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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운영계획 이대로 좋은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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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5월31일 16시5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09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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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운영계획 이대로 좋은가?

 

 

   지난 5월 20일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우리 경제의 동향 및 전망』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내수가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되겠으나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성장률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3.0% 및 3.1%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이 발표를 보면서 가장 먼저 걱정된 부문은 아무래도 전공이다 보니 세수문제였다. 왜냐하면 『2014-18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 2015년 세수를 예측할 때 전제된 실질 성장률은 4%였기 때문이다. 올해 4%가 아니라 3%가 성장하게 된다면 세수는 대략 7조-8조원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올해(2015년) 예상 세수가 221.5조였으니 경제가 3% 성장하게 되면 실제 세수는 213조-214조가 되고, 지출 이 감소되지 않는다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6조원에서 40.6조-41.6조원으로 늘어나 국가재정건전성은 예상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세수 추계 시 지나치게 낙관적인 성장률이 사용되었던 것은 비단 작년만이 아니다.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기저 효과로 기대 이상으로 성장률이 높았던 2010년을 제외하고는 매번 낙관적인 성장률 수치가 세수 추계 시 적용되었다. 

 낙관적인 경제 성장률을 토대로 세수를 예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는 무엇보다 성장률이 단순히 좀 더 열심히 해보자라는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경제는 심리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세수 추계 시 적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나라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예산안  결정 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세입 예산안과 세출 예산안을 하나의 부처(기획재정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하나의 부처에서 세입 예산과 세출 예산을 모두 관장할 경우 세입 예산과 세출 예산은 서로 견제하는 기능을 하기보다는 한 쪽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능성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예산안이 결정되어왔던 과정을 보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세입내 세출’ 원칙이 철저히 지켜졌기 때문에 세출이 세입에 종속되었던 반면 최근에는 공약이행, 경기불황 타개 등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유지하다보니 세입에 세출이 종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써야할 곳은 많은데 저성장으로 세수가 적게 걷힌다고 한다면 정부의 부풀려진 세출예산안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은 세출예산을 국회가 승인하겠는가? 

 

 둘째, 행정부의 세입 및 세출을 견제할 기관이 없다. 물론 법적으로는 국회가 행정부의 세입 및 세출안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가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시계추를 작년 12월로 되돌려 보자. 2014년 12월 2일 국회는 2015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헌법이 정한 기일 내에 처리했고 불필요한 예산 6,000억 원을 삭감해서 재정 건전성 악화를 다소 개선시켰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예산안 삼의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 행동은 제정건전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었다. 국회가 재정건전성을 정말 고려했다면 실질성장률 4.0%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 보아야 했고, 이것이 달성가능하지 않다고 인식했다면 항구적으로 지출을 증가시킬 부문의 예산부터 삭감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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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의 예산 결정 체제가 안고 있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 때문에  「국가재정운영계획안」 작성 시 예상 경제 성장률은 항상 낙관적인 수치가 사용될 수밖에 없다. 낙관적인 경제 성장률을 세수 추계 시 적용한다면 세수는 항상 예상보다 적게 걷힐 수밖에 없다.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히면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계획된 사업을 의도적 불용으로 처리하든지 아니면 추경을 통해 부족분만큼 채권을 발행하든지 하는 것이다. 전자를 택하면 정말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되고, 후자를 택하면 국가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누가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면 국가의 안위는 누가 지키는가?

 

 그래서 필자는 다음을 제안한다.

 첫째, 행정부의 세입 및 세출 안을 견제할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자. 선진국 대부분은 행정부의 예산안을 견제할만한 독립적인 기관들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미국의 의회조세공동위원회(JCT, Joint Committee of Taxation), 네덜란드 경제기획청(CPB) 등이 그런 대표적인 기관이다. 우리도 기존 기관(예컨대 국회예산정책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의 기능을 강화하든지 새로운 기관을 만들든지 세수 추계만이라도 독자적으로 하는 기관을 만들자.

 둘째, 독립적인 세수 추계 기관을 두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면 캐나다처럼 민간 경제기관에서 제시된 성장률의 평균치라도 사용하자. 이렇게 하면 그래도 지금처럼 하나의 기관에서 일사천리로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조금이라도 걸러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한마디 덧붙이자면 어떤 정부이든 너무 공약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정부든 우리가 처해 있는 경제·인구·정치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양극화’, ‘청년실업문제, ‘silver democracy’ 등의 문제로 선심성 정책들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시된 공약들은 구조상 정교하게 만들어지기가 힘들다. 정교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집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써야할 곳이 많지 않다면 무리하게 세입을 늘려 잡지도 않아도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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