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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시인의 문학산책 <83> 그리움의 문을 열고 사는 사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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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1월16일 16시32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16일 11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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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떽쥐베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 왕자」와 행동문학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인간의 대지」나 「남방 우편기」, 「야간 비행」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초창기 개척비행시대의 비행사였는데 1944년 7월 31일 군용 비행기를 조종해 지중해 쪽으로 날아 오른 후 돌아오지 않았다. 그 때 그의 비행기는 2시간 30분을 날 수 있는 연료를 싣고 있었다고 한다. 지중해 쪽으로 날아오른 쌩떽쥐베리의 군용 비행기가 아마도 독일군의 대공포에 맞아 추락했을 것으로 판단 되었다. 그러나, 쌩떽쥐베리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그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우주공간의 어느 별을 찾아갔을 거라고 말하고들 있었다.

 

그가 독일군의 대공포에 격추되어 기체와 함께 산화했거나 비행기의 고장으로 추락했을 거라는 현실적 사건 정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쌩떽쥐베리가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을 찾아갔을 거라고 얘기함으로써 하늘 속에 그리움의 씨앗을 심어놓은 것이다. 쌩떽쥐베리는 사람들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새겨져서 오래 기억되는 이름이 된 것이다.

 

그는 오늘날처럼 최신 기계들이 비행정보를 종합해 주는 전천후 첨단 비행시대의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사가 아니라, 폭풍우와 눈보라 속에서 직접 시계비행을 해야 하는 초창기 비행시대의 비행사였다. 그래서 그는 이처럼 모험에 찬 비행체험을 토대로 불후의 명작 「인간의 대지」와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등을 쓸 수 있었으며, 또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르게 보고 느끼는 법을 일깨워준 명작 동화 「어린 왕자」를 썼던 것이다.

 

비행기 사고사임에 틀림없는 쌩떽쥐베리의 실종 사태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현실화한 사람들은「어린 왕자」에서의 주인공인 어린 왕자의 눈과 귀를 갖고자 한 사람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쌩떽쥐베리는 실종되어 죽은 것이 아니라, 먼 어느 별나라를 향해 단발비행기를 몰고 날아가고 있는 것으로 의미화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그의 실종 50주기를 맞았을 때, 실종된 쌩떽쥐베리의 시신을 찾는 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비행기가 추락되었을 수 있는 지역을 탐문하며 실제 조사에 나서기도 했었다고 한다.

 

실종 50년이라면 비행기의 잔해나 시신의 일부가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고 해도 그 흔적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을 것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하물며 50여년의 세월 속에 그 무슨 흔적인들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 현실을 알고 있을 사람들이 쌩떽쥐베리의 실종 50년을 맞으면서 유해찾기에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완벽한 허적의 세계로 사라져 버려서 돌아올 길이 없는 50년 전의 사람을 찾아 나서는 일은 무모하기까지 한 일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전무할 수도 있는 현실에 도전하면서 쌩떽쥐베리를 다시 한번 그리움의 근원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의 시도가 퍽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 것이다..

 

현실적 결과가 아무리 절망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리움의 대상을 향해 뻗쳐오르는 마음을 열어놓고 사는 일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돌아올 수 없는 일들, 돌이킬 수 없는 일들, 해체되고 무화되어 이제는 흔적도 없어진 일들일지라도 그것들을 그리움의 근원으로 삼으면서 그리움의 문을 열고 사는 삶은 아름답다.

 

1944년 단발비행기를 몰고 하늘로 날아올라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쌩떽쥐베리가 회피할 수 없는 불운을 만나 추락해버린 걸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를 그리움의 대상으로 우러르는 후세 사람들은 그의 비행기가 추락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 그가 그리도 좋아하던 별나라를 향해 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어느새 50년의 까마득한 시간 속 어딘가에로 사라진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니, 그리움의 대상을 향해 문을 열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씨가 미쁘기 그지없어 보인다.  

 

절실하게 그리운 사람, 이제는 이승을 떠나보낸 그리움이 우주의 무한공간을 날고 있음을 보게 되는 일, 50여년의 막막한 시간 속 어딘가에 남이 있을 수도 있는 그리움의 흔적을 찾는 삶은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움이 많은 사람, 그리움을 향한 문을 열고 사는 삶은 아름다워 보인다.

9e83f7acf2fa9eec9c997195d2008e0c_1728966 사진: 개척기의 비행 조종사였던 쌩떽쥐베리, 그는 2차세계대전 중 프랑스 비행 조종사로 출격하였으나, 출발지로 돌아오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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