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쟁의 양상에 대한 5가지 질문: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사점을 기초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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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미래의 ‘정답’을 구하는 것은 과욕일 수 있다. 과거는 부지런한 탐구자에게 ‘질문’의 원천을 제공할 뿐이다. 미래는 그 질문에 어떤 해답을 찾아내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만약, 질문조차 없다면 준비되지 않은 미래에 직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제1·2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 ‘승자의 함정’에 빠진 영국과 프랑스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기존 방식을 답습했을 뿐이다. 하지만, 독일은 열정적인 탐구자였다. 그 과정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길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제공하는 시사점과 질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군사 전략의 3요소
좋은 질문을 위해서는 이론적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론은 현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렌즈(Lens)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리케(Arthur F. Lykke Jr.)는 아래 그림과 같이 “군사 전략(Military Strategy)이 목표(Objectives)·방법(Concept)·수단(Resources)이라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 요소 상호간에 ‘균형’을 이루어야(must find balance) 군사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불균형(Risk)이 발생하면 의자가 넘어지듯이 군사전략, 더 나아가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도 실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사점
첫째, 러시아가 고전하는 원인은 군사전략 3요소의 불균형 때문이다. 2000년 11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체첸 같은 지역에서 신속하게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동성 있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체첸에 비해 인구는 약 30배, 영토는 약 45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목표와 수단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군사작전의 범위를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동남부로 축소(3월)하고, 부분 동원령을 선포(9월)한 것은 이러한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리고 러시아군의 중앙집권적 지휘통제도 현대전쟁의 특성과 상충된다. 방법과 수단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2023년 3월 7일, 뉴욕 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이 총참모장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중앙집권화 되었다. 부사관 및 병사들은 권한이 없어 융통성 있는 작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방국가들이 소부대의 주도적인 판단·결심·실행을 위해 분권화 지휘통제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러시아군의 중앙집권적 지휘통제는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둘째, 러시아의 무기체계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소련은 전통적으로 무기체계의 ‘질’보다 ‘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양은 그 자체로 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레닌의 말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소련 전차는 기동성·화력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생존성은 최소한으로 고려한다. 반면, 서방국가는 기동성·화력·생존성의 균형을 추구한다. 덕분에, 소련은 서방 전차 1대 비용으로 2〜3대를 생산했다. 이는 승리를 위해 대규모의 장비와 인명 피해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냉전이 해체되면서 러시아군도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전차도 냉전 시대에 비해 1/5 수준인 약 1만대로 감축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러시아군의 무기체계 설계 방식은 ‘냉전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전차의 방호능력은 여전히 취약하며, 디지털·자동화도 서방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수단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러한 취약점들이 누적되면서 전차의 대규모 손실과 인명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셋째, 냉전이후 우크라이나 군사력의 약화는 위협인식의 부재에서 시작되었다. 2005년 말, 우크라이나 국회는 「5개년 전력건설계획(독립이후 최초 작성)」 관련 국방예산 증액을 거부했다. 정부도 부족한 국방예산을 보충한다는 명목으로 군사 장비를 무분별하게 해외로 매각한 바 있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을 인접에서 목도하면서도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빼앗기는 위기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이 6천명에 불과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항공기는 약 15%만 가동되었고, 전차·장갑차는 엔진이 작동하지 않거나 배터리조차 없는 경우도 다수였다.
