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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의 사이버보안 이야기 <32> 디지털로 가속화된 ESG 규제, 해커들의 새로운 전쟁터가 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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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3월1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10일 11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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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규제, 디지털 전환(DX)을 만나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중립 선언, 친환경 자원 활용, 인권·노동·공정거래 등 각종 지속가능성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ESG를 이행하고 성과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디지털 전환(DX)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탄소배출량 추적’이나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과 같은 핵심 지표는 IoT 센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취합되고 있다. ESG 경영 보고를 위해 블록체인이나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를 검증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디지털 인증 체계까지 마련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마디로 ESG 데이터가 기업의 DX를 통해 체계적으로 축적·관리되면서, ESG와 DX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경영 트렌드가 빠르게 자리 잡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 내부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방대한 양의 ESG 관련 데이터가 모이게 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각종 법규 준수 내역, 협력사 공급망 현황, 사회공헌 지표, 재생에너지 사용 정보 등, 이 모든 것이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가 한 곳에 집중될수록 해커들에게도 매력적인 타깃이 된다는 사실이다.
ESG 데이터, 해커들의 새로운 표적
“탄소배출량 정보가 실제로 무슨 가치가 있을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해커들의 공격 패턴을 살펴보면,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 평판 훼손’이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공격 타깃으로 삼고 있다. 특히 ESG 데이터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과 투자자들 앞에서 신뢰도를 쌓는 핵심 지표이자, 규제 기관을 만족시키는 근거가 된다.
가령 ESG 데이터가 조작되거나 유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 기업이 장기간 공들여 왔던 탄소배출 저감 실적이 갑자기 의심받게 된다.
• 조작된 자료 때문에 규제 기관으로부터 제재와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 투자자와 소비자들은 “친환경 이미지는 다 가짜였나?”라며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ESG 데이터 유출 혹은 조작은 단순한 일회성 사고를 넘어, 기업 존폐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일부 기업에서 ESG 데이터 관련 사이버공격 사건이 벌어졌고, 이 기업들은 체면 손상은 물론이고 막대한 재무적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업 사이버보안 관리자들이 늘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외부에서 볼 때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ESG 자료가, 막상 해킹이나 유출이 일어나면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라는 것이다. 클라우드에 축적된 데이터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대거 노출된다면, 주가 하락 및 투자 유치 실패로 직결될 가능성도 크다.
DX 활용 ESG, 어떻게 위험해지는가
1. 클라우드·빅데이터 분석 기반 ESG 데이터를 취합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건 이제 필수가 됐다. 문제는, 여러 부서와 협력사들이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그만큼 접근 경로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네트워크 경계가 모호해지고, 협력사나 외주 인력 한 명이 부주의하게 보안 규정을 어길 경우 치명적 침투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
2. 블록체인·AI 검증 기술 블록체인을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투명하게 기록하거나, AI로 데이터를 검증하는 시도는 분명 혁신적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계약 코드)가 취약점을 지니면, 해커가 이 취약점을 악용해 거래 기록을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가로채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AI 모델 역시 악성 입력 데이터를 학습하면 잘못된 예측을 내놓을 수 있고, 나아가 ESG 보고 자체를 왜곡할 위험도 존재한다.
3. 협력사 공급망 공격 ESG 규제 이행 과정에서 수많은 협력사(공급망)를 관리해야 한다. 협력사가 기업의 ESG 관리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협력사가 해킹당하면 그 여파는 곧바로 본사에 미친다. 공급망 공격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공격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SG 해킹,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 규제 제재 및 벌금: 탄소배출 정보 조작이나 친환경 위반 사실이 유출되면, 국가별 ESG 규제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어 막대한 벌금을 물 수 있다.
• 투자자 불신 및 주가 하락: 글로벌 투자기관은 ESG 지표를 투자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 데이터 해킹 또는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 투자자를 잃고, 주가는 급락한다.
• 브랜드 가치 하락: 최근 소비자들은 ESG 경영을 기업의 ‘진정성’으로 평가한다. 데이터 조작 혹은 보안 사고 발생 시 “그 기업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 내부 프로세스 혼란: ESG 관련 시스템이 해킹당해 마비되면, 보고와 인증, 각종 증빙 작업이 전면 중단되어 회사 전체 일정이 꼬일 수 있다.
“보안은 ESG 경영의 핵심”: DX 시대,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1. 데이터 중심 보안 (Data-Centric Security)
ESG 데이터를 취급하는 모든 단계(수집·분석·보관·폐기)에 보안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네트워크 외곽에 방화벽을 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누가 어떤 정보를 볼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는지까지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2. AI 기반 이상 징후 탐지
클라우드를 비롯한 복잡한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로그를 사람이 전부 모니터링하긴 어렵다. AI 기반의 위협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이상 행위를 실시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특히 ESG 데이터에 접근하는 사용자 행태를 프로파일링(profiling)하여, 평소와 다른 접근이 감지되면 즉시 알람을 띄우는 식이다.
3. 협력사·공급망 보안 점검
ESG 보고의 핵심은 공급망 관리다. 모든 협력사와 파트너사가 동일한 보안 수준을 갖추지 않으면, 결국 가장 약한 고리가 기업 전체 보안을 무너뜨린다. 협력사 선정과정에서 보안 수준 평가를 의무화하고, 정기적으로 보안 점검·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4. 데이터 백업 및 사이버 리질리언스
정기적인 백업 체계를 갖추고, 해킹 발생 시 얼마나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ESG 데이터는 “오랜 기간 쌓은 중요한 기록”인 경우가 많아, 유실될 경우 복구도 어렵다. 백업 인프라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고, 모의 해킹과 복구 훈련을 통해 사이버 리질리언스를 강화해야 한다.
5. 최고경영진(C-Suite) 참여
ESG 경영이 단순히 ‘홍보용 레이블’이 아니듯이, 보안 역시 기업 생존의 문제다. CEO와 임원진이 직접 보안 현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예산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보안 의사결정에 ESG 담당 임원도 참여함으로써, ESG와 보안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 “DX 기반 ESG, 그리고 사이버보안… 셋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디지털 전환 기술을 통한 ESG 규제 대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환경 정보를 더 정교하게 추적·보고하고, 사회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려 한다. 그러나 DX를 활용한 ESG 경영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이버보안’ 관점이 동반되어야 한다.
ESG 데이터를 해킹당하면 회사가 쌓아 온 신뢰와 성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지구 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한 거버넌스를 실천하기 위해 마련한 각종 DX 솔루션들이 보안 취약성으로 인해 무너지면, 그 후폭풍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ESG 데이터 관리”와 “보안 리스크”를 같은 레벨로 놓고 고민해야 한다. 시스템과 프로세스 전반에서 민감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 협력업체 보안은 어떻게 강화할지, 해킹에 노출된 뒤엔 어떻게 복구하고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갖추어야 한다.
푸른뱀의 해, DX와 ESG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분명 기업에게 거대한 기회를 선사한다. 이제는 이 기회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 즉 사이버보안을 통한 ESG 데이터 보호가 기업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보안은 단지 비용이 아니라, ESG 경영의 근간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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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 2025년03월10일 11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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