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통위’가 중요한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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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의 모습은 1991~2010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기간 중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의 패턴과 유사하다. 부동산 등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자산시장 부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성장잠재력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닮은 꼴이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당시 일본 정책당국자 등은 경기침체를 일시적 부진으로 인식하고 과감하고 근본적인 정책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철저히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상은 최경환부총리가 주도하는 새 경제팀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보고 과감한 총수요를 부양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부동산을 포함한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통화정책이다. 8월 14일 개최될 ‘통화정책방향’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가?
한국경제, 디플레이션 압력 높아
지난 7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을 보면 “앞으로 마이너스 GDP갭은 점차 축소될 것이나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GDP갭’이란 잠재와 실제 국내총생산(GDP)의 차이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GDP 갭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2013.10)가 추정한 한국 경제의 GDP 갭은 2009년부터 계속 비교적 큰 폭의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생산함수접근법을 통해 2013~17년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3.5%로 추정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2009년 실제 GDP가 잠재 수준에서 아래로 3% 정도 벗어났다. 실제 GDP가 잠재 수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더 높은 성장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도 실제 경제가 3%대 중반 정도 성장한다면 마이너스 GDP 갭은 계속 3%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한다.
소비나 수출 등 총수요가 증가했을 때, 디플레이션 압력은 해소된다. 수출은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절하기 힘들다. 더구나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는 너무 높아졌다. 한국 GDP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포함한 총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 35%였으나 2012년에는 56%까지 올라갔다. (2013년에는 54%로 낮아졌다.) 디플레이션 압력과 더불어 수출 중심의 불균형 성장을 해소하기 위해서 내수 특히 소비를 부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부 방법상의 문제는 있지만 새 경제팀의 정책 방향은 옳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할 때이다. 단기적으로 GDP 갭을 추정하는 것도 좋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갈 것인지 디플레이션을 갈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견해를 밝혀야
물가안정목표 재검토 필요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제6조 제1항에 의거 정부와 협의하여 3년간 적용할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2013~2015년 중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대비) 기준 2.5~3.5%로 설정했다..
그러나 최근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201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에 그쳤으며,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도 1.4%에서 안정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경제가 잠재 수준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낮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서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다. 더욱이 한국의 총저축률이 국내투자율을 웃돌면서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원화가치 상승을 통해 해외 부문에서도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
2.5%~3.5%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4% 이상일 때나 타당하다. 이제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3% 안팎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잠재 성장률을 다시 추정하고 물가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물가 목표가 옳다고 판단하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서 물가를 상승시켜야 할 것이다. 물가가 목표치 이상으로 올랐을 때 한국은행이 질책을 받는 것처럼 목표치 이하일 때도 질책을 받게 법을 개정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현 상황에서 적정금리 수준은 2% 안팎
한국 경제의 잠재 GDP와 더불어 물가 목표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다면 금리에 대한 답도 나온다. 적정 금리 수준은 추정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필자가 테일러 준칙을 응용해본 결과 2014년 6월 현재 기준금리의 적정 수준은 1.5% 정도 나타났다. 테일러 준칙은 실제 GDP가 잠재 수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가와 더불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서 어느 정도 이탈되었는가에 가중치를 두어 추정한다. 여기서 GDP 갭은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를 통해서 구했고 물가 상승률 목표는 한국은행의 목표치 중간인 3%를 사용했다. 가중치는 같은 비중을 주었다. 한국은행은 2013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필자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 번 이상 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
시장은 경기 둔화 예고
금리는 시차를 두고 각종 경제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 그 답을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가 이 칼럼에서 강조한 것처럼 금융시장은 현명하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앞으로 경제 상황을 미리 말해준다. 특히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에 2분기 선행했고, 상관계수도 0.61로 상당히 높았다. 지난 7월에 장단기 금리차이가 마이너스로 돌아서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4월 예측치보다 각각 0.2% 포인트씩 낮은 3.8%와 4.0%로 하향 수정했다. 시장은 이것도 높다고 보고 있다. 국고채(10년) 수익률이 예상되는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3.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2.5%로 낮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지난 통계를 보면 시장금리가 그 해 경제성장률보다 낮았을 때, 다음 해 경제성장률은 크게 떨어졌다.
2008년부터 한국은행이 경제전망을 대체로 낙관적으로 해왔는데, 내년의 경우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두에서 본 것처럼 정부는 “일본 정책당국자 등은 경기침체를 일시적 부진으로 인식하고 과감하고 근본적인 정책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철저히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그 화살이 한국은행으로 갈까 두렵다.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의 성장능력과 이에 따른 물가 목표를 재평가하여 단기적으로는 금리를 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경로를 제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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