넷째, 우크라이나는 비대칭 수단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를 상실하고 돈바스 분쟁에 직면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 넵튠(Neptune) 지대함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었으나, 기술·예산 측면의 어려움 때문에 2021년에야 겨우 24발만 배치할 수 있었다. 2022년 4월 14일, 우크라이나는 넵튠 지대함 미사일과 또 다른 비대칭 무기인 TB-2 바이락타르(2019년 튀르키예에서 도입) 무인기를 통합 운용하여 러시아 중순양함(모스크바)을 격침시켰다. 미국이 제공한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스팅어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등도 러시아 기갑부대 및 항공기에 대한 비대칭무기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래 전쟁의 양상에 대한 질문
첫째, 전쟁 양상의 변화는 ‘도약’인가 ‘진화’인가? 1991년의 걸프전쟁은 미래전쟁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소련의 군사이론가들조차 역사상 최초의 ‘정보화시대 전쟁’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미국도 ‘군사 분야의 혁명(RMA)’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전쟁의 양상이 도약적인 수준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등장하는 우주기반 Delta·Gis Arta 시스템, 대규모 드론 운용, GPS 유도 다연장로켓, 극초음속 미사일 등도 그 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하지만, 병사들은 제1차 세계대전처럼 교통호에서 소총과 수류탄으로 싸우고 있고, 재래식 포병의 사격물량이 전투의 주도권을 좌우하며, 전차가 공세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시점에서 다양한 전쟁수행 방식이 공존하는 것이다.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기존 전쟁수행 방식이 줄어들고 새로운 전쟁수행 방식이 확산된다. 결국, 전쟁수행 방식의 변화는 장기간의 ‘진화적’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어느 나라나 ‘미국식 전쟁’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걸프전쟁과 이라크전쟁의 이미지를 통해 미래 전쟁을 상상해 왔다. 공군력 위주의 압도적인 정밀타격, 적의 지휘통제체계 마비, 단기간의 지상 작전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달성한다. 아군 전사·상자는 극소수이고, 민간인 피해도 거의 없다. 러시아도 이와 같은 방식의 전쟁을 생각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것이다.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배경으로 국방예산(전략의 수단)을 주목해야 한다. 2022년도 기준, 미국의 국방예산은 8,770억 달러(1위)로서 전 세계 국방예산의 40%를 차지한다. 2~11위 국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러시아는 864억 달러로서 3위이지만, 미국의 1/10에 불과하다. 미국의 국방연구개발 예산은 약 1,170억 달러로서 러시아(24억 달러)의 49배에 달한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미래 전쟁을 상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새로운 첨단 무기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게임 체인저’라는 용어가 신문의 1면을 장식한다. 서방이 지원한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TB-2 바이락타르 무인기, 하이마스 다연장로켓, 스톰 섀도 공대지순항미사일, 러시아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하지만, 게임 체인저 효과는 일시적이다. 영국 왕립군사연구소(RUSI)는 개전이후 5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무인기의 90%가 파괴되었고, 고정익 무인기의 평균 수명은 약 6회 비행이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23년 5월 6일,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도 패트리어트 방공망에 격추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완벽한 무기체계는 없다. 그리고 전쟁은 자유의지를 가진 적과의 대결이다. 무기체계는 제병협동성·합동성 차원에서 다른 요소들과 얼마나 통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대부분의 효과가 결정된다.
넷째, 무형적 요소는 부차적인 요소인가 핵심적인 요소인가? 전략의 수단에는 무기체계·부대구조 등을 포함한 유형적 요소뿐만 아니라 교육훈련·조직문화 같은 무형적 요소도 포함된다. 통상, 무형적인 요소 보다 유형적인 요소를 주목하기 쉽다.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에서 발표하는 세계 군사력 순위(무기체계 고려)가 대표적이다. 2022년도 기준, 러시아 2위·우크라이나 22위이다. 참고로 한국은 6위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 상황은 이를 무색하게 한다. NATO가 지원한 ‘다국적 합동훈련단-우크라이나(JMTG-U)’의 역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5년부터, 우크라이나 군대의 대부분을 대대단위로 입소시켜 실전적인 훈련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전쟁수행 의지도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 전투력에서 유형적인 요소가 필요조건이라면, 무형적인 요소는 충분조건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글로벌 파이어 파워’는 공신력이 없는(산출방식 미공개 등) 기관이다. 앞으로 정부·국회 등에서 이러한 기관의 수치를 인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섯째, 미래 전쟁은 단기전일까 장기전일까? 역사적으로 침략전쟁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단기전을 시도해왔다. 제1차 세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이 그랬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최소 1주, 최대 1개월 정도의 작전기간을 고려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하지만,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어렵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 전쟁에서 장비·물자의 소모 속도가 예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정찰감시 및 지휘통제(C4ISR) 수단의 발달로 전투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강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독자적으로 1년 이상 대규모 전면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동맹, 우방국의 협조된 노력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마무리하며
인간은 단 1인치의 미래도 볼 수 없다. 따라서 미래는 완벽하게 예측해서 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최적의 길을 점진적으로 모색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래의 전쟁 양상을 고민하면서 대비하는 과정도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사점 4가지와 미래 전쟁의 양상에 대한 질문 5가지가 이러한 노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욱 진지한 자세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와정책 2023-6월호 제34호] (2023.6.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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