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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싫어요!, 대기업? 안가요!”- MZ세대의 달라진 직업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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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2일 18시03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5일 09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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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으면 그만”

“내가 싫으면, 안하면 그만”

“누가 뭐라든, 내가 제일 중요해”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공무원 시험 열풍이 사그라든지 오래다. 취업시장에서의 가장 인기있는 유형은 ‘대기업 취업’이며, 다양한 대기업들 중에서도 ‘워라밸, 복지’등과 같이 ‘연봉’ 이외의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는 회사들은 특히 2030 들에게 인기가 많다.”[Z세대 78% "공무원 왜 해요?", 이유 알고보니…ㅣ뉴시스]

 

 그런데, 이러한 직장에 어렵게 입사해도, 오래 다니지도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 신입 사원을 채용한 기업 중 81.7%는 입사한 지 1년이 안 돼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한다. 

 

 그럼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어디로 갔을까? 

 

 행선지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먼저 눈에 띄는 행선지는 ‘블루칼라 직종 : 기술직군’이다.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2,081명 중 79.1%는 기술직 취업에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한동안 유튜브 플랫폼 내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했던 콘텐츠들의 공통된 주제는 ‘디지털 노마드, N잡러’*였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 두고 오픈마켓 등에서 온라인 장사를 해서 ‘월 1천만원 이상’ 벌게 되었다는 후기,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해외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며 일한다는 이야기 등등. 2030 세대들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디지털노마드류(類) 콘텐츠’가 매일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직업관을 제안하는 ‘역행자’라는 책은 교보문고 기준 5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4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디지털 노마드 :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기술을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며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ㅣ인베스토피디아]

*[N잡러 : N잡러(N-Jobber)란, 본업 이외에 여러 개의 직업을 병행하는 개인을 지칭하는 신조어ㅣ인크루트] 

 

 그만큼, 2030세대들은 전통적인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벗어나고 싶어하며, 실제로 벗어나고 있다.

 동시에 이는 ‘2030세대 : MZ세대들'의 전반적인 직업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같은 일종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사례가 있다. 최근 2030 세대들의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뜨겁게 달궜던 콘텐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MZ오피스’라는 코너이다. 이 코너에서는 에어팟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일을 하는 젊은 신입사원의 모습이나, 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혼밥’을 추구하는 현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마냥 과장한 장면만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업무 중 에어팟을 착용하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MZ세대’만의 독특하고 유별난 행동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나는 이것을 ‘조용한 사직 (Quiet Quitting)’**의 한 가지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청취하며 업무에 집중하려는 측면도 있겠지만, 나는 더 본질적인 의미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만 충실히 수행할 뿐, 직장 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팀 내 시너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

또 팀원들과의 식사가 아닌 ‘혼밥’을 추구하는 모습은 현 2030세대들에게 ‘직장 내 인간관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행동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사직 : 직역하면 '직장을 그만 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ㅣ서울경제]​

 

 그리고 같은 세대로서, 나는 MZ세대들의 이와 같은 행동들을 격하게 지지한다. 이로부터 파생된 우리 세대의 직업가치관에 대해,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경험으로 설명하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변화한 MZ세대의 직업관의 ‘표본’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대기업 L사 공개채용에서 (정규직 전환이 일정 정도 보장된) 인턴십에 합격 했으나, 입사를 포기했다.

오히려 이러한 에피소드를 각색하여 책으로 출판했고, 그 커리어와 함께 ’N잡러’로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MZ세대의 직업 가치관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한 가지 예제를 준비했다.

 먼저, 아래에 서술된 자기소개 양식 1번과 2번을 잘 비교해보자.

 

[자기소개 양식 1번] 

 “저는 김선우, 1996년생, 만 27세입니다. 직업은 ‘방송인, 작가’입니다. ‘EBS, tv N’ 예능에서 패널로 활동하기도 했고, 현대 HCN 홈쇼핑에서 쇼호스트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증권, LG전자, 현대차그룹, SKT, 야놀자, P&G, KDI’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 기관들과 계약을 맺고, 이들의 공식유튜브 채널이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저서 ‘Yes man, No man’을 발간하였고, 교보문고 기준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참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내가 ‘ifsPOST’에 스스로를 소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자기소개 양식 1번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선뜻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소개 양식 2번을 보고 나서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자기소개 양식 2번] 

 “쇼호스트입니다. 야놀자, P&G, LG전자 외 다양한 기업들의 파트너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롯데지주, 삼성증권 유튜브에서도 수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책도 냈는데, 한 번 보실래요?” “아! EBS랑 tv N 같은 채널 예능도 나가긴 해요. 현대 HCN 에서도 활동했었답니다.”

