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 고어의 담화문(談話文), 윤석열의 담화문(痰火文) ④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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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약 2시간 후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하였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00년 12월 7일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중>
다시 보면 혈압이 오르겠지만…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2시간 만에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뒤 다음 날인 4일 새벽 4시 25분 짧은 계엄 해제 사실만 알리고 집에 갔다. (세상에 가장 억울한 게 이유도 모른 채 얻어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악당들도 주인공을 죽이기 전 이런저런 이유를 얘기해 준다. 그사이에 되치기를 당해 문제지만…) 그리고 왜 계엄을 했는지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국민이 아우성을 치자 나흘이 지난 12월 7일 오전 10시 위에 언급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당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투표에 부치기 불과 7시간 전이었다. (이날 담화문은 탄핵소추안 부결을 의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고 입 꾹 닫고 있는 것보다는, 변명이라도 하는 것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조를 얻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투표에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불성립됐다)
비상계엄 선포문도 어이가 없지만, 이 담화문(談話文)은 정말 말 그대로 듣는 사람의 가슴을 퍽퍽 막히게 하고 불을 붙이는 가래 담, 불 화 ‘담화문(痰火文)’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냐?”라고 묻는 국민에게 입 꾹 닫고 한마디 안 하다가 이런 태도가 빌미가 돼 국민의힘 안에서도 탄핵 찬성표가 나올까 마지못해 한 티도 팍팍 났지만, 양심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뻔뻔함과 억지가 하늘을 뚫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짚어보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불편? 비상계엄이 구청 보도블록 공사 공지인가?)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국민 여러분, 또다시 계엄을 발동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마는,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실패한 뒤에 무슨 말을 못 할까.)
“국민 여러분,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지만, 이 말을 한 바로 다음 날인 8일 보란 듯이 사의를 표명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는 인사권을 행사했다. 12일에는 국회에 ‘대법관 마용주 임명동의안’을 제출했고, 최병혁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국방부 장관직을 고사하자 재지명에 나섰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각종 법률안과 시행령도 재가했다. ‘뒤통수를 친다’라는 말이 이런 것일 거다. 어쩌면 ‘일임’의 뜻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왠지 이쪽이 더 맞는 것 같다. ‘계엄’이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몰랐던 것 같으니까.)
기가 막히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다. 우리는 100일 동안 동굴에서 마늘과 쑥만 먹고 버틴 조상의 후예니까. 그런데 나름 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제대로 설명해 보겠다고 생각했는지, 12일 다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걸 보고 혈압이 올라 목덜미를 잡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뇌가 어떻게 되면 이런 해명을 듣고 국민이 비상계엄 선포를 이해할 거라 생각했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극기 TV’ 이런데 출연해 그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말했다면 이해가 갈 텐데….
종종 음주단속 중인 경찰을 피하려고 뺑소니를 치는 운전자들이 있다. 영화 ‘분노의 질주’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빨리만 달리면 경찰차를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참 신기했는데, 비슷한 정신상태가 아닌가 싶다. <⓹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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