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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없는 한국사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2월0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04일 22시32분

작성자

  • 이승배
  • 前 상명대학교 특임교수, 前 대통령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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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는 존경받는 영웅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국민적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 존재했다. 독립운동가, 경제 성장의 주역들, 민주화를 이끈 지도자들까지.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 인물이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으면, 그의 장점보다 흠결을 찾는 데 집중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사돈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 속담의 그늘 아래 놓여 있다.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하기보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풍조가 팽배하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특정 인물이 존경받을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그를 끌어내리려는 공격이 시작된다. 과거의 작은 실수, 사소한 언행까지도 확대 재생산되어 결국 그의 명성은 흔들린다. 언론과 대중은 이러한 행태를 부추기고, 결국 누구도 존경받는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 사이에 많은 영웅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시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한 사람을 축하하기보다는 ‘운이 좋았다’거나 ‘배경이 좋았다’는 식으로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기업인, 예술가, 스포츠 스타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 누구나 잘 나가는 순간부터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긍정적인 롤모델이 등장하기 어렵다.

 

영웅이 없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곧 미래를 향한 비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젊은 세대는 자신의 롤모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한다. 과거에는 누군가를 본받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차피 나도 욕먹을 텐데’라는 냉소가 자리 잡았다. 

 

우리 사회는 이제 변해야 한다. 존경받을 인물을 인정하고, 그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물론 모든 인물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점을 들춰내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그가 기여한 바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각 분야의 리더들이 존경받고 사회의 중심을 잡아 준다. 한국도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영웅은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그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존경할 인물을 찾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더 이상 비난과 시기의 문화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고 존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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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2월0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04일 22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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