 

 같은 세대 (2030)에게 스스로를 소개할 때는 [자기소개 양식 2번]을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들은 [자기소개 양식 1번]을 다소 ‘올드’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답은 간단하다.  

나는 ‘2015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2017.05 ~ 2019.04 군복무 기간 제외) ifsPOST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 과정에서 ‘ifsPOST 청년기자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젊은이의 광장’이라는 코너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들을 (청년기자들과) 편집하고, 작성했던 경험이 있다.  

 

 약 4년 넘게 ifsPOST라는 플랫폼을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었던 사실은, 이 플랫폼은 ‘고연령대 · 지식인 계층’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고, 정치 · 경제 · 사회 분야에 식견이 풍부한)이 독자들의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나의 입장에서 ‘기성세대(旣成世代)’인 이들에게 나와 나의 생각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권위’부터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세대들에게는, 굳이 나의 ‘전통적인 커리어’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권위’를 입증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된다. 그것만으로 그들은 “우와!”를 외친다. “저 그 브랜드 좋아해요!” “저 그 브랜드 사용해요! 방송 언제해요?” 하면서 팬심을 드러내주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동시에 흥미로운 사실은, 기성세대들에게 [자기소개 양식 2번]으로 나를 소개하면,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때로는, 나의 미래와 안위에 대해 크게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굳이 드러내지는 않지만) 나는 이미 일반적인 대기업 임원 수준의 연수입에 거의 근접하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40대가 넘어가는 어른들에게는 반드시 [자기소개 양식 1번]을 사용한다. 그럼 그들은 “음~ 그렇군.” 하면서, 나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이게 전부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이지만,  이것이 MZ세대들의 변화한 직업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통적인 언론들은, MZ세대들의 직업관이 달라진 점을 분석하려 애쓴다. 수치화하려 하거나,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을 분석하며, 이들을 정의하려 한다. 예컨대 이런 류의 분석이다. 

 “MZ세대들의 직업관이 변화한 이유는, IMF 경제위기 때 평생 직장의 배신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직장에 헌신한 부모님이 한순간에 해고당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이들은 더 이상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다.” 

“20년 전과 다르게 현재 산업의 트렌드는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2030세대들은 끊임없이 생존을 강요받는다.”와 같은 논리전개와 함께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하는’ 행동양식을 보이는 2030세대들을 분석하려 애쓴다. 

 

 물론, 다양한 논리들이 모두 일리가 있고, 같은 세대들이 공감하는 부분들도 더러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단 하나로 설명된다.

 우리 세대는 ‘직업관, 결혼관, 기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치관’ 에서 단 하나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좋으면, 그만”

 “내가 싫으면, 안하면 그만”

 “누가 뭐라든, 내가 제일 중요해”

 

 한국의 MZ세대들은, 통계청의 조사결과 2020년 기준 ‘1,629만 9,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각자의 성장과정에서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을 찾아가고, 자신의 삶에 가장 큰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다. 

선택하고 맞지 않으면 직업이나 직장을 바꾸고, 또 맞지 않으면, 또 다시 바꾼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가 자신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대기업 취업이 아닌, 공무원 또는 안정적인 기술직을 선택한다. 

 

또 누군가는 자신의 행복의 기준에서 ‘돈’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기술직이나 공무원보다는, 당장 더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대기업 취업을 선호한다. 그 과정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조용히,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다. 누군가는 육체 노동이 주를 이루는 직업에 선호도를 가진다. 택배 사업, 청소 사업, 맞춤형 케이크 제작업, 가죽 공방 등 행선지는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의 걱정 어린 시선은, 그들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회적 분위기와 전통적인 가치관도, 이들을 강제할 수 없다. 우리들의 선택의 기준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참 다행이다. 우리는 변화했고, 변화하고 있다. 더는 타인의 시선에, 그놈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가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길에 자신 있게 발을 내딛으며 ‘직업 선택의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더는 우리 세대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써 분석하려 들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과 충돌한다고 하여, 바꾸려들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20년 뒤의 세상은 결국 지금의 ‘MZ세대가 중심이 되는 세상’일 수밖에 없고, 우리를 걱정해주는 이들은 결국 우리 삶을 책임져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 각자의 가치관이 존중받는 사회. 우리 한국 사회는, 이제서야 드디어 올바른 ‘직업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해 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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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2일 18시03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5일 09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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