말 5.04%에서 2024년 5월 말 4.49%로 0.5% 포인트 떨어졌고 특히 주택담보대출금리도 같은 기간 동안 4.48%에서 3.91%로 약 0.5% 포인트 낮아졌다. 5% 포인트, 즉 10% 정도 금리가 낮아지면서 아파트 구매수요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추어 시장금리 인하를 촉진시킨다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다시 앙등할 염려가 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고는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서울 수도권 주택수요를 부추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2021년 말 1262조 원으로 정점을 찍고 뚜렷이 하강하던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2023년 중반 이후 다시 반등하면서 9월에는 2021년 최고치를 갱신하여. 1264조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예고되지도 않아서 전통적인 한은의 신중한 포워드 가이던스가 무너졌다. 경기부진에 따른 중소상공인과 저소득계층의 이자부담을 고려한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판단되지만 그로 인해 커진 금융 및 환율, 그리고 부동산 안정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은행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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