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생태계 육성,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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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회사인 구글이 2017년까지 시장에 무인자동차를 내 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미국 여섯 개 주에서 운전면허증을 획득했고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복잡한 도로에서 성공적으로 시험 주행하였다. 무인자동차가 실용화되면 모든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가 위협 받는다.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질병의 예측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미국의 한 회사에서는 99불에 유방암, 천식, 대머리, 조울증 등 119건의 질환에 걸릴 확률을 제공한다. IBM의 Watson 컴퓨터는 암 진단 및 치료법을 미국 주요 병원에 조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컴퓨터는 60만건의 진단서, 200만 쪽의 전문서적, 150만명의 환자 기록을 학습했다고 한다. 향후 80%의 의사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신문기사를 컴퓨터가 스스로 작성한다. 지진이 발생하자 컴퓨터가 제일 먼저 기사를 송고하고, 운동경기가 끝나자마자 컴퓨터가 쓴 경기 분석 기사가 독자에게 전달된다. 컴퓨터가 칭찬과 비판의 강도를 조정하여 맞춤형 기사를 작성한다. 15년 후에는 뉴스의 90%를 컴퓨터가 쓸 것이라고 예측된다. 기자라는 직업이 컴퓨터로부터 도전 받고 있다.
이처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것이 소프트웨어다.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이 핵심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핵분열과 같이 여러 산업의 구석구석에 파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외국 언론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라고 하더니, 이제는 ‘모든 산업이 소프트웨어산업’이라고 표현한다.
굴지의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하여 구조조정과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Bank of America 은행장은 “은행은 금융업을 가장한 소프트웨어 산업이다”라고 선언했으며, 벤츠의 회장은 “이제 자동차는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라고 주장한다. 산업용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GE는 만오천 명의 직원이 일하는 신규 소프트웨어센터를 만들면서 “산업 회사로 어제 잠자리에 들었지만 내일 아침에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깨어나려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기업과 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덤덤하다. 언론으로부터 “소프트웨어 혁명의 외딴섬”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나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소프트웨어 혁명을 이끌 전문가도 부족하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은 영세하다. 대기업들이 많은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았으면서도 소프트웨어 기술과 인력 확보에 소극적이다.
미국의 SF작가 윌리암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공평하게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라고 했다. 선진국 기업들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 혁명을 우리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소프트웨어 혁명은 산업혁명을 뛰어 넘는 대 사회변혁으로서 그 영향력과 속도 면에서 충격적이다. 경제 구조의 혁명적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 문화도 크게 바뀔 것이다. 이에 대비 안 하면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인력과 일자리 문제이다. 훈련된 인재는 부족하고 단순 일자리는 자동화되어 줄어든다. 더구나 글로벌 차원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고소득의 좋은 일자리를 남들이 차지하고 우리에게는 허드렛 일만 주어지게 될런지도 모른다.
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신기술, 신지식으로 젊은이들이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는 교육시스템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시스템은 교육 내용도 옛 것이고 교육 방법도 전근대적이다. 교육 혁신을 급히 서둘러야 한다. 인재전쟁, 교육전쟁에서 이겨야 우리가 살아 남는다.
사회기간 시스템이 소프트웨어에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 된다. 도요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오류가 급발진 사고를 유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품질의 소프트웨어 생산 능력을 갖추어야 하나 우리에게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모자란다.
한국인의 DNA는 ‘역동성’이라고 했는데 우리 사회를 보면 그렇지도 아닌 것 같다. 지난 30년간 새로 나타난 큰 기업이 몇 개가 있었는가? 새로운 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창출되지만 이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소프트웨어이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이디어를 먹고 자란다. 우리나라에 널리 드리운 규제의 그림자는 아이디어가 산업으로 성장할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이익을 지키려는 기득권 세력은 변화에 저항한다. 혁신이 가로 막히면 소프트웨어 산업을 생존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진료가 불법이고 원격약국이 허용 안 된다. 의료 데이터를 병원 밖에 보관할 수가 없어서 빅데이터 활용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보안을 위해서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을 포기하란다. 공인인증서는 은행 기득권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나타나도 기업을 키울 수 없다.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에서는 수도 없이 많은 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처방을 해왔다. 대기업을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 못하게 하는 등 전대미문의 정책을 펼쳐왔지만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탄생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걸고 규제 혁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의 전 산업 확산과 함께, 중장기적 사회 변화를 추진할 목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진입 전략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정책의 추진력에는 한계가 있다. 정책의 범위와 관심이 범 부처적이지 못하다. 90년대 국가정보화 사업과 2000년대 전자정부 사업의 추동력에도 많이 못 미친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진입 전략을 전 부처, 전 공무원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해야 하며, 또 대통령이 자주 챙겨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150년전 산업혁명의 시기에 그 변화를 읽지 못하고 당쟁과 쇄국으로 일관하다 나라를 잃은 아픔을 겪었다. 해방을 맞았으나 남북으로 갈려 전쟁으로 큰 고통은 겼었다. 다행히도 산업사회의 끝자락에 3만불 시대에 진입했다. 그런데 세상은 또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성취를 즐길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다시 새로운 도전에 응해야 하는 운명이다.
이번 도전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로의 진입이다. 승자독식의 글로벌전쟁터에서 지식과 창의력으로 맞서는 진검 승부다. 앞서간 선진국들, 그리고 이미 경쟁자로 부상한 대국 중국과도 맞짱 떠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역동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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