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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교역 결제 통화 변화와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7월07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06일 11시01분

작성자

  • 김정한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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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가 양대 블록으로 나뉜 가운데 러시아의 대외 교역에서 미달러화 등의 결제 비중은 하락하고 루블화 및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상승함. 이는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루블화 결제 확대와 중국의 무역을 통한 위안화의 국제적사용 확대가 반영된 것임. 이러한 변화가 지정학적 충돌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화에 기인한 것인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하여 글로벌 입지를 굳건히 해야 함

 

■ 러시아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시작된 전쟁으로 세계는 미국, EU 등의 블록과 러시아, 중국 등의 블록으로 분열되었음.

 

  - 미국, EU 등은 국제금융결제망인 SWIFT에서 러시아 은행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러시아 개인 및 기업의 해외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경제 제재를 가하였음. 

  - 전쟁 전부터 외교적 우호관계를 보이기 시작한 러시아와 중국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대중 원유 수출 확대, 중국의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 이중용도(간용 및 군사용) 제품의 대러 수출 확대 등을 통해 경제연대를 강화하며 서방 경제 블록에 대응하고 있음.

 

■ 양대 블록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대외 교역시 결제 통화에서 루블화와 기타 통화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남.


  -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4년 1/4분기 러시아의 상품 및 서비스 수출에서 루블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40.4%로, 전쟁 시작 전인 2021년 14.3% 보다 크게 증가하였으며, 수입에서 루블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8.1%에서 2024년 1/4분기 35.9%로 증가하였음

  - 러시아의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비우호국 통화 결제 비중은 전쟁 전 수출 80%대, 수입 60%대에서 급락하여 2024년 1/4분기 수출과 수입에서 21.3%, 26.7%를 각각 보임.

  - 러시아가 서방의 금융제재에 대응하여 여타 우호국들과의 교역을 확대한 결과, 루블화 이외에 기타 통화 결제 비중이 무의미한 수준에서 2024년 1/4분기 수출 38.3%, 수입 37.4%까지급등하였음.

 

러시아의 기타 통화 결제 비중 확대는 전쟁 발발 직전부터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중국과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임.


  - 양국 간 교역규모는 2021년 1,468억 달러, 2022년 1,903억 달러, 2023년 2,401억 달러로 증가함.

  - SCMP*에 따르면, 러시아의 제1부총리는 작년 11월 양국 간 교역에서 루블화와 위안화의 거래가 95%를 차지한다고 언급하였고, 러시아 중앙은행장**은 러시아의 수출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2년전 0.4%에서 34.5%로, 수입에서는 2년전 4.3%에서 36.4%로 증가하였다고 언급함.

   * South China Morning Post, China’s yuan replaces US dollar, euro as Russia’s primary foreign currency for overseas economic activity, Feb 1, 2024

   ** 러시아 중앙은행장의 언급은 러시아 정부 소유 언론인 RIA와의 인터뷰를 SCMP가 2024년 1월30일 자로 인용한 것으로, 언급된 수치가 어느 시점의 자료인지 불분명함.

  -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수입)에서 기타 통화 비중이 2023년 35.8%(51.1%), 2024년 1/4분기 44.4%(52.4%)로 전쟁 이전 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아시아 지역 대표격인 위안화의 결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것을 유추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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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대외 교역에 나타난 루블화 및 위안화의 결제 비중 확대는 브릭스(BRICS)가 지향하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를 통한 국제질서 변화의 한 단면임.


  - 러시아와 중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는 브릭스는 작년 정상회의에서 5개 회원국*의 신규 가입과 회원국 및 파트너국가 간 무역 및 금융 거래에서 자국 통화의 사용 확대 등을 포함한 선언문을 채택하였음.

   * 브릭스는 기존 회원국인 브라질, 중국, 인도, 러시아, 남아공에 더해 신규 회원국으로 에티오피아, 이집트,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를 추가하여 올해 1월부터 10개국 협의체가 됨.

  - 브릭스는 국제 무역에서 자국 통화의 사용 확대를 통해 미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나아가 2차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함.

  - 러시아는 전쟁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를 미달러화 등 기존 기축통화의 사용을 줄이면서 루블화의 사용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중임.

   * 러시아는 2024년6월19일 러 · 북 정상회의에 앞서 푸틴 대통령의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킨다’는 정책방향을 언급함으로써 북한과의 무역시 루블화 사용 확대를 시사하였음.

  - 중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일대일로 추진, FTA 체결 확대 등으로 넓어진 개발도상국 중심의 대외지평을 수출 통로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위안화 사용도 확대* 중임.

   * Gopinath(2024)에 따르면, 중국 비은행 주체의 해외 거래에서 위안화의 사용 비중이 15년전 제로에서 2023년 50%대에 도달하였고, 반대로 미달러화 비중은 2010년 80%대에서 2023년 50%대 이하로 내려왔음(G. Gopinath, Geopolitics and its impact on global trade and the dollar, IMF, May 7, 2024).

  - 세계 외환보유액의 미달러 비중(58% 수준; 위안화 2% 수준, IMF COFER), 세계외환시장 미달러화 거래 비중(88%; 위안화 7%, BIS) 등을 볼 때 미달러화의 글로벌 지배력은 여전하지만, 중국은 무역 상대국 확대를 통한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에, 러시아는 전쟁 협력국 확보를 통한 국제적 루블화 사용 확대에 치중하면서 탈달러화 목표에 매진하고 있음.

 

■ 최근의 여러 지정학적 충돌로 냉전 이후 30여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국제질서가 깨지기 시작하고 몇몇 대형 국가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제질서의 구축에 힘을 쏟는 시기이므로 우리나라도 세계 경제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함. 

 

  - 지난 6월 초에 개최되었던 ‘2024 한 · 아프리카 정상회의’는 그동안 미진했던 양측 간의 교류 및 협력관계를 강화시켜 국제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상호 이해 및 지원의 환경을 조성하고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공급망 구축의 기회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큼.

  - 여러 대형 국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국제질서의 우위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지만, 미지의 지역일수록 우리 위주의 접근 보다는 상호 존중의 동반자 관계에 기초하여 신뢰를 쌓아가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함. <KIF​> 

 

<ifsPOST>

 ※ 이 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3권 14호] (2024.7.5.) ‘금융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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