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본 여당 중의원 선거 패배의 영향과 일본경제의 향방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0월28일 09시47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28일 09시57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 0

본문

여당 과반수 확보 실패, 정권 기반은 당분간 불안정화

 

10월 27일에 투표 및 개표한 일본 중의원 선거는 이사바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공명당의 여당 합계 의석 수가 215석에 그쳐서 과반수인 233석을 확보하는 데에 실패했다. 여당은 기존의 279 의석에서 64의석이나 감소하는 대패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당은 공천을 받지 못했던 보수계 무소속 의원 등의 추가 영입, 야당과의 연립 및 협력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2 야당인 입헌민주당(148석)이나, 일본유신회(38석), 이번에 약진한 국민민주당(28석) 등은 2025년 여름 경에 있을 참의원 선거도 고려해서 자민당과의 연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30일 이내에 국회를 개회해야 하는데, 그 이전에 과반수 지지 세력의 확보에 주력하겠지만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만약, 여당이 과반수 우호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에서의 총리 지명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후보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재집권을 노리는 입헌민주당의 경우도 과반수 확보가 어렵고 정치 노선이 크게 다른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 등과의 연합 세력 구축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대표는 후지TV에서 총리 지명 결선투표에서 입헌민주당의 노다 대표를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여당의 과반수 확보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의 이시바 총리가 계속 집권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번 선거 패배로 자민당 내부에서 이시바 총리에 대한 불만과 퇴진 압력이 강해질 수도 있다. 이번 선거전 와중에서도 이시바 총리와 적지 않게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한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 아소 전 총리, 구 아베파 의원 등은 이시바 총리에 대한 비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시바 총리의 정권 기반은 당분간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2025년 7월경에 있을 참의원 선거도 앞두고 다양한 목소리와 세력으로 구성된 자민당이 분열될 경우에는 야당과의 연대와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자민당·공명당의 여당 체제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과거 자민당이 분열되고 야당으로 전락한 시기를 시련으로 보고 있기도 하는 자민당 내의 각 세력으로서는 당분간 분파적 행동을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자민당이 대패하게 된 데에는 정치자금의 부적절한 관리에서 비롯된 일본 유권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소위 뒷거래 자금이라고 하는 정치자금 유용 문제는 구 아베파 의원을 중심으로 개최한 파티 수입의 일부를 파벌에 상납하지 않고 자신이 사용하면서 사용 기록 등을 숨긴 사건이다. 기록하지 않았던 자금을 불법으로 사용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부패 문제에 대해서 일본 국민이 분노를 느낀 것인데, 사실 정치자금의 부적절한 유용 등의 부패 문제는 아베 전 총리의 각종 비리 의혹에서도 야당의 추궁을 받기도 했으며, 구 아배파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내부에서 뿌리 깊게 고착화된 문제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은 아베 총리 등 자민당을 계속 지지해 왔었다.

 

164a515d7daa1abcb75a0d3b1c8b18fe_1730076 

이에는 현재 야당인 입헌민주당(당시 민주당) 정권 시대에 일본 정부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의 수습 과정에서 혼란을 보이는 등 민주당 정권 시절은 최악이었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한 원인이 되었다. ‘자민당은 싫지만 정권을 맡길 수 있는 다른 정당이 없다’는 인식이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팽배했던 것이며, 자민당은 ‘민주당 시대는 악몽이었다’는 선전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자민당이 대패하게 된 것은 엔저의 영향도 받고 생활 물가가 상승하는 한편, 임금 상승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여 실질임금이 장기간 마이너스를 보였던 어려운 민생 사정이 있다. 일본 국민들의 생활고가 고조되는 가운데, 자민당 의원들이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활용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원망이 높아진 것이다. 일본 경제 입장에서 이제는 지나친 엔저 유도 등 서민층에 타격을 주는 아베노믹스를 청산해야 할 시점인데, 다카이치 의원이나 구 아베파 등이 아베노믹스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자세도 일본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 통일교 조직과 신도들이 자민당 의원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던 것이 이번 선거에서는 없어지기도 해 일정한 영향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당분간 민생 중시의 선심성 경제정책 전개

 

일본 정치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여러 정당 및 정치 세력 간의 이합집산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당분간 민생을 중시한 경제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 후에 고물가 대책, 노토 대지진 재해 지원금, 전기료 및 가스 요금 지원 고물가 대책을 포함한 추경예산을 편성해서 경제 대책을 실시할 방침이다(木内 登英, 各党が掲げる経済対策の効果:消費税率2%引き下げでGDPは0.4%押し上げられる計算だが, NRI, 2024.10.22.).

 

야당의 경우 입헌민주당이 개인소비를 부양하기 위해 소비세 세액공제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한편 ‘일본유신회’는 소비세율을 10%에서 8%로 인하할 것, 국민민주당은 실질임금이 지속적인 증가세로 돌아설 때까지 소비세를 5%로 인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공산당은 소비세율을 당분간 5%로 인하할 동시에 저소득자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세의 인하 정책은 그 효과가 일부 저축으로 빠지기도 해서 경제 부양 효과에 한계가 있는 한편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고 재정을 악화시키는 선심성 정책과 달리 중장기적인 성장전략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자민당은 반도체 투자 촉진책, 입헌민주당은 AI기술의 우위성 확보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Nikkei, データでみる衆院選公約-補助金特需の先見通せず, 2024.10.26.). 중의원 선거에서 각 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을 보면 반도체 등 전략 물자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자민당의 경우 ‘경제안보 등의 관점에서 산업입지 및 자국 내 투자를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첨단 반도체나 AI, 양자컴퓨터 바이오 등의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중요 기술 및 물자의 공급망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입헌민주당도 반도체 등 중요 물자의 조달을 중시하는 자세는 같고 10년 후를 바라본 중점 투자 분야로서는 그린, 라이프, 로컬, 디지털의 4개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향후 여당의 정책 운영은 정책별로 야당과의 협의와 양보도 모색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는 서민 중시의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재정적자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과제는 당분간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경제, 완만한 성장 국면

 

과거 국정 선거 전후에는 일본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경향도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예상외로 여당이 크게 패배하고 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 엔화도 소폭의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일본 경제의 동향이나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금융시장의 불안한 반응도 단기에 그칠 수 있다. 

 

일본 경제는 지난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2분기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 종합적인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소비지출은 실질임금의 불안한 회복세와 함께 취약한 여당 체제 하의 민생 지원의 확대 정책 강화로 일시적으로는 회복세가 강화될 수 있다. 설비투자는 기업 수익의 호조에 힘입어서 계속 견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치 정세가 당분간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일본 경제는 당분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후반에서 2025년에 걸쳐 일본 경제는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37개 주요 연구기관의 평균 전망치(일본경제연구센터, ESP Forecast 조사, 2024.10.)를 보면 2024 회계연도의 일본 경제 성장률은 실질기준으로 0.55%에서 2025년에는 1.05%로 뚜렷하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러한 전망이 이번 중의원 선거 결과로 인해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164a515d7daa1abcb75a0d3b1c8b18fe_1730076
 

<ifsPOST>

0
  • 기사입력 2024년10월28일 09시47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28일 09시57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